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대부가 그녀들만의 공 규방을 엿보다 간 시립민속박물관 ‘남도, 규방의 나날들’ 기획전 내달 2일부터 유물·자료 150여점 전시 오경은 기자 white@kjdaily.com

2014년 04월 29일(화) 19:51

①삼합상자-폐백이나 혼수감을 담거나 여인의 반짇고리로 사용되는 종이상자. 주로 옷, 장신구, 잡화류 등을 담았다. ② 붕어형자물쇠 - 붕어는 다산을 상징하며 눈을 뜨고 자는 습성으로 인해 자물쇠의 몸체로 자주 인용된다. 곳간이나 뒤주를 채우는데 사용됐다. ③쌍륙-사대부 여인들이 집안에서 즐겼던 놀이. 주사위를 던져 그 숫자만큼 말을 이 동시켜 모든 말을 자기쪽으로 옮기면 이긴다. /시립민속박물관 제공

전통시대 여성들은 규방(閨房)이라는 닫힌 생활공간과 사회규범이라는 틀 속에서 가족을 위한 삶을 살아왔다. 출산과 육아, 생업 등 고된 일상의 연속이었지만 삶의 질적인 향상을 도모하고 사회적 역할에 충실했던 역사의 주인공들이었다.
전통시대 우리 지역 사대부가 여성들의 삶과 염원을 재조명하는 전시가 마련됐다. 광주시립민속박물관(관장 김해룡)에서 5월 2일부터 5월 25일까지 열리는 ‘남도, 규방의 나날들’展 이 바로 그것.

이 전시에는 여성들의 공간인 안채와 규방, 생활과 문화, 여주인의 삶, 바깥나들이 등 총 4부에 걸쳐 소개된다. 장롱, 빗접, 한글고소설, 쌍륙놀이 등 유물 및 사진자료 150여 점이 전시된다.

제1부 ‘여성의 공간, 규방’에서는 남녀의 사회적 역할이 달랐듯 집안에서도 각각 달랐던 남녀의 생활공간을 살펴보면서 전통시대의 내외관념을 생각해본다. 개방된 남성의 공간인 사랑채와는 달리 폐쇄적인 안채를 배치하면서도 담을 쌓아 분리했던 가옥의 배치구조를 전라도의 고택 속에서 찾아본다.

제2부 ‘규방의 일상’에서는 규방이라는 닫힌 공간에서 삼종지도(三從之道)를 가장 큰 덕목으로 삼고 자신보다는 부모와 남편, 자녀 위주의 삶을 살았던 여성들의 일상을 들여다본다. 규방의 방치레와 여성의 옷치레 등을 살펴보고, 삶에 순응하면서도 억누르기 어려운 열정을 시와 글에 담아 기쁨과 서러움, 꿈과 사랑 등 자신만의 나래를 폈던 당시 여성들의 또 다른 면모를 살펴본다.

제3부 ‘안주인의 삶’에서는 여성들에게 필수 임무였던 봉제사(奉祭祀, 제사)와 접빈객(接賓客, 손님맞이), 아들 낳기, 시부모 봉양 등 유교사회에서 지켜야 했던 규범들을 소개한다. 또, 남편의 입신출세를 위해 열성적이고 헌신적인 뒷바라지 이야기, 남편을 일찍 여윈 여성이 호주가 된 사연 등 여성의 다양한 역할들을 풀어본다.

제4부 ‘여성들의 바깥나들이’에서는 바깥세상에 대한 여성들의 동경과 갈망이 담긴 널뛰기와 그네뛰기, 외출이라는 유일한 통로였던 반보기, , 꽃놀이 등을 통한 세상 밖 구경 등을 살펴본다.

전시회의 마무리에서는 조선시대에 편지봉투나 편지지에 찍는 시전지판을 이용하여 의미가 담긴 문양을 찍어보고, 그 종이에 소중한 사람에게 편지를 써보는 체험공간이 마련돼 있다. 또, 시집간 딸과 친정어머니가 중간에서 만나 회포를 푸는 ‘반보기 풍속’을 담은 영상코너가 비치된다. 문의 062-613-5362./오경은 기자 white@kjdail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