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투표 독려 현수막’ 선관위 입장 뭔가

2014년 04월 07일(월) 19:02

6·4지방선거를 50여일 앞둔 가운데 전국에서 투표를 독려하는 현수막이 무분별하게 게첩 되면서 지자체와 후보자들 간의 충돌이 벌어지고 있다. 후보자들은 허술한 법망을 비집고 자신의 이름을 넣어 사실상 선거용으로 활용하고 있고, 지자체들은 불법으로 보고 철거에 나서면서 충돌하고 있지만 선관위는 뒷짐만 지고 있다.

전남 순천시는 최근 새정치민주연합 한 후보의 투표독려 현수막 10여 개를 철거했다. 후보자의 항의에 순천시는 시내에 무분별하게 게시된 현수막에 대한 민원이 제기돼 옥외광고물법에 따라 철거했다고 해명했다.

광주시와 5개 구청도 6·4지방선거 예비후보자들의 투표 독려 현수막을 불법으로 규정해 철거키로 하면서 논란이 일고 있다. 광주시와 5개 구청은 지난 3일 대책회의를 갖고 광주시내 곳곳에 걸려 있는 투표 독려 현수막을 불법으로 규정했다고 밝혔다. 시와 각 구청은 투표 계도와 홍보는 선관위만 할 수 있다는 옥외광고물 관리법 규정을 적용했다고 설명했다. 선관위가 아닌 개인 자격인 예비후보자가 설치한 현수막은 설령 공익성이 있다고 해도 불법이라고 해석한 것이다.

그러나 선관위는 총선을 앞둔 지난 2012년 2월 투표 독려 현수막은 불법이 아니라는 결론을 내린 바 있다. 개정된 공직선거법 제58조 5항에도 ‘정당 또는 후보자(후보자가 되려는 사람을 포함한다)를 지지·추천하거나 반대하는 내용 없이 투표참여를 권유하는 행위’는 선거운동으로 보지 않는다고 규정하고 있다.

선거법 상 불법으로 규정되어 있지 않은 투표 독려 현수막을 지자체가 일반현수막으로 분류해 옥외광고물법에 적용해 철거를 한다면 선거법과 옥외광고물법 중 무엇을 적용할 것인지 선관위가 정확한 답을 내놓아야 한다.

선관위가 불법 여부에 대한 명확한 입장을 꺼리면 꺼릴수록 현장에서 혼란이 커진다. 후보자들도 허술한 법망을 이용해 이름을 알리기 위한 수단으로 현수막을 너무 남발해선 안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