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조선 건국이념 유학정신 발현, 선비의 본보기 실천 광주매일신문 집중제안 한국학호남진흥원 설립하자 |
| 2014년 04월 06일(일) 20:35 |
|
조선조 정조대왕으로부터 마을이름을 하사받은 마을이 광주 북구의 충효리(忠孝里)다. 국가가 표리비(表里碑)를 세워 국가의 근본을 알리고 후세에 전하고자 했던 것이다.
국가에서 마을 이름을 정해준 사례도 드물거니(천안: 효자리, 안동: 군자리, 광주: 충효리)와 ‘충효리’라고 하라는 왕의 지시(교시)는 조선시대에서 유일하게 이 마을뿐이다. 그만큼 우리 고장은 미풍양속의 뿌리가 깊고 그 철학을 바탕으로 배출한 인걸이 넘쳐나 조선팔도 여러 고을이 본받을 아름다운 고장이었던 것이다.
◇전국에서 가장 아름다운 호남
유학의 인성론에 의하면 사단과 칠정론이 중심을 이루고 있는데 그 중에서도 사단(四端)을 살펴보면 측은지심(惻隱之心)·수오지심(羞惡之心)·사양지심(辭讓之心)·시비지심(是非之心)의 넷 중, 수오지심과 시비지심은 공동체 생활 문화 형성에 크게 이바지한 경구(警句)이다.
맹자(孟子)는 ‘측은지심은 인지단야(仁之端也)요 수오지심은 의지단야(義之端也)며 사양지심은 예지단야(禮之端也)이고 시비지심은 지지단야(智之端也)라고 했다. 그러므로 여기서 우리가 관심 깊게 살펴볼 4단은 당연히 의지단야와 지지단야’ 인 것이다.
부끄러운 마음과 옳고 그름의 마음이 우리 사회를 헤아려 볼 수 있는 잣대 역할을 하게 된다. 부끄러운 마음은 ‘의지단야(義之端也)’라 했으므로 옳은 일에서 비롯된다는 뜻이기에 옳지 못한 행동을 하면 ‘부끄러워한다’라는 의미이다.
부끄러워 할 줄 아는 사람, 이런 사람은 자기의 잘못을 뉘우칠 줄 아는 사람이기 때문에 상대적으로 선(善)한 사람임이 분명하다. 잘못을 범하고서도 부끄러워 할 줄 모르는 사람, 이런 사람은 소인배이고 불량한 인간으로 교화의 대상이며 도태시켜야 할 행동인 것이다.
또한 옳고 그름의 마음 즉 시비지심은 지지단야(智之端也)라 했으므로 시비를 분별하는 마음은 ‘지혜에서 비롯된다’라는 뜻이다. 옳고 그름을 모르는 사람이 사리를 분별할 지혜가 있을 수 없다.
|
◇지혜를 얻고자 학문에 정진
그러므로 지혜를 얻기 위해 궁리하고 학문에 정진하며 몸을 닦았던 것이다. 이것이 조선건국 후 유학정신의 본질로서 우리 사회에 충과 효(忠과 孝)로 발현되었다. 선비는 효를 기본으로 삼고 관계에 나아가면 충을 실천하여 나라를 받들었다.
관계에 나아가지 않았을 때에는 어버이에게 효도하는 것이 인생 본연의 역할이었으나 일단 관계에 나아가면 나라를 위해 충성을 다하는 것 또한 인생의 본무였기에 간혹 충이 먼저냐, 효가 먼저냐의 다툼도 있었으나 불가피한 경우를 제외하고는 효를 우선시했음이 사실이다.
충효리(忠孝里)란 마을 이름에 국가에 대한 충성과 부모에 대한 효도 중 무엇이 근본인지 명시하고 있다. 충효리는 무등산 북편 원효사 계곡지류인 현 광주댐 상류에 있는 마을이다.
1788년(정조12년) 정조(正祖)왕이 충효리라고 마을 이름을 정해주기 전에는 석저촌 성안 마을이었는데 이 마을 출신 김덕령(金德齡) 장군 삼형제와 그의 부인 흥양이씨(興陽李氏)의 충절을 후세에 전하기 위해 충효사상의 본보기로 삼으려고 마을 이름을 충효지리(忠孝之里)라 부르도록 정해주고 비문을 내려 줌으로써 표리비각(標里碑閣)을 세워 기념하고 있다.
비각을 정려비각(旌閭碑閣)이라고도 하는데 정려비각에는 화강암으로 된 정려비가 서 있고 비각 정면에는 각자로 된 판에 정조왕의 윤음이 담겨있다. 이 비문은 서유린(徐有隣)이 찬하고 글씨는 한용구가 썼으며 음기(陰記)는 서용보(徐龍輔)가 했다. 참고로 이 비문을 여기 소개한다.
충용장군(忠勇將軍), 김공덕령(金公德齡)이 초야에서 일어나 의병을 일으켜 흉악한 적을 막아내니 그 위풍당당한 소리가 적의 본거지인 왜국에까지 진동하였다. 그런데 불행스럽게 모함으로 인한 화(禍)를 당하여 죽었고, 그의 형 덕홍(德弘)역시 금산싸움에서 먼저 죽었으며, 부인 이씨(李氏)또한 왜적을 만나 절개를 지키기 위해 자결하였다. 충(忠)과 열(烈)이 이렇게 한 집에 모였는데도 억울한 원한을 풀지 못하고 그 아름다운 빛이 나타나지 못 하니 군자(君子)들이 슬피 여겼다.
