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손만 잘 씻어도… 김은선 |
| 2014년 04월 10일(목) 18:57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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따뜻한 겨울 탓에 온갖 꽃들만 한꺼번에 핀 줄 알았더니, 모기와 식중독균 거기에 비브리오균까지도 철모르고 일찍 나타나서 보건당국의 걱정이 이만저만이 아니다. 그리고 이럴 때일수록 가장 강조되는 것이 손씻기이다.
손에는 잡다한 미생물이 산다. 손은 끊임없이 무엇인가를 만지거나 집으면서 생활에 필요한 작업을 하기 때문에 세균에 가장 많이 노출되는 신체부위이기 때문이다. 손에 묻어있던 세균은 자기도 모르게 입이나 눈, 코를 통해 몸속으로 들어가 각종 질병을 일으키며, 다른 사람에게까지 질병을 옮기기도 한다. 건강한 사람의 한쪽 손에 사는 세균숫자가 대략 6만 마리 정도이고, 세균 1마리가 1시간이면 64만 마리로 늘어난다고 하니 과연 우리 손에 얼마나 많은 미생물이 묻어있을지 상상조차 하기 힘들다. 그리고 손에서도 세균에 가장 취약한 부분이 손톱 밑이다. 특히 긴 손톱은 손을 자주 씻어도 그 속까지 잘 씻기지 않고, 손을 씻은 뒤에도 습기가 잘 가시지 않으므로 세균이 번식하기 아주 좋은 환경이 돼버린다.
미국 미시간 대학에서 병원직원 500여명을 대상으로 손톱 밑에서 세균이 얼마나 나오는 지를 조사한 결과, 손톱길이가 3mm 이상인 사람에게서는 95%에서 각종 세균이 검출됐고, 3mm 미만에서는 20%에서 세균이 검출됐다고 한다. 바로 음식물을 취급하는 주부나 요리사가 손톱을 짧게 유지해야 하는 이유이다.
그렇다면 보통 사람들은 손을 얼마나 씻을까? 최근 모 대학에서 남자와 여자를 구분하여 손씻기 실태를 조사한 적이 있다. 전국 공항, 터미널, 백화점 공중 화장실에서 2,800명을 대상으로 화장실 사용 후 손을 얼마나 씻는지 조사한 결과, 남자는 55%, 여자는 72%만이 손을 씻는 것으로 나타났다. 남자 중 절반 가까이는 화장실에서 나온 손으로 바로 악수하고, 밥도 먹고, 여자 친구 손도 잡고, 과자도 먹고, 지하철 손잡이도 잡으면서 손에 묻어있는 세균들을 사방팔방 퍼트리고 다닌 셈이다. 광주보건환경연구원에서도 광주시민 500명을 대상으로 손씻기에 대한 인식을 조사한 적이 있다. 손을 씻는 것이 질병예방에 도움이 된다는 긍정적인 인식은 94%로 높게 나왔으나, 실제 손을 하루 7회 이상 씻는 사람은 60%에 불과하였고, 그나마 그 중 70%는 물로만 대강 씻는 수준이었다. 결과적으로 손씻기에 대한 인식과 실천은 차이는 매우 크다고 할 수 있다.
실제 손만 제대로 씻어도 감염 질환의 70%, 식중독의 90%는 예방할 수 있다는 것이 의학계의 정설(定說)이다. WHO에서도 손만 제대로 씻으면 식중독, 감기, 유행성 결막염 등 각종 전염성 질환을 막을 수 있다고 강조하고 있다. 따라서 독감이 유행할 때도, 설사질환이 유행할 때도 보건당국에서 가장 먼저 당부하는 것이 손을 잘 씻으라는 것이다. 물론 손을 씻을 때에도 세균을 잘 제거할 수 있는 방법이 있다.
손에 비누를 묻혀 거품을 충분히 낸 다음 흐르는 물에 구석구석 씻어야 하고, 손깍지를 끼고 손가락 사이를 문질러 씻고 손가락은 손바닥으로 감싸서 따로 씻어야 한다. 아울러 손바닥 뿐 만 아니라 손등과 손목도 씻고 마지막으로는 양손의 손톱을 맞닿게 해서 비벼주도록 해야 한다. 손씻기 운동 중 가장 대표적인 것이 ‘1830’운동인데 ‘하루 8차례, 한 차례에 30초 이상 손을 씻자’는 내용이다. 손 씻는 시간이 10초가 안되면 세균이 씻기지 않으므로 30초 이상 씻어야 하고, 바이러스는 손에서 3시간 이상 활동하므로 하루에 적어도 8차례는 씻어야 한다는 것이다. 그런데 그것도 손을 씻은 후 잘 말리지 않으면 헛수고이다. 젖은 손은 물기를 없앤 손보다 500배 많은 세균을 옮기기 때문이다.
황사와 미세먼지, 꽃가루 시즌이 돌아왔다. 꽃샘 추위가 오고, 일교차가 심해져 사계절 중 건강관리가 가장 어려운 봄엔 ‘손씻기’가 무엇보다도 중요하다. 많은 사람들이 감기는 직접 코를 통해 전염되는 것으로 잘못 알고 있지만, 사실은 바이러스가 묻어 있는 손을 입이나 코에 갖다 댈 때에도 얼마든지 감염될 수 있으며, 식중독도 마찬가지 원리이다. 그래서 감염병을 날카로운 창이라고 한다면, 손씻기는 방패라 할 수 있다. 손씻기를 생활화하는 것이 이 봄철, 건강을 지키는 지름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