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5·18 넘어서 패러다임 확대 절실
노병하 기자 icepoem@kjdaily.com |
| 2014년 04월 30일(수) 20:40 |
광주에 또 다시 5월이 찾아왔다.
1980년 비극적인 참사가 벌어진지 벌써 34년이 흘렀고 그동안 광주와 5·18은 여러가지 면에서 다양한 변화를 겪어왔다. 올 34주년 기념행사는 ‘5·18 민중항쟁 34주년 기념행사위원회’가 지난 4월 시민참여 확대를 통한 전국화 및 5·18 정신 세계화를 위한 다양한 행사에 초점을 맞춰 진행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하지만 정말 시민 참여가 이뤄지는 5·18 행사가 될 수 있을까? 라는 질문을 던져보면 선뜻 그 답을 내리기는 현재로서는 불분명하다. 냉정하게 말하건대 34주년을 맞이한 5·18은 광주 이상을 벗어날 가능성이 없으며(행사적 측면에서) 광주에서조차 서서히 외면을 받고 있다. 변화해야 할 시점을 오래전에 놓쳤기 때문이다. 5월을 맞아 본보는 5회에 걸쳐 이를 의제화해 게재할 예정이다.
◇온전한 5·18 사적지 하나 없다
따지고 보면 우리나라에서 5·18 민주화운동처럼 정치권이 이용한 역사적 사례도 드물다. 선거에 나가려는 대다수의 정치인들이 한번쯤은 5·18 국립묘지에 찾아왔고 새로운 정치 이념을 발표할 때 마다 5·18을 거론하며 ‘오월 영령의 뜻을 받들겠다’고 말해왔다.
하지만 정작 그 오월 영령들이 몸을 던졌던 현장은 광주에 더 이상 없다.
실제로 광주 도심 전역에 산재한 26개의 크고 작은 사적지 중 16곳은 아예 알아보지도 못하게 심각하게 훼손됐거나 철거된 상태다. 또 이중 가장 중요한 사적지 8곳, 즉 당시 5·18을 바로 알 수 있는 장소들은 모두 원형이 바뀌었다.
문제는 그 어떤 정치인과 정당도 이 문제에 대해 관심을 갖고 있지 않다는 것이다. 복원은 고사하고 과연 이런 사적지가 있는지 알고는 있을까 의문이 들 정도다. 입으로는 ‘오월 영령들의 뜻을 받들겠다’면서 정작 5·18의 흔적이 사라지고 있는 것을 방관하고 있는 셈이다.
◇행사 상투화…참여도 줄어
5·18 기념행사에 대해서도 이제는 다른 관점이 필요하다.
먼저 짚고 넘어가야 할 것은 과연 광주시민들이 오는 5월18일 옛 도청에 얼마나 찾아오겠냐는 것이다. 또 그들 중에 25세 이하의 젊은 세대는 얼마나 될까? 이 질문에 답이 바로 5·18의 현주소다. 34년이면 한 아이가 자라서 다시 가정을 이룰 수 있는 세월이다.
당연히 1980년대의 광주 시민들만큼 새로운 세대들이 증가했고 이들은 TV와 행사, 교육 등을 통해 5·18을 인지해 왔다. 이런 이들에게 해마다 되풀이 되는 ‘비극’과 ‘참담’, ‘분노’의 감정은 더 이상 관심의 대상이 될 수 없다.
무엇보다 그 어느 세대보다 디지털화 돼 있는 이들에게 5·18에 대한 예술적, 영상적 정보는 현저하게 부족하다. 이들이 ‘살풀이 춤’을 본다고 해서 아니면 매년 비슷한 내용으로 반복되는 기념행사를 본다고 5·18을 공감할 수 있는 게 아니라는 것이다.
광주에서조차 이럴진데 타 지역은 물어볼 것도 없다.
박강의 전야제 행사위원회 단장은 “5·18행사위원회가 매년 새롭게 발족되다보니 행사를 기획하는 것부터 늦어져 준비할만한 시간이 부족하다”며 “1년 내내 준비해도 다른 지역 시민들까지 보듬어 오는 것이 힘든데 1-3개월 준비해서 이들을 모으는 것은 아쉬움이 많이 남는다”고 말한다. 결국 오월이 되면 광주 곳곳에서 ‘광주=5·18’ 이라는 공식을 세우면서도 거기에 따른 변화는 전무하다는 이야기다. 이런 현상이 지속될 경우 앞으로 10년쯤 후면 광주에서조차 5·18은 소규모 기념행사로 전락할 가능성이 높다.
/노병하 기자 icepoem@kjdaily.com
노병하 기자 icepoem@kjdail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