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육 현장 혼란 부추기는 선행학습금지법

2014년 04월 10일(목) 18:57

본지에 의하면 광주지역의 고등학교 10곳 중 4곳가량이 신입생을 대상으로 한 수학 배치고사에서 고등학교 교육과정 수준의 선행문제를 낸 것으로 나타났다. 교육시민단체인 사교육걱정없는세상(이하 사교육걱정)은 최근 전국 169개 고등학교 수학 배치고사 문제를 분석하고 9일 결과를 발표한 가운데 169개교 중 43.8%에 해당하는 74개교가 선행문제를 냈다. 선행문제를 낸 74개교 중 13개교는 전체 문제의 반 이상을 고교 과정에서 냈고 문제 전체를 고교 과정에서 낸 학교도 7곳에 달했다.

현재 교육 현장에서는 정부가 내놓은 ‘공교육 정상화 촉진 및 선행교육 금지에 관한 특별법’(선행학습금지법) 때문에 몸살을 앓고 있다. 중간·기말고사에서 교육과정을 벗어난 문제를 출제하는 학교에 지원 예산을 줄이고, 고교 수준을 넘어선 대입 논술·면접을 치르는 대학에 정부 재정 지원을 중단하는 한편, 입학 정원도 10% 감축한다는 것이 그 내용이다.

물론 연 20조 원을 넘는 과다한 사교육비를 해결하기 위한 고육책이었다는 것은 이해하지만 선행학습금지법으로 사교육비가 줄어들 것 같지는 않다. 취지는 좋지만 오히려 공교육의 발목만 잡을 수 있다. 더군다나 고교 3학년 학생의 경우, 1학기에 고3 1년 과정을 다 배워 소화해야 한다는 큰 부담감을 안게 됐다. 어려운 수학 과목을 한 학기에 소화할 수 있겠느냐는 질문에 교육현장에선 고개를 젓는다.

특히 자사고·특목고는 교과운영 자율권의 폭이 커 선행학습을 할 가능성이 높은 허점도 있다. 결국 공교육의 대부분을 점하는 일반고 학생들만 선행학습 금지의 족쇄에 묶이는 꼴이 되는 것이다. 더군다나 공교육의 선행학습 금지 효과가 사교육을 줄일 수 있을 것이란 예단 자체가 잘못이다. 이번 법안이 사교육에 대한 어떤 규제도, 처벌규정도 없기 때문에 사교육 기관이 선행학습을 해도 무방한 구조다.

선행학습금지법은 시행령을 발표했지만 현장의 목소리를 더욱 심도있게 들어 교육 현장에서 혼란이 일어나지 않도록 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