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해성 무입증’이 ‘무해’ 증명은 아니다 서울대생과 함께하는 아하! 재밌는 과학 <13>전자레인지 괴담과 과학 이한결(물리교육과 4학년)

2014년 04월 08일(화) 19:40

얼마 전에 인터넷을 중심으로 세간에 떠돈 전자레인지에 대한 소문을 아시는지? 이 소문의 내용은 전자레인지로 음식물을 데우면 발암 물질 등의 유해 물질이 생긴다는 것이었다.

소문에 따르면, 전자레인지의 전자기파가 물을 유해한 물로 바꾼다는 말인데, 이 말은 음식물에는 많은 물이 함유돼 있기에 전자레인지로 음식을 데우는 자체가 위험하다는 말이 된다. 이 소문 때문에 가정주부를 포함한 많은 사람들이 불안해하자, 전문가들은 소문은 사실이 아니라고 말했다.

어떤 것이 사실일까? 전문가들에 따르면 이 소문은 확인되지 않은 사실이 과장된 것으로 진실이 아니라는 것이다. 그래서 어떤 사람들은 “이것은 괴담일 뿐이다. 전자레인지는 안전하다”라고 말한다.

몇몇 괴담이 그렇듯 이 말에도 한 가지 함정이 있다. 전문가가 말하는 것은 “지금까지 전자레인지가 물을 유해한 물로 바꾼다는 것은 확인되지 않았다”는 것이다. “유해성이 밝혀지지 않았다”는 말과 “유해성이 없다”는 말은 엄연히 다른 말이다.

물론 과학적으로 음식물에 포함된 순수한 물 자체가 전자레인지의 전자기파에 의해 변형되지는 않을 것이다. 전자레인지의 작동원리는 전자레인지가 음식물에 포함된 물 분자를 진동시킬 수 있는 전자기파를 발생시킨다는 것이다. 따라서 이 진동에 의해서 음식물 내의 물이 가열되고, 음식물이 데워지는 것이다. 이때 전자기파가 음식물 내의 순수한 물에 가하는 역할은 단지 물 분자를 진동시키는 것뿐인데, 물 분자의 구조는 견고하기에 이러한 진동에 의해 물 분자 자체가 변형될 가능성은 없다. 하지만, 물속에 물 분자만 있는 것은 아니다. 온천수에 함유된 미네랄 성분이 아니라도 물에는 여러 가지 물질들이 조금씩 들어있다. 이런 물질들이 전자기파를 받아서 유해한 물질로 변할 수 있을까?

아직 정확히 밝혀진 바는 없지만 첨단 연구의 동향에서 힌트를 얻을 수 있을 듯하다. 어떤 물질에 전자기파를 가하면 전자기파에 의한 가열 때문에 화학 반응이 빨라질 수 있다. 그런데 최근에는 가열 효과만이 아니라 전자기파 자체가 화학 반응의 속도뿐 아니라 결과에도 영향을 미친다는 사실이 보고됐다. 즉, 여러 가지 물질이 섞여 있는 상태에서 전자기파를 쏘아주면 물질들 사이에 화학 반응이 일어날 가능성이 있다는 것이다. 물론 그런 화학 반응의 결과로 유해한 물질이 만들어질 가능성도 없지는 않다.

우리가 마시는 물에는 여러 가지 물질이 함유돼있는데, 물에 따라 함유된 물질이 다르고 함유된 양도 다르다. 그리고 물에 함유돼 있는 물질이 전자기파를 받을 때 화학적으로 어떤 변화가 생기는지를 정확히 알고 있지도 못하다. 즉, 전자레인지가 물 분자 자체를 유해한 물로 바꾸지 않는다 하더라도 물을 유해하게 만들 가능성은 있는 것이다.

법적으로는 유죄라는 것이 확인되지 않으면 무죄가 된다. 그래서 증거불충분은 무죄가 된다. 하지만, 과학적인 것에 이 원칙을 적용하면 안 된다. 유해하다는 것이 확인되지 않았다고 해서 무해하다고 단정할 수는 없는 것이다.

전자레인지의 경우는 어떨까? 우리는 수년간 전자레인지를 사용해 왔고, 아직 전자레인지의 유해성을 입증한 사례는 없다. 일상적인 관점에서는 ‘전자레인지가 안전하다’라고 생각해도 좋을 것이다. 전자레인지가 위험하다는 괴담은 밝혀지지 않은 사실일 뿐이며, 지금까지의 사례로 미뤄 보았을 때, 우리는 전자레인지를 계속 사용해도 괜찮을 것이다. 다만 과학적인 관점에서, ‘전자레인지의 유해성이 입증되지 않았다’라는 말이 곧바로 ‘전자레인지 괴담이 거짓이다’, ‘전자레인지는 무해하다’를 말하는 것은 아니다./이한결(물리교육과 4학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