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전 최우선 한다더니…새 재난대응체계 분노만 불렀다 실전서 ‘무능’ 여실히 드러내…전국민 공분 중대본 기능 무색·준비없이 사회재난 총괄 초동대응 여전히 미흡…골든타임 사수 못해 /노병하 기자 icepoem@kjdaily.com

2014년 04월 20일(일) 20:22

국가적 재난이 일어났음에도 정부는 없었다. 정확히는 정부의 신속한 ‘대책’은 없었고 우왕좌왕하는 ‘무능’만 있었다

지난 2월 완성한 재난대응체계는 실전에서 아무 쓸모가 없었고 초동대응 미흡으로 애꿎은 고귀한 생명만이 바다 속에 잠겨갔다.

당연히 국민들은 국민안전을 국정전략으로 내건 현 정부의 재난대응체계에 대해 분노를 쏟아냈고 전문가들 역시 재난대응체계가 되레 혼선과 혼란을 가중한다며 수정이 필요하다고 입을 모으고 있다.

◇‘안정행정부’에 ‘안전’은 없었다

지난 2월7일 현 정부의 재난대응체계의 설계도격인 ‘재난 및 안전관리기본법’이 대수술을 거쳐 시행됐다.

이 법의 핵심은 안전행정부에 범정부 재난안전 컨트롤타워인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이하 중대본)를 설치하고, 사회재난의 총괄기능을 맡기는 것이다.

사회재난이란 자연재난을 제외한 다양한 인적 재난을 의미하며 이번 세월호 참사도 이에 해당한다. 이 법 시행 이전에는 방재청이 인적재난을 총괄했었다.

당시 방재 관련단체와 전문가들은 법 개정 추진 과정에서 안행부로 사회재난 총괄기능을 이전하면서 방재청의 전문인력은 흡수하지 않는 등 준비가 불충분하다며 개정을 반대했다.

결국 우려는 현실이 됐다.

세월호 사고접수 후 중대본이 꾸려진 것은 무려 한 시간이 지난 뒤였으며 그나마 초기 역할은 각 기관이 보고하는 숫자를 모으는 역할 뿐이었다.

그리고 그 숫자마저도 부정확하게 집계했고 또 집계하는 과정에서 우왕좌왕하며 스스로 혼란을 초래했다. 당초 기대했던 현장을 책임지고 해양경찰청의 역량을 보강, 신속하고 효과적인 초동대응을 유도하는 컨트롤타워로서 중대본은 애초부터 존재하지 않았던 것이다.

◇시간 지나자 다른 대책본부에 밀려

사건 초기에 혼란을 초래했던 중대본은 뒤이어 아예 그 존재 자체가 무의미해졌다.

지난 17일 정부가 세월호 사고 수습과 사후대책을 총괄할 범정부적 차원의 대책본부를 목포 서해지방해양경찰청에 구성하고 정홍원 국무총리가 본부장을 맡으면서 유명무실해진 것이다.

‘국무총리 대책본부’는 더 강력한 재난대응을 지휘할 수 있다고 볼 수도 있지만, 체계적인 대응을 위해 법으로 만들어 놓은 범정부 재난대응체계를 일순간에 ‘부정’한 셈이다.

여기에 박근혜 대통령이 현장을 찾아 대응방침을 제시한 것이 되레 기존 시스템이 제대로 작동할 기회를 없앤 것이라는 시각도 있다.

관가에서는 국무총리가 범정부 대책본부를 현장에 구성함에 따라 강병규 안행부 장관이 이끄는 범정부기구는 사실상 역할이 없어졌다는 얘기가 나오고 있다.

방재 관련 단체의 한 관계자는 “중대본의 역할이 부처간 역할 조율인데, 총리가 나선 이상 안행부 고위층 운신의 폭은 크게 줄어들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 관계자는 “국무총리가 지휘하는 범정부 재난대응체계는 법적 근거도 약하다. 이런 지휘체계가 더 옳다고 본다면 법을 개정해 재난대응체계를 새로 구축해야 한다”고 말했다.

◇분통 터지는 초동대응

무엇보다 이번 참사에서 전 국민의 공분을 부른 것은 바로 초동대응이었다.

세월호 침몰사고의 1차 대응 기관은 해양경찰청이다. 그러나 이번 세월호 참사에서 해경은 선박이 급속도로 빠르게 침몰하고 있는데도 선박에 접근하고 나서야 해상구조에 집중했다. 또 선체 대부분이 수면 아래로 가라 앉고 30분 가량이 지난 뒤인 16일 오전 11시24분쯤에야 20여명의 잠수부가 최초로 투입됐었다. 어마어마한 사태에 비해 구조인원이 너무 적게 투입된 것이다.

이런 정황들을 종합해보면 해경은 생존에 필요한 사고 초기의 금쪽 같은 시간인 이른바 ‘골든타임’을 놓친 것으로밖에 해석할수 없다.

이어 해경은 18일에야 잠수부를 500여명으로 늘리고 민간 잠수방식을 시도했다.

아울러 사고 첫날부터 기상악화나 잠수 준비시간 단축을 위해 해상에 설치하는 바지(선), 일명 ‘잭업 바지’를 설치해야 한다는 의견이 인터넷 등에 제기됐으나 19일 오전에야 실행에 옮겼다.

18일 새벽 시신 유실가능성이 제기됐지만 “주변에 선박들이 많아 유실 우려가 낮다”는 이유로 별다른 준비가 없다가 이날 늦게부터 그물 설치를 준비한 것도 피해자 가족들의 분노를 불렀다.

종합해보면 각 부처간 우왕좌왕하고 초등대처를 미흡하게 한 결과 피해자들만 지속적으로 늘어난 것이다.

방재 당국의 한 관계자는 “안행부 장관이 지휘하는 중대본 구조나 안행부와 방재청으로 나뉜 역할 분담이 제대로 작동할 수 있는 재난대응체계인지, 보다 신속한 초동대응체계는 없는지 이번 사고를 계기로 다시 점검해야 할 것 같다”고 말했다./노병하 기자 icepoem@kjdaily.com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