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눈 먼 시어머니 봉양’ 나주 박영애씨 어버이날 대통령상 “모실 수 있을 때까지 함께 할래요” 요양보호사 자격증 취득 바쁜 농사일까지 ‘척척’ 나주=김영수 기자

2014년 05월 07일(수) 20:21

어버이날을 맞아 대통령상을 받은 나주시 세지면 효부 박영애(왼쪽)씨가 시어머니에게 식사대용 죽을 떠드리며 환한 웃음을 짓고 있다. /나주시 제공

“38년을 수발하고 살았는데 앞으로 얼마나 더 사실지 모르지만 제가 모실 수 있을 때까지는 옆에서 돌봐드리고 싶어요.”

시력을 잃고 보행이 자유롭지 못한 96세 시어머니를 집에서 극진히 모신 여성 농군이 어버이날을 맞아 대통령상을 수상해 화제를 모으고 있다.

주인공은 박영애(나주시 세지면·60)씨.

박씨는 지난 1976년 시집온 이후 줄곧 시부모를 모시고 살았다. 특히 12년 전부터는 두 눈의 시력을 상실한 채 홀로 남은 시어머니의 수족이 돼 효행을 몸소 실천하고 있다.

과수원일과 집안의 대소사, 시어머니 봉양을 챙겨야 하는 박씨에게 주변 사람들은 요양시설에 모시는 것이 어떻겠냐고 제안했지만, 그는 “몸이 편한 대신에 마음이 편치 못할 것 같아 집에서 모시기로 했다”고 강단지게 말하곤 했다.

최근에는 노모를 돌보는 데에 도움이 될까 싶어 요양보호사 자격증도 취득했다.

이 같은 효행이 알려지자 나주향교와 노인회에서 박씨에게 효부상을 수여했다.

박씨는 마을 경로당에도 틈틈이 들러 밝은 모습으로 어르신들을 살피고, 겨울철에는 김장김치 등을 나누며 이웃사랑을 실천하고 있다.

가정형편이 넉넉지 않은 8남매 중 장남에게 시집와서 챙겨야 할 식구들이 많았던 그는 농삿일도 억척스럽게 해내 지금은 넓은 배 밭과 복숭아밭은 일굴 정도로 집안을 일으켰다.

박씨는 “시어머니께서 ‘손주들 다 결혼시키고 죽어야겠다’고 말씀하시는 걸로 봐서는 백수를 누리실 수도 있을 것 같다”며 “온 힘을 다해 모실 수 있을 때까지 옆을 지켜드리고 싶다”고 미소지었다.

/나주=김영수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