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들이 간절히 찾던 대한민국은 없었다 정부, 갈팡질팡 대응 초동조치도 미흡 사망자 증가 밤낮 없는 총력수색에도 구조자 없고 시신만 수습 더딘 구조 가족 분통…일부 사망자 ‘눈물의 장례식’ 임채만 기자 icm@kjdaily.com

2014년 04월 20일(일) 20:41

계속되는 수색작업 여객선 ‘세월호’ 침몰 닷새째인 20일 오후 진도군 조도면 병풍도 북쪽 3km 앞 사고 해상에 설치된 리프트백(공기 주머니)주변에서 해양경찰 등 구조대원들이 수색작업을 벌이고 있다. 뒤쪽으로 대형크레인의 모습이 보인다. /연합뉴스

차가운 물속에서 아이들이 간절하게 찾았을 대한민국의 구조대는 끝내 이들에게 나타나지 않았다.

여객선 세월호가 침몰 한지 닷새째, 밤낮을 가리지 않는 구조작업이 진행되고 있지만 생존자는 아직 발견되지 않고 있다.

지난 주말 내내 진도 해상에는 비바람과 짙은 안개 등 악천후가 펼쳐졌지만 민·관·군·경은 단 한 명의 생명이라도 구하기 위해 팔을 걷어 붙였다. 하지만 생존자가 아닌 사망자만이 발견될 뿐이었다.

그 시각 정부는 연일 혼선을 빚으며 총 승선자 및 구조자 수, 수색 상황 발표를 수차례 번복했다.

급기야 20일 새벽 “정부의 대처를 믿지 못하겠다”며 청와대를 항의방문 하려다가 이를 저지하려는 경찰과 충돌을 벌이기도 했다.

침통과 슬픔으로 가득한 4월 봄날 어느 주말에 벌어진 대한민국의 뒷모습이었다.

◇정부 불신 극에 달해

“대통령이 아이들을 구출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라고 했잖습니까? 왜 잠수부를 못 들어가게 하는 겁니까.”

진도에서 만난 실종자 가족들은 정부에 대해 극도의 불신을 가지고 있었다. 실제로 실종자 가족들은 “여기서 일어나는 일을 국민들조차 제대로 알지 못하고 있다. 정부가 우리 아이들을 어떻게 죽여가고 있는지 알려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만큼 정부에 대해 불신이 가득한 것이다. 정부 역시 스스로 이런 현상을 자초했다. 연일 총 승선자 및 구조자 수, 수색 상황 발표를 번복하면서 전국민의 공분을 샀다.

한 피해자 가족은 “지금 정부가 얼마나 말을 많이 바꿨습니까? 이제는 무슨 말을 해도 믿을수가 없습니다. 뭘 하겠다는 말만 앞서고 실제로는 아무것도 하지 않는 정부를 어떻게 믿습니까”라고 반문했다.

한편, 이날 새벽 5시께 안산제일장례식장에서 안산단원고 2학년4반 장진용 군의 발인식과 이후 한시간 간격으로 같은 반 안준혁 군, 6반 담임 남윤철 교사, 3반 담임 김초원 교사의 장례식이 차례로 치러졌다.

◇구조대 수색…사망자만 늘어

세월호 침몰 닷새째인 이날까지 구조대는 전날 밤 최초로 선체 내부에서 사망자의 시신을 수습한 이후 이날 선체 내부에서 모두 22명의 사망자 시신을 수습했다. (오후 8시 현재)

범정부사고대책수습본부에 따르면 전날 밤 이후 선체 내부에서 발견한 사망자는 22명이고 이날까지 총 사망자는 58명이라고 밝혔다.

이로서 현재까지 알려진 총 탑승자 476명 중 실종자는 244명, 구조자는 174명이다.

민관군 합동구조팀은 전날 밤 11시48분께 선체 유리창을 깨고 4층 선수 중앙부에 위치한 격실 내부로 진입해 안에 있던 남성 3명의 시신을 수습했다. 이어 이날 새벽 5시35분께 정확한 위치가 확인되지 않는 격실 내부에서 1명(남성), 5시50분께 3명(남1·여 2명), 오전 7시40분부터 8시2분 사이 남성 9명의 시신을 발견했다. 또 오후 들어 시신 6구를 추가로 발견했다.

대책본부는 전날 야간 수색에 나서 함정 192척과 항공기 31대를 동원, 총 4차례에 걸쳐 조명탄 836발을 투하하면서 해상 수색을 했다. 잠수부 563명을 동원해 15차례에 걸쳐 선체 수색을 했다.

또한 선체 내 진입 가능 루트를 민간, 해군, 해경이 동시 다발적으로 구축해 현재 5곳의 루트가 개척돼 있고, 가이드라인은 5개가 설치돼있는 상태다. 아울러 이날에도 함정 204척, 항공기 34대를 이용해 선체 주위 해역을 수색하고 잠수부 563명을 투입해 선내 집중 수색했다.

◇죄책감에 빠진 전국민

더딘 구조와 사망자가 늘어남에 따라 국민들의 한숨도 커져갔다.

특히 다수의 사람들이 이유도 없이 눈물을 흘리는 등 집단 트라우마 현상까지 나타나고 있다.

실제로 회사원 김용진(32·화정동)씨는 “주말인데도 아무것도 하지 못한채 TV만 켰다 껐다를 반복했다”며 “아이들이 얼마나 고통스러워 했을지 생각하니 가슴이 먹먹하다”고 말했다.

유치원 교사인 노화연(37·신가동)씨도 “이 아이들의 죽음이 결국 우리 기성 세대들의 잘못이 아니겠느냐”며 “어른들이 잘못된 시스템을 만들어 놓으니까 아이들이 희생된 것”이라고 안타까워 했다.

노씨는 이어 “대한민국에서 산다는 것이 이렇게 부끄러울 수가 없다”며 고개를 숙였다.

택시기사 장석동(52)씨도 “사고 초기에 정부가 우왕좌왕만 하지 않았어도 더 살릴 수 있었던 것 아니냐”며 “쉬는 날 1박2일로 여행을 다녀올 예정이었지만 도저히 발걸음이 떨어지지 않아 취소했다”고 전했다.

이같은 현상에 대해 전문가들은 집단공황 상태라고 분석하고 있다.

곽금주 서울대 심리학과 교수는 “세월호 사태로 기성세대들을 중심으로 집단적인 죄책감에 시달리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면서 “이런 죄책감은 이 순간 제일 힘들 유가족과 생존자들에게도 도움이 되지 않기 때문에 사회 분위기를 실의에서 치유로 바꾸도록 노력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노병하 기자 icepoem@kjdaily.com

/임채만 기자 icm@kjdail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