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성의 일·가정 양립, 우리 모두의 삶의 길 최순애 전남여성플라자 원장

2014년 04월 09일(수) 20:48

얼마 전, 영국 경제주간지 이코노미스트가 우리에게 시사하는 기록을 공개한바 있다. OECD 국가 여성의 사회적 활동을 제한하는 보이지 않는 장벽을 뜻하는 유리천정 지수에서 대한민국은 지난해에 이어 또 다시 최하위라는 불명예가 바로 그것이다.

일·가정 양립을 위한 사회제도가 성숙되지 못한 탓에 여성의 대학진학률이 OECD 국가 중 최고 수준임에도 불구하고 정작 대졸여성 경제활동 참가율은 62.4%로 OECD 최 하위 수준에 머물러 안타깝기 그지없다. 특히 20대는 여성의 경제활동 참가율이 남성과 별 차이가 없지만 30대가 되면 남성의 3분의 2 수준으로 떨어진 현상은 대한민국이 그만큼 일과 가정 양립이 힘든 사회구조를 가지고 있기 때문일 것이다. 또한 일·가정 양립이 힘든 대한민국의 사회구조는 30대 출산기의 여성에게 일과 가정의 선택을 강요한다.

여성은 직장을 가져도 가사와 자녀양육이 고스란히 여성의 몫으로 남아 있어 여성스스로 경제활동을 포기하거나 회피의 수단으로 출산을 포기하는 경우도 허다하다.

외형적으로 이러한 판단은 여성 스스로의 선택처럼 보이지만 내부를 보면 여전히 여성에게 요구되는 전통적인 역할은 그대로 유지되면서 유능한 직장인과 가정경제의 부담을 나눠야 하는 이중의 짐을 부과하고 있어 경제활동을 포기하게 만드는 것이다.

수년 전부터 일·가정 양립을 위한 국가정책이 점차 보완되고 있기는 하지만 여전히 30대 여성은 출산과 함께 일과 가정 둘 중의 하나를 선택해야 하는 기로에 놓여 있고 상당 수의 여성은 경제활동을 위한 충분한 능력과 자질, 욕구에도 불구하고 일을 포기하고 있는 현 실정이다.

그래서 대다수의 여성들은 자신의 역량보다 낮은 단계의 일에 종사하게 되고 힘들게 쌓아온 학력 및 경력과 무관한 일에 종사해야 해 안타까울 뿐이다.

심지어 40대 박사학위 소지 여성이 출산 이후 일자리를 구하지 못해 대형마트에서 아르바이트를 하는 경우도 있다. 이는 개인적, 사회적 더 나아가 국가적으로 큰 손실이라고 본다.

일·가정 양립이 가능한 사회 및 기업문화 조성에 대해 정부와 기업은 ‘국가의 지속가능한 성장’과 ‘우수 인재풀 구축’을 위해 긍정적인 태도를 보이고 있지만 ‘인력공백’, ‘급여지급·대체인력 채용 등에 따른 비용증가’, ‘인사의 어려움’등을 이유로 시행에는 주저하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일·가정 양립이 힘든 사회적 구조가 어느 한 여성과 그 가정의 문제가 아니라 우리 국민 전체 삶의 질과 연관된 문제이기도 하다.

우수한 여성인력을 사장(死藏)시키는 일은 한 여성, 한 가족의 손실뿐만 아니라 국가의 미래와 관련해서도 재앙을 초래하는 심각한 전초가 된다는 점에서 더 이상 외면할 수 없다는데 심각성을 더해 준다.

또한 여성의 경제활동이 제한된 현실에서는 남성의 경제적 능력에만 의존한다면 고용이 불안정한 현 상황에서는 가장의 실직은 곧 가정경제의 붕괴로 이어져 가정해체의 위험성마저 내포하고 있다. 이처럼 일·가정 양립은 우리 삶의 질과 밀접한 불가분의 관계가 아닐련지 되새겨보아야 할 대목이다.

일·가정 양립을 저해하는 유리천정이 우리 사회를 지배하고 있는 상황에서 우리의 삶의 질은 분명한 한계가 있을 수 밖에 없다.

복지국가의 전형인 노르웨이나 스웨덴의 경우 OECD 삶 만족도 조사에서 2위와 4위를 국가경쟁력에서는 4위와 5위를 기록한 것은 결코 우연이 아니다.

이는 여성의 경제활동 참여로 삶의 질이 높아진 결과로 여성이 곧 국가경쟁력이라는 점을 대변하는 좋은 예가 되고 있다.

지금 우리 사회는 묻고 있다. 여성의 경제활동 참여를 막고 있는 유리천정을 여성만의 일로 치부하고 그대로 보고 있을 것인가? 아니면 유리천정을 깨고 유리온실을 만들어 더 나은 삶의 질을 가질 것인가? 우리사회의 진정한 선택이 궁금할 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