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도 팽목항에서 울부짖는 엄마·아빠에게! 주필·이사 nam48@kjdaily.com

2014년 04월 23일(수) 19:48

얼마나 외롭고 답답하고 분통합니까. 얼마나 고통스럽고 원망스럽습니까. 이제 피눈물 마를 때도 됐는데 더 깊은 곳에서 솟구칠겁니다. 자식 키우는 대한민국 모든 부모가 같은 마음입니다.

일주일간 저 진도 바다를 먹먹하게 바라보면서 울고 소리치고 기도하고 무릎 꿇고 펄펄 뛰는 모습, 바라보는, 우리도 아팠습니다. 첫 소식을 접하고는 깜짝 놀라 ‘제발 모두 무사하기를’ 빌었습니다. 둘째 날에는 ‘제발 기적이 일어나기를’ 염원했습니다. 셋째 날엔 더딘 구조에 참담하고 답답했습니다. 그리고 그 다음 시간은 셀 수가 없습니다. 뱃머리가 모두 바다에 침몰했을 때 ‘제발 제발~’밖에 할 말이 없었습니다. 시신이 항구에 닿을 때마다 우리도 진도 팽목항에 있는 심정으로 오열했습니다.

전 세계 언론은 진도 앞바다에서 구조할 수 있는 모든 시간을 허송세월해버린 대한민국 정부의 무능함을 연일 보도하고 있습니다. ‘뭐 이런 상식 밖의 나라가 있냐’는 반응입니다. 그러니 이 불랙홀 안에서 끔찍한 시간을 견디고 있는 실종자 사망자 가족은 얼마나 끔찍하겠습니까. 칠흑같은 바닷속으로 함께 빨려 들어간 무책임·무대응 앞에 할 말을 잃습니다.

세월호 실종자 사망자의 엄마·아빠!

악을 써도 정부가 받아주지 않자 급기야 ‘대국민 호소문’을 냈지요. 여러 번 읽으면서 많이 울었습니다. ‘정부의 행태가 너무 분한 나머지 국민들께 눈물을 머금고 호소하려 합니다. 실내체육관 상황실에 와보니 책임을 지고 상황을 정확히 판단해주는 관계자가 아무도 없고 상황실도 꾸려지지 않았다’고 하셨고 ‘알고 싶은 것은 현재 진행되는 상황인데 누구하나 책임지고 말하는 사람이 없고 지시를 내려주는 사람이 없었다. 이 상황에서 아이들은 살려달라고 차가운 물속에서 소리치고 있었을 것이다’며 울분을 토했지요. 그리고 ‘국민 여러분, 이게 진정 대한민국 현실입니다. 아이들을 살릴 수 있도록 도와주세요’ 했습니다.

우리 국민이 세금을 내는 이유는 이런 위기상황 때 국민을 위해 안전조치 해달라는 보험 같은 것입니다. 어렵게 벌어서 피 같은 세금을 국가에 내도고 왜 실종자 가족들은 ‘도와 달라’고 사정해야 할까요. 보험회사에 보험금을 내면 사고 시 당연히 약속한 보험금이 지급되는 것처럼 국민이 위기에 처하면 정부는 어떤 일이든 기어코 해야 되는 것 아닙니까. 그런데 자식이 저 시퍼런 바다에서 죽어가는 것을 지켜보는 가족이 ‘제발 도와달라’고 사정해야 하는 현실이 안타깝습니다.

사정이 갈수록 악화되자 또 하나의 대국민 호소문이 나왔습니다. 세월호 침몰 사고 생존자 학부모들이 정부의 신속한 구조를 촉구하면서 낸 것입니다. ‘구조 작업은 더디고, 지켜보는 부모의 가슴은 타 들어갑니다. 진도의 실종자 학부모들은 대통령을 만나고자 했습니다. 청와대로 가려고 했습니다. 그러나 경찰들에 저지당했습니다. 그들 또한 섬에 갇혀 있는 신세가 되고 말았습니다. 살아남은 아이들의 학부모로서 마음이 무겁습니다. 정부에 촉구합니다. 지금 정부는 무엇을 하고 있습니까?’

아직도 진도 팽목항에서 아들·딸을 기다리고 있는 엄마 아빠!

같이 울고 있는 국민이 너무 많다는 걸 잊지 마세요. 밤바다를 바라보며 기도하는 그 어깨를 다독이고 싶은 국민이 너무 많다는 걸 잊지 마세요. 그리고 이 길고 긴 눈물의 강에서 우리는 똑똑히 많은 것을 보고 있습니다. 국가의 미래는 물론, 국민들의 삶 이모저모를 살피지 않고 권모술수에 기대어 표를 얻는 데 급급한 정치인들, 정치로부터 어떤 통제도 받지 않은 채 잘못된 ‘관행’을 따르며 국민이 아닌 부와 권력을 가진 자들의 눈치만 살피는 관료들, 국민은 똑똑히 지켜보고 있습니다.

아직도 진도 팽목항에서 아들·딸을 기다리고 있는 엄마 아빠!

저 바닷속 아이들을 위해 할 수 있는 일이 없다는 사실이 참담하고 또 참담합니다. 전능하신 신이 있다면 제발 기적을 행사하라고 기도할 수밖에 없는 현실이 정말 밉습니다. 잘못했고, 앞으로 잘하겠다는 식의 진부한 언동도 싫습니다. 국민은 너나 할 것 없이 침몰 당일 즉시 대한민국의 ‘모든 자원’을 쏟아 부어, 생때같은 목숨들을 구조했어야 했다고 말합니다. 정치나 정책을 모르는 국민도 아는 일을 왜 정부는 몰랐을까요.

공직자에게 국민의 생명과 재산을 지키는 것보다 앞선 가치는 없습니다. 원인과 대책은 너무나 많은 언론이 떠들어대서 거론하지 않겠습니다. 분명한 것은 기적만을 바라는 무기력함에 가슴과 땅을 치고 싶은 국민이 팽목항의 엄마·아빠들과 함께 있다는 사실입니다.

많은 대한민국 엄마 아빠들이 무사히 잠자리에 든 제 아이들을 보며 죄스러운 마음을 갖고 있다는 것 잊지 마십시요. 내 자식의 무사함을 감사하는 것조차 죄스럽게 만드는 이 땅의 삶이 많이 버겁습니다. 먼저 간 아이들은 지난 일주일간 타는 목마름으로 자식의 이름을 간절히 부르던 엄마·아빠의 사랑을 잊지 않을 것입니다. 국민이 함께 아파하고 있다는 사실을 잊지마세요. /주필·이사 nam48@kjdail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