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주·전남의 독점정치 주필·이사 nam48@kjdaily.com

2014년 04월 02일(수) 20:33

올 지방선거도 재미없다. 6월 4일 투표장에 나가기 전에 이미 4월이면 광주광역시장·전남도지사 후보가 결정되고 그들이 곧 당선될 것은 정해진 이치이기 때문이다. 물론 이런 고민은 대구광역시민, 경상북도 도민도 마찬가지일 것이다. 정당정치의 한계다.

지방자치 20년 동안 한 정당의 독식 구조 하에 있었던 광주·전남의 지방정치 피로감은 이루 말할 수 없다. 쇄신과 혁신이 실종된 구 민주당 독점 체제에 대한 실망, 중량감 있는 정치 리더십의 부재, 지속적인 인구 감소로 인한 득표력 약화, 의제설정 능력의 상실로 대한민국 정치1번지다운 영향력을 상실한지 오래됐다.

얼마전 강기정 의원이 여론조사 전문기관인 우리리서치에 의뢰해 광주지역 성인 남녀 1187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여론조사 결과를 보면 ‘호남정치 위기’의 가장 큰 원인으로 ‘민주당의 변화·혁신 부족’과 ‘정치 지도자 부재’를 꼽았다. ‘호남 위기의 가장 큰 원인은 무엇이냐’는 질문에는 ‘정권 차원의 차별과 소외’(38.2%), ‘승자독식의 권력구조와 지역주의’(25.5%)라고 답했고 민주당이 호남의 정치적 입장을 잘 대변하고 있는지를 묻는 질문에 73.1%가 ‘제대로 대변하지 못하고 있다’고 답했다. 또 민주당 소속 단체장과 지방의원을 거의 독점하고 있는 호남지역의 지방자치에 대해선 과반이 넘는 응답자들이 ‘잘못하고 있다’고 답했다.

한때 한국 정치의 생산지였고 모든 담론과 정치운동의 방향이 광주에서 모색됐는데, 오늘날 왜 이렇게 옹색해졌는가. 5·18기념재단 이사장을 지낸 김준태 조선대 초빙교수는 ‘국회의원, 단체장, 지방의원 할 것 없이 모두 고려시대 호족처럼 돼버린 것’에서 원인을 찾았다. 구 민주당의 부패가 호남 지방정치를 뿌리깊게 파먹으면서 창의력을 상실한 것이다.

그래서 바꾸고 싶었다. 지역민들은 대안으로 안철수를 선택했다. 그러나 안철수 세력과 민주당이 합당하면서 지역민이 풀고자 했던 정치적 병목 현상은 여전하다. 호남 내에 이미 존재하는 기존 기득권 세력과 맞서 강하게 싸워야 할 세력, 경쟁할 구도가 깨졌기 때문이다.

새정치민주연합은 이런 지역민의 고민을 잘 읽어야 한다. 지방정치는 없고 지방권력만 존재했던 폐단을 뒤엎고 싶었던 지역민의 생각을 잘 읽어야 한다. 지역민들은 지금 새정치민주연합에 이렇게 묻고 있다. 현재 입지자 중에 호남 정치의 새 흐름을 만들어갈 수 있는 인물이 있는가. 호남이 가지고 있는 민주·인권의 가치를 공동체의 삶에 뿌리내려 지방자치제를 새롭게 일신할 인물이 있는가. 소수자를 품고, 약자를 돌보아 따뜻한 공동체를 만들어갈 적임자가 있는가. 자신이 가진 것을 독식하지 않고 사회에 내놓을 대인이 있는가. 광주시민·전남도민이 바라는 대로 자신을 헌신할 수 있는 정의로운 사람이 있는가.

광주시장 전남도지사 후보들은 지역민의 이런 질문에 답할 의무가 있고, 지역민이 갈망한 ‘새정치’에 대한 대안을 내놓아야 할 책무가 있다. 이탈리아의 혁명가 안토니오 그람시는 ‘진정한 위기는 낡은 것은 죽어가는 반면 새것은 태어날 수 없다는 사실에 있다’고 했다. 낡은 것이 죽어가는 건 분명해 보인다. 그것을 대체할 ‘새로운 무엇’인가를 우리는 이번 선거에서 잉태해내야 한다.

그러나 아직까지 큰 변화는 보이지 않는다. 시민여론조사가 포함됐지만 새정치민주연합 후보를 결정하는데 정말 지역민의 민의가 잘 반영될 것인가 회의적이다. 기존 정치인들이 호남을 위해 무엇을 했는지 반성하고, 혁신하는 노력도 보이지 않는다. 표를 구걸하기 위해 공약만 남발할 뿐 혁신적인 사고, 행동, 선도적 가치는 여전히 부족하다.

끔찍한 지역차별 속에서 여전히 가난을 벗지 못하고 있는 광주·전남의 지방자치는 이제 대 혁신을 해야 할 시점이다. 입지자 중에 그 누가 그 ‘깜’인가. 경기도지사 후보는 무상버스를 내세워 큰 관심을 끌고 있다. 아직까지 광주시장·전남도지사 후보에게서 혁신적인 의제, 전국으로 확산시킬만한 공약은 보이지 않는다.

필자는 새정치민주연합이 광주·전남 6·4지방선거 후에도 호남 정치력을 복원하지 못하고, 호남의 경제력을 획기적으로 개선하지 못한다면, 신선한 후보를 통해 전국이 주목할만한 지방자치 모델을 만들어내지 못한다면, ‘도로 민주당’이란 비난과 함께 차후 정치동력을 상실할 것으로 본다.

해서 새정치민주연합 광주·전남 당직자께 주문한다. 후보 선출 못지않게 신경써야 할 부분이 지역민을 감동시키고 대한민국을 흔들어놓을만한 의제 발굴이다. 시민사회와 머리를 맞대고 낙후된 광주·전남을 크게 일으킬만한 정책을 만들고 비전을 제시하라. 다시 1당 독식 구조가 된 마당에 지역민을 흥분시킬만한 ‘감동의 드라마’를 창출하지 못한다면 지역민은 다시 정치적 존재감을 잃어버릴 것이다. /주필·이사 nam48@kjdail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