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어의 고장 나주 영산포, 젓갈도 있다 수백톤 저장 토굴 유명세, 웰빙식품 각광 뱃길 막히기 이전 새우 등 갯것의 집산지 곰소에 버금…홍어와 함께 관광자원화를 김종민 기자 kim777@kjdaily.com

2014년 04월 28일(월) 20:25

한국인의 입맛에서 빠질 수 없는 참살이(웰빙)식품으로 각광받는 젓갈은 적합한 기후와 풍토에 숙성과 발효 기술이 축적돼 있는 나주 영산포에서 명성이 자자했다. 1980년초 영산강 하구언이 건설되면서 수없이 갯것을 실어나르던 뱃길이 끊겨 명맥만 보존되고 있는 만큼 영산포홍어축제와 함께 영산포젓갈의 화려했던 영화을 되살려여 한다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사진은 영산포 전경과 축제때 배에서 젓갈을 하역하는 장면.

나주 영산포가 푹 삭혀 톡 쏘는 홍어, 짭조름한 맛이 감도는 젓갈로 이름난 것은 숙성·발효기술이 축적돼 있고 기후와 풍토 또한 적합한 때문이다. 하지만, ‘잘 나가는’ 홍어와 달리 젓갈은 뒤안길로 밀려나 있다. 1980년대 초 영산강 하구언 건설로 뱃길이 막힐 때 부터였다. 그래도 과거의 화려했던 영화는 지금도 남아 있다. 늦은 감이 있어도 번창했던 포구의 명성을 널리 알리는 동시에 지역 특산품을 되살려 문화관광자원화 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전국 각지서 방문, 택배로 부치기도

매년 4월 치러지는 영산포홍어축제는 출발 당시에는 홍어젓갈축제였다. 선원들이 홍어와 젓갈을 배에서 내리는 재현행사가 펼쳐지기도 했다. 전국 각지에서 방문객이 몰렸고 물량이 달려 주문에 응하지 못해 택배로 부치는 경우도 적지 않았다.

고깃배가 오갔던 영산강 주변에 자리잡은 금광토굴(공산면 신곡리)은 굴 하나당 8㎞, 전체가 50㎞에 달하는 전국 최대 규모 산지다. 새우젓을 비롯한 각종 젓갈 수백t이 이 곳에 저장돼 맛있게 익어간다. 지표면에서 200-300m 지하인 토굴은 9-10도를 유지하고 있는 천연식품창고다.

손준영(69) 대표의 말에 따르면 새우젓은 10-12도가 최적으로 6개월이면 유통 가능한데, 2년 정도는 돼야 깊은 맛이 더한다. 멸치·황석어젓은 15도 내외로 역시 2년여 보관, 발효과정을 거쳐야 최상으로 꼽는다.

이르면 3월부터 새우 등 원재료를 구입하며, 김장철을 앞두고 9월말부터 광주·전남은 물론 수도권에서 까지 입소문을 타고 구매 행렬이 이어진다.

손 대표는 10여년 전에는 전국 물량의 70%를 차지했었다면서 막혔던 뱃길이 다시 뚫리게 되면, 영산강 물길을 따라 집산지로서의 옛 영화를 되살려 관광객 유치와 더불어 젓갈 판매 또한 크게 늘어나지지 않겠느냐고 내다봤다.

멸치젓

◇강아지도 지폐 물고 다녔던 선창

80여년간 닷새마다 열리던 영산포 5일장을 대체해 지난 2003년 문을 연 이창동 풍물시장에는 대여섯 곳의 젓갈 점포가 명맥을 유지하고 있다. 하구언이 건설되기 전까지 영산포는 갯것을 가득 실은 배가 물길을 가르며 들어와 발에 치이는 정도였다. 밤에도 대낮처럼 불이 환했다. 수많은 가게가 성업했었다.

