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민국에서 지역기자로 산다는 것은 노병하 사회부 차장대우 icepoem@kjdaily.com

2014년 04월 24일(목) 20:36

지난 23일 한 중앙일간지 4년차 기자가 “기자가 된 것을 후회한다”며 세월호 취재에 대한 소회를 보도했다.

내용을 간추려 보면 진도 앞바다에서 침몰한 세월호 취재 중 실종자 가족들의 눈물과 절망을 옆에서 보고 있으니 그런 마음이 들더라는 것이다. 정확히는 그들의 비통함을 몇몇 단어로 옮길 수 없어서 후회한다는 내용이었다.

그렇다. 후회한다. 그러나 나는 좀더 다른 방향에서 기자가 된 것을 후회한다.

먼저 세월호 침몰 사건 초기 ‘300여명이 구출됐다’는 해경과 중대본의 결과 발표를 통신들이 점검없이 우르르 쏟아냈을때 의심을 가지지 않았던 내 무능함을 후회한다.

그래서 “별거 없을 것 같다”며 사건 현장으로 후배들만 보낸 경솔함에도 뼈저린 후회를 한다.

언론이 그 가치를 인정 받는 것은 사실과 진실만을 이야기 했을때다.

언론이 오보를 내는 순간 당연하게도 그 가치는 추락하게 마련이다.

오보에는 핑계도 변명도 필요없다. 잘못한 일이고 부끄러운 일이며 욕을 먹어도 당연한 일이다. 그리고 비극적인 사건이 벌어진 첫날 우리 모두는 그 부끄러움에 일시적으로 동조했었다. 그것이 첫번째 후회다.

또 하나의 후회를 이야기 하자면 거대한 재난 앞에 선 지역기자로서의 얄팍한 변명이다.

침몰 사건이 터지자 모 통신사는 30여명의 기자를 현장에 배치했다.

방송사의 방송장비 수대가 팽목항과 진도체육관에 자리를 잡았고 사고현장으로 가는 배를 한달 이상 빌리는 언론사도 있었다. 중앙 일간지들도 상당한 인원수를 현장에 배치시켰고 그들은 목포와 진도 여러 곳으로 찢어져 기사를 작성해냈다.

당연히 광주지역 일간지도 현장에 출동했다. 그러나 규모는 비교조차 할수 없었다. 가장 많이 내려갔던 모 일간지 인원이 고작 4명이었다. 우리 신문도 불과 3명이 현장을 커버했다.

적은 인원이다 보니 한 군데 머물 수가 없었다.

곳곳에서 들려오는 울부짖음과 언론간의 몸싸움, 잘못된 통계를 쏟아내는 중대본부, 밀려드는 사람들 틈에서 우리들은 알아서 움직이며 기사를 만들어 내야 했다.

또 수적 열세를 극복하려다보니 마치 감정이 없는 기계처럼 뛰어다녀야 했다.

이야기를 듣고 정리하고 기사로 작성하는 작업이 순식간에 이뤄졌고 부족한 것은 통신을 참고해서 방향을 선정했다.

하지만 이제와서 고백하건데 그 순간을 후회한다.

가족들 옆에서 질문보다 먼저 같이 눈물을 글썽 거려주지 못한 것을, 몇몇의 이야기를 마치 전부인 것처럼 생각했던 어리석음을, 무엇보다 겁에 질린 생존자들을 앞에 두고 위로부터 건네지 못한 것을 후회한다.

그리고 그 모든 것이 숫자가 부족했기 때문이라고 비겁한 변명으로 자신을 애써 다독이던 것을 후회한다.

가장 후회하는 것은 그 비극적인 현장에서 지옥같은 밤을 보내면서도 기자로서, 사람으로서, 대한민국의 기성세대로서 바다 속의 아이들에게 아무것도 해줄 수 없었던 무능력함이다.

그렇기에 오늘도 진도 바다 앞에서 후회와 먹먹함을 등에 지고 생존자가 구조됐다는 그 한 줄을 쓰기 위해 대한민국에서 지역기자로 또 하루를 꾸역 꾸역 살고 있다. 지금 나는. /icepoem@kjdail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