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율 급락…지역 수출기업 ‘비상’ 기아차 광주공장, 환율 10원 하락시 280억 손실 수출중기·협력업체·조선업계 등 환차손 눈덩이 진은주 기자 jinsera@kjdaily.com

2014년 05월 07일(수) 19:33

환율 급락에 지역 수출기업들이 바짝 긴장하고 있다.

특히 기아자동차 광주공장과 삼성전자 광주사업장 등 지역 수출업계에도 환율하락에 따른 환차손과 수출단가 상승으로 비상등이 켜져 대책 마련이 시급하다.

더욱이 가격 경쟁력이 약한 수출 관련 지역 중소기업들은 경기 침체·각종 규제 등 대내외 악재가 산적한 가운데 환율까지 떨어지자 말 그대로 ‘풍전등화’ 지경이다. 장기간 글로벌 경기침체를 겪으며 체력이 떨어질 대로 떨어진 수출기업들에 채산성 악화라는 그림자가 또다시 드리우는 형국이다.

7일 지역 기업들에 따르면 이날 오전 원·달러 환율은 1천26.6원까지 떨어졌다.

환율이 장중 1천20원대를 기록한 것은 지난 2008년 8월11일 이후 5년9개월 만이다.

이에 따라 기아차 광주공장과 삼성전자 광주사업장 등 지역 기업들이 초비상에 접어들었다.

실제로 현대·기아차는 통상 원·달러 환율이 10원 떨어질 때마다 매출이 2천억원(현대차 1천200억원·기아차 800억원) 줄고, 영업이익은 연평균 1% 낮아지는 것으로 추산하고 있다.

특히 수출 비중이 70%에 달하는 기아차 광주공장의 경우 환율이 10원 떨어질 때마다 연간 매출액이 280억원 낮아지는 구조를 갖고 있다. 게다가 기아차 광주공장은 수출량 대부분을 북미지역과 상대하고 있어 환차손 피해는 더욱 커질 것으로 예측된다.

앞서 기아차 측은 올해 원·달러 환율 기준을 1천50원으로 설정하고 사업계획을 수립한 상태다.

하지만 환율이 더 떨어질 것으로 예상됨에 따라 24시간 환율 모니터링 체제를 가동하며 대응 전략을 가다듬고 있다.

우선 외화별 결제 비율을 조정하고 있다.

과거 결제 비율이 높았던 달러를 줄이고 유로화와 기타 통화를 점차 늘리는 방식이다.

삼성전자 광주사업장도 환율 하락에 대비해 적극 나서고 있다.

삼성전자는 세계 전역에서 제품을 생산·판매하고 있어 환율하락에 따른 피해는 없을 것으로 보고 있지만 환율하락이 장기화되면 내상이 예상 밖으로 커질 수 있을 것이라는 분석이다.

실제 삼성전자는 평소 환율 변동에 대한 다양한 대책을 마련해두고 있음에도 지난해 4분기에 원화 강세로 영업이익이 7천억원 감소하는 부정적 영향이 있었다고 밝혔다.

이에 삼성전자는 단기적인 환율 변동에 대한 대응보다는 근본 경쟁력을 강화해 대외 변수에 흔들리지 않는 체질을 만드는 데 주력하고 있다.

이밖에 조선업계도 환율 동향에 촉각을 곤두세우며 대응책 마련에 부심하고 있다.

조선업계는 선박 한 척당 수주 금액이 많고 수주액을 여러 번에 걸쳐 받기 때문에 특정 시점의 환율에 특히 민감한 편이다. 지금처럼 환율이 떨어지면 자재값 인상으로 선박 가격이 올라가지만 수주금액은 정해져 있어 업체가 손해를 떠맡게 된다.

이에 따라 업체마다 선물환계약 등 환 헤지 조치를 강구하고 있지만 최근의 환율 불확실성이 워낙 커 효과가 제한적이라는 게 고민이다.

특히 수출을 주력으로 하는 지역 중소제조업체들과 대기업 협력업체들의 피해는 더욱 심각하다.

광주 하남산단에서 자동차부품을 생산하고 있는 A사는 지난해에도 원·달러 환율 1천100원선이 붕괴된 후 급락하면서 수출 계약에서 수천만원대 환차손이 발생하는 피해를 입은 바 있다.

500만달러 규모의 제품을 수출할 경우 대금 결제를 받기 전에 환율이 10원만 떨어져도 5천만원의 손해를 보게 되는 것이다. 여기에 향후 주문 물량에 대한 가격 경쟁력까지 낮아져 피해가 현실화되고 있다.

이 업체 관계자는 “만성적인 경기불황에 환율마저 계속 떨어진다면 안 그래도 열악한 중소기업들은 죽을 수밖에 없다”며 “관련 기업들 사이에서는 이러다가 ‘1달러=1천원’ 시대가 열릴지도 모른다는 불안감이 팽배하다”고 토로했다.

/진은주 기자 jinsera@kjdail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