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전재난 시스템 부재가 재앙 불렀다

2014년 04월 20일(일) 18:49

참으로 침통하고 기가 막힐 일이다. 국내에서 가장 크다는 6천925t급 크루주선인 세월호의 전복은 단순한 참사를 넘어 전 국민을 혼돈으로 몰아넣고 있다. 대낮에 평온한 진도 앞 바다를 운항하던 국내 최대의 여객선이 침몰한 것도 믿을 수 없지만 사고 5일째가 됐는데도 구조는 더디기만 해 애태우는 감정이 분노로 이어지고 있다.

세월호 침몰은 선사의 안일함과 사고발생시 현장에서의 대처 능력, 정부의 위기관리 능력부족 등이 복합적으로 발생한 그야말로 전형적인 안전관리 시스템 부재가 불러온 재앙이다.

그래서 국민들은 사고 자체에도 분통하고 있지만 속수무책인 정부의 대처에 더 분개하고 있다. 그동안 정부는 큰 사고가 나면 관리감독을 강화하고 재발방지를 다짐했지만 늘 그때뿐이다.

이번에도 막상 대형 참사가 발생하자 안전행정부와 해경, 해군, 해양수산부가 제각각 따로 움직이면서 우왕좌왕했다. 국가적 대형 참사가 터진 상황에서도 해수부는 해경에 책임을 떠넘기는 듯한 모습을 보이는 듯 부서 간 칸막이는 여전했다.

사실 현 정부는 그 어느 정부보다 국민의 안전을 우선했다. 국민안전이 최우선이라며 행정안전부는 ‘안전행정부’로 바꾸고 각종 안전매뉴얼을 선보였다. 그러나 현장에서는 지켜지지 않았다.

세월호의 선사인 청해진해운이 해경에 제출해 심사를 받은 세월호의 ‘운항관리규정’에 따르면 열흘마다 세월호에서 소화 훈련, 인명 구조, 퇴선(배를 버림), 방수 등 해상인명 안전훈련을 실시해야 했다. 또 3개월마다 비상조타훈련을, 6개월마다 충돌·좌초·추진기관 고장·악천후 대비 등 선체 손상 대비훈련과 해상추락 훈련을 약속했다. 그러나 실제로는 이런 훈련이 거의 이뤄지지 않았다.

규정대로 훈련을 했다면 설령 배가 기울어졌더라도 구명보트를 작동해 대처가 가능했을 것이라는 의미다. 따라서 이번 세월호 침몰 사건은 안전매뉴얼이나 시스템 그 자체보다 이를 현장에서 얼마나 철저하게 실천하느냐가 중요한지를 뼈저리게 느끼게 하고 있다. 이 같은 재앙이 다시는 재발되지 않도록 정부의 안전재난시스템을 전면 재검토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