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18기념식 전에 ‘임을 위한 행진곡’ 지정돼야

2014년 04월 09일(수) 20:48

5·18민주화운동 34주년 기념식이 한달 여 앞으로 다가온 가운데 정부가 ‘임을 위한 행진곡’의 기념곡 지정을 미루면서 기념행사위원회와 5월 단체들이 행사 보이콧을 검토하고 있는 등 반발이 거세지고 있다. 5·18 민중항쟁 34주년 기념행사위원회는 ‘임을 위한 행진곡’ 제창 거부는 5·18의 가치를 부정하는 행위라며 정당한 요구가 받아들여지지 않는다면 전 국민적 저항에 직면하게 될 것이라고 경고했다.

그동안 광주지역사회 여론은 ‘임을 위한 행진곡’은 광주와 5·18의 역사이기 때문에 결코 타협이나 협상의 대상이 아니라는 판단이다. 아직 결정되지는 않았으나 기념식에서 제창하지 않을 경우에는 특단의 조치를 내릴 것이라고 한다.

행사위는 이달 말까지 기념곡으로 지정되지 않을 경우 기념식 행사를 전면 보이콧하고, 자체행사로 치르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임을 위한 행진곡’은 지난해 6월 26일 국회 본회의에서 여야 합의로 기념곡 지정 촉구 결의안이 통과됐지만 국가보훈처는 10개월이 다 되도록 답을 내놓지 않고 있기 때문이다.

‘사랑도 명예도 이름도 남김없이 한평생 나가자던 뜨거운 맹세…“로 시작되는 ’임을 위한 행진곡‘만큼 ’5월 광주 정신‘을 오롯이 표현하고 있는 노래도 없을 것이다. 비장한 결의가 담긴 이 노래는 독재정권 시절 광주 민중항쟁과 민주화운동을 연결해주는 다리였고 구심체였다.

보훈처는 518 기념행사 전에 분명히 입장을 밝혀야 한다. 광주·전남을 비롯한 전국의 민주시민이 보훈처의 방침에 반발하는 이유를 분명히 알아야 한다. 정말 공식 기념노래가 필요하다고 생각한다면 굳이 돈을 들여 공모를 하는 수고를 할 게 아니라 지역사회의 요구대로 ‘임을 위한 행진곡’을 기념노래로 지정하면 될 일이다. 프랑스혁명 때 만들어진 ‘라 마르세예즈’는 당당하게 프랑스 국가로 불리고 있다.

30년 이상 불러온 이 노래는 광주 민중항쟁과 민주화운동의 상징이다. 정부는 분란을 키우지 말고 지역 주민의 의견을 경청해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