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합했으면 소통하라 주필·이사 nam48@kjdaily.com

2014년 03월 12일(수) 20:29

민주당과 안철수 신당이 합해 만들려는 통합신당이 성공하려면 어떤 점을 가장 신경 써야 할까. 필자는 ‘소통’이라고 생각한다. ‘공급하는 정치’가 아니라 ‘수렴하는 정치’를 해야 한다.

소통(疏通)의 사전적 의미는 막히지 않고 서로 통함이다. 특히 민주주의 체제에서 지도자와 국민 사이의 ‘막히지 않고 서로 통함’의 중요성은 강조할 필요가 없다. 당장 다가온 6·4 지방선거만 봐도 ‘소통’ 없이는 표를 얻어 승리할 수 없다.

미국 대통령 버락 오바마는 소통을 잘하는 정치인으로 꼽힌다. 국민 의료보험 가입을 목표로 제정된 건강보험개혁법 ‘오바마케어’를 홍보하기 위해 인터넷 코미디 방송까지 나갔다. 미국 20~30대로부터 큰 인기를 끌고 있는 인터넷 방송 ‘비트윈 투 펀스’(Between Two Ferns)에 전격 출연해 젊은 층의 오바마케어 가입을 독려했다. 미 오바마 대통령의 소통 전략은 끊임없이 진화하고 있는 것 같다.

최근 민주당과 안철수 신당인 새정치연합이 전격 통합을 선언했지만 생각만큼의 파괴력이 나타나지 않는 이유도 ‘소통’에 있다. 각종 여론조사 결과를 보면 김한길 민주당 대표와 안철수 의원이 전격적으로 통합을 선언한 지난 3월 2일 직후에는 시너지효과가 나타났다. 하지만 시간이 지날수록 지지율이 정체되거나 떨어지면서 야권 통합이 반짝 효과에 그치는 것 아니냐는 분석도 나오고 있다.

통합선언 이후 ‘설득의 부족’ ‘소통의 부족’에서 오는 답답함이다. 통합신당이 지방선거에서 승리하기 위해서는 정치공학적으로 비쳐질 수 있는 신당 창당 이상으로 국민의 마음을 움직일 수 있어야 하는데, 그 수많은 민주당 의원들은 지역에서 ‘왜 통합했는지’ 설명하지 않았고 설명할 마음도 없어 보였다. ‘도로 민주당’으로 비쳐지는 순간 실패할 수밖에 없는데 지역민과 국민이 마음을 움직일 수 있는 명분을 명쾌하게 얘기하는 지도자도 없었다.

현재 우리 국민의 정치 성향은 새누리당 지지층이 40%이고 무관심층이 20%다. 통합신당이 차지할 수 있는 지지율은 최대 40%다. 그래서 통합신당은 시너지 효과를 내기 위해 무관심층 20%를 상대로 폭넓게 소통하려는 노력을 해야 한다. 여론조사에서 안철수 신당을 지지하지만 민주당에 대해서는 거부감을 지녔던 유권자들이 아직 통합신당에 충분히 흡수되지 않은 것으로 나타난 만큼 그 부분에 대한 민주당의 소통 노력이 필요해 보인다.

특히 통합신당이 가장 소통해야 할 지역이 호남이다. 통합으로 인해 두 세력이 하나가 됐다고 생각해 자칫 지역민의 생각을 읽지 못하면 낭패를 볼 것이다. 그동안 호남에서 안철수 신당이 민주당보다 지지율이 높았던 이유는 민주당 기득권 체제를 바꿔보려는 지역민의 정치개혁 의지였다. 호남에서도 오랜만에 정당 간 경쟁을 통한 정치 경쟁 구도를 바랬던 지역민들은 통합의 그늘에 가려 호남정치 개혁이 물거품 되는 것 아닌가 우려할 정도다.

따라서 통합신당의 호남 공천 방식이 민주당과 새정치연합 측의 세력싸움 결과 승자독식 방식이어서는 곤란하다. 민주당 호남세력은 민의를 읽고 과감히 기득권을 내려놓아야 하며 안철수신당 세력은 제도개혁을 통한 합의제 정치의 새 전형을 내놓아야 한다.

소통하지 않는 정치는 죽은 정치다. 소통하지 않는 정치는 소유의 정치다. 정치를 소유라고 한다면, 모든 정치의 시작과 끝은 선거결과 그 이상 그 이하도 아닐 것이다. 승자독식(winner takes all), 말 그대로 선거에서의 승리자가 모든 것을 가진다는 뜻이다. 승리하는 쪽은 적어도 헌법에 보장된 임기 내에서는 지방 운영권을 포함해 모든 권력을 소유하는 반면, 패배하는 쪽은 이에 간섭할 권한을 조금도 나눠가질 수 없다. 반면, 정치를 소통이라고 한다면, 선거는 단지 정치의 한 과정에 불과하다.

통합신당이 ‘도로 민주당’이라는 비판을 피하려면 당내의 소통구조를 민주적으로 해야 함은 기본이고, 대 국민과의 소통방법 역시 획기적으로 바꿔야 한다. 선거에 승리해서 국회의원직, 시장직, 도지사직, 지방의원직을 소유했다는 자만심으로 위에서 아래를 내려다보는 식의 소통을 한다면 지지율은 오르지 않을 것이다.

이번 통합의 드라이브도 정치1번지답게 정치의식이 아주 높은 광주·전남 지역민의 민심이 만들어냈다고 봐야한다. 이런 민의를 잘 알았다면 더 이상 ‘사이비 소통’의 궤변에 빠져 ‘소유의 정치’를 펼쳐선 안 된다. 신당의 성패는 ‘소통의 정치’를 어떻게 하느냐에 달려있다.

/주필·이사 nam48@kjdail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