그러던 차 현종께서 비로소 공의 원통함을 씻어주고 병조참의(兵曹參議)란 벼슬을 증(贈)직으로 주고 또한 숙종께서는 병조판서(兵曹判書)로 올려서 증직함과 동시에 사당 이름을 의열(義烈)이라 부르라고 내려주었다. 현 왕 정조께서는 지난 무신년(1788년)또다시 벼슬을 좌찬성(左贊成)으로 올려주고 시호를 충장(忠壯)이라 하라고 내려주었으며, 공의 부인 이씨에게는 정경부인(貞敬夫人)을 증하고, 형 덕홍에게도 지평(持平)이란 벼슬을 증하였다.
그리고 공이 태어난 옛 마을을 충효리(忠孝里)라 이름지어주고 비석을 세워 표시하도록 하여 승지로 있던 서유린(徐有隣)더러 그 뒷면을 기록하라고 명하였다. 그래서 서유린이 명을 받고 송구스러워하며 물러 나와 생각을 가다듬고 글을 쓴다. 국가에 일이 되면 하늘이 반드시 난국을 건질 만한 인재를 낳아서 대비하는 것이다. 그러나 시기나 질투에 걸리지 않고 성공한 사람은 그리 많지 않다. 더구나 공처럼 불행한 분이야 더 말할 여지가 있겠는가!
세상에서 공을 원통하게 여기는 이들이 항상 악무목(岳武穆, 이름은 비(飛)남송의 무장 충성심이 두터워 금나라가 침입할 때 여러 차례 적을 물리쳐 용명을 떨쳤음, 화친을 반대 하다가 39세로 옥중에서 죽음: 필자주)에게 비하고 있다.
그래도 무목은 언성싸움에서 대첩이라도 있었지만 공은 의병을 일으킨 처음부터 이미 요로에 있는 자들의 방해를 받아 뜻만을 품은 체 칼 한번 써보지도 못하고 마침내 터무니없는 트집으로 죽고 말았으니 공이 무목 같이만 죽었다 해도 다행일 것이다. 오! 슬프다. 하늘이 낳아준 것이 다만 지사(志士)들의 분통함만을 품게 하자는 것은 아니었을 것이다.
그러나 열성(列聖)께서 원통함만을 씻어 포창하여 줌이 거의 유감없도록 절혜(節惠)하며 정표(旌表)로 특별히 은전을 베푸니, 충신이 훌륭한 대접을 받은 것이 어찌 생사에 차이가 있으랴! 공의 동생 덕보(德普)에게도 지행(志行)으로 집의(執義)벼슬을 증하여 형제 세 사람을 의열사(義烈祠)에 같이 모시게 하였다.
국가에서 위로해주는 것이 여기 김씨에게만 치우친 듯하나 이는 오직 충용이 있기 때문인 것이다. 방금 성군(聖君)의 덕화(德化)가 널리 나타나 숨겨진 일들이 모조리 밝혀져 억울한 것들이 벗겨졌지만 그 중에서도 공이 으뜸을 차지한다. 두터운 비석에 특별히 글을 써서 훤칠하게 단청한 듯하여, 일시에 굴하였던 것이 백세에 펴게 되었으니 공은 무엇을 슬퍼할 것이 있겠는가?
그렇다면 하늘이 공을 출생시킨 것은 이 우주에 충용을 불러일으키려고 한 것이니 어찌 공의 집안에만 영광이겠는가? 그러나 충은 반드시 효에서 근본하나니 공이 집에서 효도한 것이 바로 나라에 충성하였던 근본인 것이다. 더구나 형이 먼저 죽고 아내가 뒤에 죽어 한 집안의 충렬이 진실로 일국에 중히 여긴바 되었으니 이것도 효도에서 나온 것이다.
마을의 정표를 충렬이라 하지 않고 충효라 한 것은 임금의 뜻이 있는 까닭이다. 뒤에 이 정려에 머리를 숙여 이 비석을 읽는 사람들은 어찌 먼저 효도하지 않겠는가? 삼가 써서 후세에 고한다.
◇이름없는 의병들은 모두의 이웃
이와 같이 우리고장 광주 북구 충효동에 전국에서 유일하게 국가 차원에서 건립한 표리비(表里碑)가 세워져 있다. 충장공 김덕령 장군 뿐만 아니라 그와 생사를 함께 한 이름 없는 의병들이 모두 우리고장 호남의 이웃이요 공동체 구성원들이었음을 잊지 않고 마을을 지정했을 것이다.
가치관 상실의 시대를 사는 현대인들은 정조의 메시지를 가슴깊이 새겨볼 일이다. 최근 관심이 높아지고 있는 도심재생 마을만들기 등 정책을 설계하고 실천함에 있어 충효전통과 공동체 미풍양속이 계승될 수 있도록 노력해야 한다.
|
㈔한국학호남진흥원
상임이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