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국서 구호품 답지…‘미개’하지 않은 ‘일류’ 국민들 생필품 등 온정 잇따라 진도우체국 마비 자원봉사자도 몰려 가족들과 고통 나눠 /노병하 기자 icepoem@kjdaily.com

2014년 04월 22일(화) 20:17

전국 각지에서 자원봉사 등 구호물품이 이어지고 있는 가운데 진도군 팽목항에 도착한 물품을 자원봉사원들이 옮기고 있다./김애리 기자 kki@kjdaily.com

“국민이 미개하다.”

새누리당 서울시장 예비후보인 정몽준 의원의 아들의 ‘미개한 국민’ 발언에 대해 국민들의 비난이 빗발치고 있는 가운데 진도에서는 결코 미개하지 않은 전 국민들의 온정들로 연일 발 디딜틈이 없다.

전국에서 답지하는 구호품때문에 진도우체국에는 비상 근무령이 내려졌고 연일 자원봉사를 하겠다는 사람들로 인해 진도 체육관은 북적인다.

실제로 침몰 7일째인 22일 진도체육관에는 직접 트럭에 구호품을 가득 실고 온 자원봉사자들이 “내릴 곳이 어디냐”며 관계자를 찾는 모습으로 분주했다.

또 점심시간에는 실종자 가족들에게 식사를 나눠주기 위해 배식대를 끄는 대학생들이 분주하게 움직였고 의료부터 생필품까지 모두 현장에서 지원이 되고 있다.

우체국도 정신이 없었다. 이날까지 진도우체국에 도착한 위문품은 등기로 온 것만 3천300상자. 일반우편으로 온 것은 집계하지 못 할 정도로 많다.

지난주에는 주말도 반납한 채 전 직원이 근무했다. 우체국 한 관계자는 “평소 하루 8t 트럭 1대 정도 처리하는데 요즘은 4대도 넘는다. 진도군민을 대신해 국민들의 마음에 정말 감사하고 몸이 고되지만 그건 아무 것도 아니다”고 감사의 마음을 전했다.

자원봉사자들도 안타까운 마음으로 현장에서 고통을 나누고 있다.

이들은 누가 시키지 않았는데도 스스로 ‘세탁서비스’, ‘혈당 체크’ 등의 문구가 적힌 팻말을 들고 다니며 가족들이 직접 부스로 찾아오지 않도록 세심한 데까지 배려하고 있다.

한 세탁봉사자는 “집에 가지 못하는 분들이 많아 하루 100㎏이 넘는 세탁을 했다”며 “옷이 섞이지 않도록 유의하고 있다”고 말했다. 체육관 바깥에 설치된 30여 개의 천막에서는 늘 음식 준비가 한창이다. 힘이 빠진 가족들이 식사를 마치고 빈 그릇이라고 가져다 놓을라치면 “그냥 두세요. 저희가 할게요”라며 자원봉사들이 그릇을 받아 드는 등 소소한 도움까지 놓치지 않는다.

각종 쓰레기 수거도 오롯이 봉사자들의 몫. 수시로 쓰레기봉투를 들고 체육관 안팎을 오가는 모습이 분주하다.

체육관 뿐만 아니라 팽목항에도 40여 개의 구호물품·자원봉사 부스가 마련돼 있다.

특히 팽목항은 수습된 시신이 도착하는 곳이라 안정제, 두통약 등을 찾는 가족들이 많다.

휴가를 내고 진도로 달려온 봉사자들도 적지 않았다.

서울에서 직장을 다니는 백민길(34)씨는 “주말에는 봉사자가 많다고 해서 이틀 휴가를 내고 평일에 왔다”며 “짧은 기간이지만 도움이 되고 싶다”고 말했다.

지역민들도 연일 현장에서 조금의 도움이라도 되기 위해 최선을 다하고 있다.

사고 현장 최전선에서 사투를 벌이는 잠수사들을 위해 빵과 음료, 바나나, 생수 등을 손수 포장해 보낸 진도 주민 김문환(42)씨는 “잠수사들이 잘 먹고 힘을 내야 생존자를 한 명이라도 더 구할 수 있을 것 같아 작은 정성을 보탰다”고 말했다.

한편, 지금까지 파악된 봉사자는 총 1만 명에 가까운 상태며 이들 대부분은 연일 들려오는 암울한 소식 속에서 실종자 가족들과 취재진들에게 조금이라도 도움이 되기 위해 구슬땀을 흘리고 있다.

현장의 한 취재진은 “이들을 보고 감히 누가 ‘미개하다’고 말하는가”라며 “삼류 재난시스템 속에서도 이런 일류 국민들이 있다는게 그저 고마울 따름”이라고 말했다.

/노병하 기자 icepoem@kjdaily.com

/진도=박세권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