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국보급 기술도 행정 벽에 하청업체 전락” 지역의 한 중소기업 대표 하소연 들어보니 류진창 중원개발 사장 오성수 기자 star555@kjdaily.com |
| 2014년 04월 02일(수) 20:27 |
|
지역의 한 중소기업이 50억원을 투자해 개발한 신기술이 행정기관의 경직된 행정으로 큰 효과를 거두지 못하고 있어 회자되고 있다.
주인공은 광주 하남산단에 자리 잡은 ㈜중원개발(대표 류진창·사진)의 아스팔트 재생포장 기법.
중원개발은 지난 1996년 수년간의 연구와 50억원을 투자해 캐나다의 기술력과 합작, ‘현장가열 표층재생 아스팔트 포장공법’이라는 신기술을 개발했다.
이 기술은 보수작업이 필요한 아스팔트 도로를 현장에서 직접 가열 절삭해 발생되는 폐기물을 전량 재활용하는 기술로 국내에서는 유일하다. 철저한 검증을 거쳐 지난 2006년에는 특허공법(10-06230075)으로 지정되기도 했다.
관련 업계 전문가들이 참여하는 한국도로학회에서는 2010년과 2011년 잇따라 경제성과 품질의 우수성, 진취성, 친환경 측면에서 다른 기술에 비해 월등하다는 ‘우수공법’으로 소개됐다. 폐아스콘을 100% 재활용해 폐기물이 발생하지 않는데다, 시공이 간편해 교통체증을 유발하지 않고, 무엇보다 친환경적인 것 등이 높은 평가를 받았다.
이 기술이 소개되자 중원개발은 물론 관련 업계에서도 관심이 컸다. 특히 근래들어 환경문제가 사회적인 이슈인데다 아스팔트의 개·보수 수요가 급증하면서 더욱 주목받고 있다.
기술력과 경제성을 우선하는 민간분야에서는 나름대로 톡톡한 효과를 거뒀다. 지난 2012년에는 포스코 광양제철공장 내 포장공사에 참여해 우수공법으로 채택돼 담당자가 상을 받기도 했다. 물론 대부분 수의계약으로 이뤄졌다. 비용이 상대적으로 저렴하고, 공기 단축 및 뛰어난 기술력에 이뤄진 결실이다.
그러나 공공부문에서는 편익행정과 획일적인 법규 등에 발목이 잡혔다.
관공서가 발주하는 관급공사는 감사에 대한 공무원들의 선입관 및 각종 규제 등으로 기대만큼 효과를 거두지 못했다. 즉 관공서는 특혜 여지를 사전에 없앤다는 취지에서 대부분의 아스팔트 보수작업을 제한경쟁이 아닌 일반경쟁 입찰로 시행하면서 중원개발의 기술은 힘을 발휘하지 못했다. 게다가 기술력이 없거나 서류상 존재하는 소위 페이퍼컴퍼니가 관공서 발주 입찰에서 낙찰 받아도 실제로 현장에서는 중원개발이 공사를 하는 사례가 늘면서 이 회사는 사실상 하도급업체로 전락했다. 관공서의 일반입찰은 그 자체가 위법은 아니지만 행정편의에만 치우쳐 국가에서 장려해야 할 신기술이 제대로 평가받지 못하는 셈이다.
문제는 아스팔트 재생포장은 특성상 대부분 자치단체나 정부기관 업무로 분류돼 있어 곧바로 회사의 수익 악화로 이어지고 있다는 점이다. 이에 중원개발은 지속적으로 관계당국에 불합리함을 호소하고 개선을 요구했지만 행정의 벽은 생각보다 훨씬 높았다. 박근혜 정부 들어 중소기업의 애로를 해결하기 위해 대대적으로 추진한 손톱 및 가시제거나 규제개혁에도 단골 메뉴로 제기되기도 했지만 개선되지 않고 있다. 중앙정부와 중기청은 특성을 이해하고 적극적인 의지를 보였지만 정작 실무기관인 국토부와 지방정부 등이 이를 수용하지 않고 있기 때문이다.
이 개발에 참여한 관계자는 “중소기업이 애써 개발한 신기술을 외면해 성장의 사다리를 발로 걷어차는 꼴”이라며 “정말 사업을 그만두고 싶을 때가 한두번이 아니다”라고 일갈했다.
류진창 중원개발 대표는 “‘손톱 및 가시뽑기’나 ‘규제개혁’ 등이 효과를 거두기 위해서는 관련 법규의 개정도 중요하지만 정작 일선 행정기관에서 적극적인 소신행정행위가 뒷받침되지 않으면 무용지물이 될 수밖에 없다”며 “중소기업의 경쟁력 강화를 위해서도 객관적으로 입증된 특허기술이나 신기술을 개발한 업체에 대한 보다 적극적인 지원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오성수 기자 star555@kjdaily.com
오성수 기자 star555@kjdail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