축제, 굿, 페스티벌…그리고 광주다움 문병교 스토리텔링작가

2014년 04월 10일(목) 18:57

온 나라가 축제의 물결로 출렁인다. 따스한 훈풍에 흩날리는 꽃잎처럼 여기저기서 축제를 알리는 소리가 들려온다. 대한민국은 바야흐로 축제의 계절이다. 피고 지는 무수한 꽃처럼 이름도 명분도 다양하다. 그런데 문득 원초적인 의문이 생긴다. 과연 축제가 무엇일까? 우리는 일상에서 이러저러한 축제라는 말을 공기처럼 접하게 된다. 하지만 정작 축제라는 명제에 대하여 잘 알지 못한다.

축제(祝祭)에 사용된 한자(漢字)를 살펴보니 빌축(祝)자에 제사제(祭)자이다. 문자를 살펴 보건데 그 기원이 제사의식인 제의(祭儀)에서 비롯됨을 어렴풋이 짐작할 수 있다. 유가의 사서오경 중 시경(詩經)에 축제우팽이라는 말이 나온다. 역시 축제는 제사를 의미하는 말이라고 한다. 하지만 일반대중의 머릿속에 자리 잡은 축제는 소위 이벤트성 기획행사, 뭔가 어마어마한 대규모 공연, 관광객을 위한 전시성 행사라는 인식이 자연스럽다.

축제를 칭하는 영어는 많이 있지만 페스티벌(festival)과 카니발(carnival)이 대표적이다. 우리사회에서 통상적으로 사용하는 축제는 페스티발이라는 말로 자리매김을 한 것 같다. 이들 언어는 라틴어에서 그 기원을 찾을 수 있는데 종교적인 색채가 짙은 축제로 알려져 있다. 흔히 사육제(謝肉祭)라고 번역되는 카니발은 예수가 광야에서 40일간 단식한 것을 기념하는 사순절(四旬節) 전에 사람들이 함께 모여 즐기는 축제이다. 카니발의 연원은 아득한 세월을 거슬러서 고대 로마의 그리스도교 초기의 풍습에서 유래한다고 한다.

가까운 이웃나라 일본에서도 축제의 의미로 마쓰리(祭り)라는 말을 사용한다고 한다. 마쓰리의 바탕 역시 제의(祭儀)에 두고 있음을 알 수 있다. 즉, 신과 인간이 흥겹게 만나는 마당을 축제라고 한 듯하다. 장삼이사 보통사람의 눈높이로 보건데 축제와 제사, 페스티벌의 상관관계를 이해하기에는 뭔가 범접하기 어려운 심오한 구석이 있어 보인다. 참 어렵다!

옛 사람들의 글속에서 제사를 굿이라고 표현한 것을 본다. 그런데 지금은 돌아가신 내 할아버지 할머니께서도 혼자보기 아까운 좋은 구경을 가실 때 어린 손자의 손을 꼬옥 쥐고 “아가, 굿 보러 가자!” 하셨다. 우리네 삶에서 재미있는 뭔가를 표현하는 말이 바로 굿이었다. 물론 제사와 무속의 굿, 내 할머니의 굿 사이에는 간극이 분명 존재한다. 하지만 지금 다시 생각해봐도 우리할머니 할아버지의 표현은 정말로 굿(good)이다.

여하간 오늘날 본래 축제가 품고 있는 의미는 온대간대 없다. 인간과 신이 소통하는 축제의 함의는 현대에 와서 어떻게 바뀌었는가? 대형마트의 형형색색 바겐세일도 축제요. 단순 전시성 행사도 축제라는 옷을 입고 관광객을 맞이한다. 축제가 명분 있는 어떤 사업의 악세사리와 부록이 되어 춤을 춘다. 말 그대로 대한민국은 축제 과잉의 시대이다.

삼천리금수강산 어느 곳인들 아름답지 않을까마는 천편일률의 염치없는 따라쟁이 축제가 넘쳐난다. 아무리 모양을 흉내 내고 색을 모방한들, 맛과 향기까지 똑같이 만들 수 있을까? 우리의 전통시장에 영국 런던의 2000년 된 스필다필즈 마켓의 이름을 걸고, 오래된 골목 어딘가에 인도 바라나시의 1000년 된 골목의 간판을 붙여놔도 그 본질은 변하지 않는다. 또한 영국 에딘버러의 프린지 축제를 이름만 가져와도 그것은 그것일 뿐이다.

우리다움의 향기가 바탕이 되어야 한다. 그렇지 못하면 결코 오래가지 못한다. 남들이 하는 것을 영혼 없이 뒷북만 치는 것은, 한철 유행의 바람 속에 부질없는 허깨비 장단일 뿐이다. 자동차 구경, 사람구경하는 축제는 이제 지겹다. 진정으로 광주다움, 평등의 산 무등 아래 살아온 사람들의 멋과 흥, 가슴 뜨거운 이야기 파도처럼 넘실대는 광주의 축제가 여기저기서 꽃처럼 피어났으면 하는 꿈을 꿔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