| 장례식장 조화 ‘재탕·삼탕’ 사실로 시든 꽃 일부만 제거·땜질…1개당 5-9만원 ‘폭리’ 김혜수 기자 kimhs@kjdaily.com |
| 2014년 03월 11일(화) 20:53 |
“죽은 자는 떠나도 꽃은 남는다” 병원 장례식장에서 사용된 조화가 재탕으로 재활용되는 것을 빗대 나온 신조어다. 그 만큼 장례식장의 조화나 결혼식장의 화환 재활용 실태가 오래전부터 야기된 사회문제라는 반증이기도 하다.
지난 9일 오전 10시40분 광주의 한 종합병원 장례식장. 장례 절차가 끝나고 상주들이 장지로 떠나자 건장한 남자 2명이 텅 빈 빈소로 들어갔다. 이들은 익숙한 손놀림으로 빈소에 놓인 조화를 검은 천막으로 둘러싸인 1.5t 트럭에 싣고 어디론가 사라졌다.
◇재·삼탕으로 2년간 35억원 챙겨 = 장례식장의 조화를 수거해 유통시켜 수 십억원의 차익을 남긴 광주 지역 장례식장 조화 유통업자들이 무더기 적발됐다.
이들이 재활용 수법으로 지난 2012년부터 최근까지 2년간 챙긴 돈만 35억원에 달한다.
광주 서부경찰서는 11일 재활용한 장례식장 조화를 수거해 새것인 것처럼 속여 되판 장례식장 조화 유통업자 박모(48)씨 등 37명을 사기 혐의로 불구속 입건했다. 경찰에 따르면 이들은 지난 2012년 1월부터 최근까지 광주지역 43개 장례식장에 조화를 납품하거나 판매하면서 상주가 방치한 헌 조화를 수거, 이를 재활용해 한 달 평균 2만개 이상의 조화를 되팔아 35억여원 상당의 부당이익을 취한 것으로 드러났다. 이들은 상주가 장례를 마친 후 방치한 조화를 수거해 시든 꽃만을 제거하고 일부 꽃들을 재활용해 차익을 남긴 것으로 밝혀졌다.
◇어떻게 짧은 기간에 35억 벌었나 = 이들은 수거한 조화를 개당 1만원 상당을 들여 재활용 한 뒤 10만원에 되팔았다. 직접 주문을 받은 경우 차액 9만원을 챙겼고 동네 꽃가게는 수수료 4만원을 지급, 나머지 5만원을 챙겼다. 또한 장례식장에서 재활용을 한 뒤 남은 꽃들은 개인 유통업자들에게 개당 5천원을 받고 팔았다.
이들은 더 많은 이익을 남기기 위해 국내산보다 절반 이상 저렴한 중국산 조화를 이용하기도 했다.
◇재활용 수법은 어떻게 = 유통업자들은 장례식장을 찾아가 상주들이 두고 간 조화를 수거 후 ‘근조’라고 쓰인 리본을 떼어낸 뒤 시들거나 잎이 많이 떨어진 꽃을 뽑아내고 땜질을 하는 식으로 새 화환·조화를 만들어 냈다. 이런 식으로 새 화환·조화가 하나 탄생하는 데는 10분이 채 걸리지 않았으며, 재탕으로 만들어져 다른 집으로 제값을 다 받고 되팔았다. 조화나 화환이 재활용될 경우 소비자를 속이는 것은 물론, 상가에서 사용된다는 것은 생각만 해도 불쾌한 일이다.
◇병원 장례식장과의 검은 거래 = 대학병원 장례식장의 경우 1년 단위로 최대 1억3천만원, 일반병원 장례식장 등은 1년에 최대 수천만원을 계약금으로 지급했다. 전문 장례식장의 경우 계약기간 동안 3억-5억원 상당의 보증금을 내고 납품 계약을 체결했다.
유통업자들은 자신들의 투자금액을 보전받기 위해 수거한 조화를 재활용하거나 중국산 국화꽃을 사용 했다. 일부 장례식장은 적발에 대비해 조화 유통업주와의 계약에 “재활용해 사용한 사례가 적발되면 즉각 계약해지 한다”는 조항을 뒀지만 묵시적이었다.
장례업종은 자유업으로 분류 돼 행정기관의 감독이 미치는 범위가 한계가 있고 업주들의 성실하고 정직한 영업형태만을 믿고 맡겨야 하는 실정으로 관리감독을 강화할 수 있는 법적 제도보완이 필요한 실정이다. /김혜수 기자 kimhs@kjdaily.com
김혜수 기자 kimhs@kjdail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