시쳇말로 당시 선창에서는 강아지도 지폐를 물고 다녔을 정도였다고 한다. 장날이 곧 잔칫날이었던 왁시글덕시글했던 시절을 상인들은 지금 고대하고 있다.

젓갈은 한국인의 입맛에서 빠질 수 없는 참살이(웰빙) 식품이다. 최근 건강에 대한 높은 관심으로 새롭게 각광받고 있다.

짠맛의 대명사로 알려지고 있으나 한국식품개발연구소에서는 젓갈이 항암, 항고혈압에 탁월한 효능이 있음을 분석해 냈고, 세계김치연구소에서는 젓갈이 들어가 발효시킨 김치가 고협압에 효능이 있다는 발표한 바 있다.

젓갈은 아무것도 가미하지 않고 서해의 싱싱한 수산물과 해풍, 천일염, 그리고 정성이 어우러져 자연적으로 발효 숙성시켜 생산한 천연조미료다. 우리민족이 오랫동안 먹어 수많은 성분들이 녹아든 ‘생명의 핵’이라 할 수 있다. 전국적으로 유명세를 누리고 있으며 명품화사업을 지속하고 있는 전북 곰소젓갈에 명성이 뒤지지 않은 만큼 상품화에 나서야 한다는 것이다.

곰소젓갈은 브랜드 이미지 제고, 저염식 등 신제품 개발 및 국내외 홍보를 진행하고 있다. 5월 부안 일대에서 펼쳐지는 마실길 축제 기간 10-20% 할인이벤트를 한다. 10월에는 젓갈, 수산물을 맛보고 체험하고, 즐길 수 있는 곰소젓갈수산물축제가 성황리에 열린다. 곰소는 진입로에서부터 펼쳐지는 천일염전, 젓갈판매점, 제조공장 등이 바다와 한데 어울려 지역 전체가 젓갈 생산지라 할 만하다.

새우젓

◇갯바람 소금바람 비린내로 정든 고향

“산이 좋아 영산포냐 물이 맑아 영산포냐/산도 물도 좋다만은 님 없으니 눈물이다/갯바람 소금바람 비린내로 정든 고향 영산포/내 사랑을 나는 진정 못 잊겠네.” (이미자 씨의 가요 ‘영산포아가씨’).

영산포는 호남 내륙 물류의 중심지로 영산강을 따라 뱃길이 이어져 홍어와 젓갈 집산지로 유명했다. 흑산도에서 잡은 홍어가 뱃길에 삭혀져서 코끝을 찔렀다. 소금과 젓갈 등 남도의 온갖 해산물도 넘쳐나면서 사시사철 북적댔다.

지금도 국내 유일의 강변 등대가 남아있다. 나주평야와 영산강을 끼고 있어 물산이 풍부하다 보니 음식문화도 발달했다.

나주의 영화는 전주와 더불어 일컫는 ‘전라도’에서도 엿볼 수 있다. 그러나 나주는 비빔밥과 한옥 등으로 전통 이미지를 가꾸고 키워온 전주와는 반대로 쇠락의 길을 걷고 있다. 역사적으로 호남과 한양을 잇는 중요 관문이자 고려 태조 왕건이 후삼국 통일의 초석을 다진 ‘왕도’가 화려한 영광을 되살려내기 위해 지금 몸부림치고 있다.

전국적인 명성을 얻고 있는 유일의 영산포홍어 거리 활성화에 힘입어 나주시와 상인들이 손잡고 홍어와 더불어 숙성의 대명사인 젓갈의 옛 명성을 되찾는 노력을 기울여야 한다는 주장이 설득력을 얻어가고 있다.

풍물시장에서 만난 한 시민은 “시끌벅적한 그 때를 그리워하는 사람들이 많다”며 “젓으로 유명한 토굴도 있고, 이제 자리잡은 영산포홍어축제에 젓갈을 연계할 수 있는 방법을 모색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김종민 기자 kim777@kjdaily.com

/나주=김관선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