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溫故知新의 寶庫, 박물관으로 오세요 김해룡 |
| 2014년 04월 14일(월) 19:08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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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월을 맞이한 박물관의 앞마당은 봄빛으로 일렁인다.
따사로운 햇살은 파릇한 풀들을 돋게 하고, 촉촉한 봄비는 철쭉과 목련을 움트게 하며, 벚나무는 풍성하게 키워낸 꽃잎들을 선남선녀의 머리 위에 눈처럼 뿌린다. 그래서 이런 광경을 보고 있으면 마음에는 어느새 한 줄기 시구(詩句)가 스쳐 지나가고 심장은 발동기를 달아맨 것처럼 요동친다.
정겹기 만한 이런 박물관에 주말이면 또다른 봄빛이 줄을 잇는다. 부모의 손을 잡고 나들이에 나선 어린 아이들의 환한 미소 속에 긷든 봄빛이 바로 그것이다. 아이들은 팽이와 굴렁쇠, 윷놀이 등을 즐기며 부모들의 유년시절을 몸으로 이해하고, 부모들은 부쩍 자란 아이들의 뒷모습에 흐뭇해한다. 그러면서 아빠와 아들, 엄마와 딸은 새삼 가족애로 손을 맞잡고 스스럼없이 전통문화의 감흥 속으로 흠뻑 빠져든다.
이처럼 4월의 박물관 앞마당은 생동하는 봄기운에 맞춰 주말마다 가족단위의 방문객을 위해 풍성한 민속놀이 체험프로그램을 열고 있다. 전통문화가 기억에 묻히지 않고 일상 속에 살아 숨 쉬는 것임을 박물관은 봄날의 화사한 햇살처럼 지역사회에 펼쳐오고 있는 것이다.
물론 아직도 박물관이라 하면 왠지 옛것만을 전시하는 정적인 공간으로 여기시는 분들이 있다. 그러나 엄밀하게 박물관은 옛것을 익혀 새로운 것을 만들어가는 온고지신(溫故知新)의 보고(寶庫)라 말하는 것이 옳을 것이다. 실제로 필자가 몸담고 있는 광주시립민속박물관은 전시 외에도 다채롭고 역동적인 프로그램을 통해 끊임없이 과거와 현재를 잇는 소통의 시간을 펼치고 있다.
우선, 대표적인 성인 대상 프로그램인 ‘민속박물관대학’은 어언 19년째 운영 중인데 매년 우리 시민들의 관심사를 반영한 주제를 선정, 개최해오고 있다. 금년에는 ‘문화유산의 이해’라는 주제로 우리지역의 문화와 자연유산의 가치를 새롭게 조명해보는 시간을 갖고 있다. 강의 때마다 자리를 가득 메운 수강생들의 열기는 마치 수험생들을 보고 있는 것 같은 착각을 들게 할 만큼 뜨겁다.
또한, 어린이들을 대상으로 하는 수많은 프로그램 중 하나인 ‘행복한 토요문화교실’은 초등학생들이 부모와 함께 지역 문화와 자연, 삶과 역사를 되밟아보는 시간이다. 2008년에 시작해 지금까지 3천명의 어린이들이 참여했고 재미난 체험교육 덕분인지 호응도가 갈수록 높다. 올해는 더욱 알찬 내용으로 11월까지 운영한다.
이처럼 오늘날의 박물관은 지역문화와 역사를 알리는 본연의 기능으로 체험과 교육을 핵심 사업으로 삼고 있다. 특히, 어린이를 대상으로 하는 프로그램은 그들의 문화적 감성과 잠재력을 키우고 지역정체성을 통해 공동체의 어엿한 성원으로 성장하도록 돕는데 초점을 맞춰 진행하고 있다.
그래서일까, 최근 들어 우리 시민들이 소중한 문화체험과 가족애, 나아가 광주공동체의 정신까지 살뜰히 챙겨보는 민속박물관의 교육프로그램에 보다 많은 관심을 가졌으면 하는 바람이 갈수록 커져만 간다. 손때 묻은 유물 앞에서 어린 자녀들에게 옛 고향의 구수한 이야기를 들려주고, 그 아이들이 지역문화와 역사의 전령사로 커나가는 터전이 되는 4월의 화사한 박물관에서 시민 여러분을 만났으면 하는 바람이 어느 때보다도 간절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