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0% 광주’ 공연 광주의 속살을 그대로 시민이 주인공 참신 흥미로운 질문 집중력 높여 ‘돋보인 연출력’ 러닝타임 120분 다소 길어 지루 오경은 기자 white@kjdaily.com

2014년 04월 20일(일) 19:42

다른 사람의 삶 자체도 흥미로운 이야기 거리가 될까? 답은 ‘된다’이다. 적어도 ‘100% 광주’ 공연 속에선 말이다. 광주에 어쩜 이렇게 재미있는 사람이 많은지, 이토록 감동적인 사연을 가진 사람이 있었는지 전엔 미처 몰랐다.

지난 19일 오후 7시 광주문화예술회관 대극장에서 첫 공개된 사회 참여적 연극 ‘100% 광주’는 통계와 설문의 완결판을 보여주는 참신한 공연이었다. 흔히 주변에서 쉽게 볼 수 있는 시민들이 공연에 직접 참여하면서 일반 배우들이 등장하는 연극과는 달리 친밀감이 많이 느껴졌다. 광주의 속살을 있는 그대로 보여주는 흥미진진한 공연이었다.

100% 광주는 호남지방통계청에서 일하는 최옥희 씨의 이야기로 시작됐다.

“어릴 때 내셔널지오그래픽 기자가 되고 싶었고 현재는 남미에 사는 것이 꿈”이라는 그녀는 공연 구성원들이 어떻게 짜여졌는지 설명한다. 그리고 광주 인구조사통계표를 기준으로 한 연령대와 성비, 출신지역 등 다양하게 선별된 100명의 시민들이 한명씩 나와 자기소개를 시작한다. 마라톤 풀 코스가 취미인 건설회사 대표, 만화를 좋아하는 김꽃비 씨, 세월호에 산소를 선물해주고 싶다는 30대 남성까지. 100명의 시민들은 저마다 지닌 자신만의 이야기를 관객에게 들려준다.

소개가 끝나자 대형스크린에서는 동그란 룰렛이 돌아간다. 그리고 100명의 시민들은 한명씩 질문을 던지고 그들은 저마다 YES & NO로 답한다. ‘선생님에게 맞은 적이 있는 사람’, ‘광주시장이 되고 싶은 사람’ 등등 이 과정에서 관객들은 질문에 스스로 답해보기도 한다.

공연 중 답하기 꺼려지는 질문을 위해선 무대의 불이 꺼지고 그 답을 불빛으로 보여주는 모습은 이색적이었다. 공연 말미에 초록색, 노란색, 파란색, 빨간색 등으로 의사를 표현하는 모습도 통계를 한눈에 볼 수 있어 흥미로웠다. 다소 아쉬운 점은 한명 씩 질문을 하는 부분에서 순서가 짜여져 있지 않다보니 손발이 다소 맞지 않은 부분이었다. 120분이라는 러닝타임과 질문이 다소 많아 조금의 지루함도 느껴졌다.

통계는 과학이지만, 100% 광주 공연은 일종의 게임이다. 특히 사회의 단면을 보여주는 입체적인 형상이 될 수도 있다. 평소에는 전혀 만날 일이 없는 사람들이 무대 위 집단속에서 만나면서 친구의, 친구의, 친구로 연결되고 인연의 끈이 생기는 점은 공연이 끝나고 난 뒤에 가슴 따뜻함을 준다.

/오경은 기자 white@kjdail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