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견제받지 않는 지방권력은 부패한다’ 주필·이사 nam48@kjdaily.com

2014년 04월 16일(수) 20:03

얼마 전 안철수 새정치민주연합 대표는 국회 연설에서 정치인 공약을 벚꽃에 비유했다. ‘우리 정치가 어쩌면 저 벚꽃과 같을지 모른다고 생각했습니다. 선거 때만 되면 마치 벚꽃이 피듯, 갖은 공약들이 화려한 색과 향기로 치장되지만, 선거가 끝나면 바람에 흩날리는 꽃잎처럼, 그 약속들도 모두 허공에 스러져버리기 때문입니다.’ 그리고 강하게 주장했다. ‘새정치민주연합은 다가오는 6·4 지방선거에서 기초선거 공천을 포기하는 커다란 기득권을 내려놓았습니다.… 기초의원 공천권을 가진 국회의원과 중앙당의 줄 세우기에 동원되는 기초의원들은 국민의 일꾼이 아닌, 공천권자의 일꾼이 되어야 했습니다. 저희는 이런 기득권 정치를 먼저 청산하려 합니다.’

그러나 새누리당이 기초공천을 하고 새정치민주연합이 무공천할 경우 ‘망한다’는 여론에 밀려 공천을 결정하고 말았다. 서울·경기지역만을 고려한 듯 하다.

호남은 공천하나 무공천하나 새정치민주연합 사람이 당선될 것이므로 이쪽 분위기는 고려조차 되지 않았다.

그러나 기초공천 폐지와 정치개혁을 가장 간절히 원했던 지역은 호남이다.

그러나 ‘정당의 독식’ ‘도로 민주당’이라는 암울한 그림자를 다시 안았다. 호남이 안철수 대표에게 보낸 ‘새 정치’에 대한 광범한 지지는 일당독점체제의 폐해에 대한 극복의지가 반영되었던 것인 만큼, 안철수 대표는 기초공천에 관계없이 이번 선거에서 ‘새정치의 전범’을 보여주어야 할 책임이 있다.

왜 호남사람들의 정치개혁 열망이 그토록 강한가를 알아야 한다. 일부정당이 지역을 독식하면서 부패와 무능이 만연하고, 지역토착세력화가 이뤄지면서 공천=당선이라는 공식이 지역정치 발전을 막아왔기 때문이다.

그동안 지역의 시민사회가 일관되게 정당공천 폐지를 요구해온 것은 국회의원, 당 관료 등 소수 정치인에게 권력이 집중돼 있는 정당의 정치독점 행태로는 정치선진화를 이룰 수 없고 극단적인 정치 갈등이 반복될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어떻게 하면 깨끗하고 능력 있는 지방자치 권력이 들어서서 제대로 된 지방자치를 실현시킬 수 있을지 고민해야 한다.

어쩌면 새정치의 문제는 공천제 폐지 여부에 있는 게 아니라 정당이 현역 기득권과 토호세력의 반발, 견제를 뚫고 부패한 지방권력을 개혁할 의지를 보여줄 수 있는지 여부에 달려있다.

그것은 곧 어떤 인물을 공천하느냐의 문제이기도 하다. 지방선거 때마다 후보자들이 검은 돈을 뿌리고 조직을 동원하다가 낙마하는 사례가 되풀이되고 있다.

우여곡절 당선돼도 뿌린 돈을 거두느라 같은 일이 반복된다. 책임 있는 정당이라면 이 현상을 넋 놓고 지켜봐선 안 된다. 특히 현역이 재선 삼선을 위해 일 보다 조직 장악에 더 신경 쓰고 다음 선거 준비에 목을 매는 현상은 반드시 뜯어고쳐야 한다.

그렇게 쌓은 현역의 기득권은 지역을 토호세력화하여 누구도 넘볼 수 없는 철옹성을 쌓고 그 안에서 부패하기 쉽다.

이런 현상이 바로 정치에 대한 환멸과 냉소를 부추기는 것이다. 지방 발전이 더디거나 오히려 후퇴하는 현상엔 이런데 큰 원인이 있다.

새정치민주연합은 올해 지방선거에서 대변화를 보여주지 못하면 다시 10%대 지지율로 내려않는다는 점을 잊어서는 안 된다.

광주·전남처럼 재정자립도가 매우 낮아 중앙에 기대며 근근이 살림을 꾸려가고 있는 지역에서 지방권력을 개혁하지 못한다는 것은, 지역민이 낸 세금으로, 마피아처럼 돈을 걷어 해먹고, 그 돈으로 조직을 키우고 또 다시 선거에 나가 당선돼 조직을 더 크게 키우고, 설령 낙마해도 또다시 선거에 출마할 수 있도록 돕는 ‘조폭정치’다.

새정치민주연합에게 호남에서의 6·4지방선거는 이기기 위한 전략은 필요 없다.

얼마나 진심으로 개혁공천을 하느냐, 지방의 경쟁력을 갉아먹는 지방권력 개혁을 얼마나 진지하게 수행하느냐, 정치개혁을 원하는 지역민의 염원에 얼마나 부합하느냐를 가늠하는 선거다.

맘 놓고 싹쓸이할 수 있는 호남에서 ‘새정치’를 보여주지 못한다면 새정치민주연합의 정체성은 흔들릴 수밖에 없다. 중앙권력의 지방 이전이 필요하듯, 지방권력도 이제 시민에게 되돌려 주어야 한다.

시민의 힘은 행정권력을 견제하고, 정부를 설득할 강력한 무기다. 권력의 효율도 높다. 민선시대엔 결단코 시민이 주체가 돼야 한다.

호남사랑 광주정신으로 대한민국의 미래를 활짝 열어 재낀 호남의 힘을 ‘고인 물’에 다시 가두지 말라.

호남인의 맑은 마음을 썩은 권력이 흙탕물 만들지 않도록 지방권력을 개혁하고 또 개혁해야 한다.

호남인은 새정치민주연합에게 ‘부패 독점’이 아니라 ‘아름다운 독점’이라며 박수를 쳐주고 싶다. 부디 지역민에게 지방의 권력을 돌려달라. /주필·이사 nam48@kjdail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