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마들은 카네이션을 반납합니다’ 주필·이사 nam48@kjdaily.com

2014년 05월 07일(수) 20:32

어버이날이다. 자식 둔 부모 가슴에 빨간 카네이션이 예뻐야 할 날이다. 그러나 올 카네이션은 슬프다. 받아도 슬프고 받지 못해도 슬프다. 부산지역 여성, 학부모, 풀뿌리 단체들은 어버이날 전에 언론에 배포한 ‘세월호 유가족의 호소에 답하는 우리의 글’을 통해 카네이션을 내려놓겠다고 밝혔다.

‘유가족들의 요청, 우리도 끝까지 함께 하겠습니다. 그리고 행동하겠습니다. 하루하루 새롭게 밝혀지는 진실에 대한민국 엄마들의 억장이 무너집니다. 우리 아이들이 죽어가는 것을 대한민국은 지켜만 보고 있었던 것입니다. 왜 진작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말고 아이들을 구조하라고 더 크게, 더 강력하게 행동하지 않았는지 너무도 통탄스럽습니다. ···어버이날입니다. 하지만, 우리 엄마들은 카네이션을 받을 수가 없습니다. 우리 엄마들은 오늘 내가 받은 카네이션을 반납합니다! 아이들을 지켜주지 못해서, 좋은 나라를 만들어주지 못해서 미안하기 때문입니다. 소중한 아이들을 잃고 오늘 카네이션을 받지 못할 단원고 희생자, 실종자 학부모들의 아픔을 함께 하기 위해서입니다. 사고의 원인과 늑장 구조의 진상규명, 그리고 그 책임을 묻는 유가족들의 뜻이 이루어질 때까지 끝까지 함께 행동하겠다는 뜻으로 우리 부산지역 엄마들은 오늘 내가 받은 카네이션을 이번 사고로 희생된 아이들과 희생자들의 영전에 내려놓습니다. ···세월호를 결코 잊지 않겠습니다. 부끄러운 어른들의 말을 곧이곧대로 듣다가 물속에 잠긴 우리 꽃 같은 아이들을 잊지 않겠습니다.’

안산의 정부합동분향소 앞에서 침묵시위를 하고 있는 유가족들의 피켓에도 ‘카네이션은 꿈도 안꾼다. 내 새끼 한 번 안아보자’라는 문구가 등장해 국민의 가슴을 때렸다. 생떼같은 자식을 가슴에 묻은 세월호 유가족들에게 어버이날은 결코 오지말았으면 하는 날이 되고 말았다.

세월호 이후 전국의 엄마들이 심상치 않다. 각 가정에서는 자식을 대하는 엄마들의 태도가 많이 달라졌다고 한다. 나아가 사회를 바라보는 엄마의 시선도 달라졌다. 내 자식만 잘 건사하면 된다고 믿었던 엄마들이 사회 시스템이 변하지 않으면 내 자식이 결코 안전할 수 없다는 인식을 하게 된 것이다. ‘남의 일이 아니다’라는 책임감에 뜨겁게 분노하고 있다. 엄마들의 분노는 ‘세월호 이전으로 되돌아갈 수는 없다’는 요구로 이어지면서 일상의 변화부터 정치권 쇄신 요구와 사회적 연대라는 움직임으로 구체화되고 있는 모양세다.

엄마는 안다. 저 바닷속에서 물이 목젓을 넘어 머리를 덮을 때 우리 새끼들이 마지막으로 부른 이름이 ‘엄마’였다는 것을···. 엄마! 엄마! 우리 애들이 마지막 숨을 거두면서 목메게 부른 그 이름, ‘엄마값’을 하기 위해 대한민국 모든 엄마는 그 아이들을 가슴에 묻었다. 두 아이의 엄마인 필자에게도 대한민국 엄마들이 매일 밤 숨죽여 우는 소리가, 울면서 몸부림치며 통곡하며 후회하고 또 후회하는 엄마들의 소리가 들린다.

이제, 엄마들은 주변의 수많은 비리와 의혹을 접하면서 남의 일이라 믿었던 것들이 내 자식의 생명 줄을 끊어놓을 수 있다는 사실을 알아차렸다. 지시 없이는 움직이지 않는 공무원들의 무능이 우리 아이들을 더 죽일 수도 있다는 사실도 깨닫는 시간이었다. 위기의 순간, 변화의 물꼬를 튼 이들은 언제나 엄마들이었다. 2008년 광우병 촛불집회에 등장했던 유모차 무대, 2011년 후쿠시마 원자력발전소 사고 이후 서울 한복판에서 처음 방사능 위험을 알린 이들도 엄마들이었다. 그리고 이제 또다시 엄마들 스스로 ‘노란 리본’이 되어 움직이기 시작했다.

그러나 인권도시라는 광주에선 아직 엄마들의 큰 움직임이 보이지 않는다. 사고지역과 가까운 전남지역 엄마들도 움직이지 않고 있다. 지역살림이 어려워, 일자리가 없어서, 자식을 키워 타지에 보낼 수밖에 없는 광주·전남 엄마들은 이 상황을 더 걱정하고 분노해야 한다.

우선 6·4지방선거에서 ‘애들은 물에 빠져 죽는데 저만 살겠다고 내복 바람에 구명보트 타는 선장’같은 인물, 뽑지 말아야 한다. 자신의 잘못은 반성하지 않고 권력욕을 채우기 위해 지역민을 선동하는 지자체장 역시 절대 뽑아서는 안 된다. 안전 불감증, 자본의 탐욕, 책임지지 않는 지도자, 무능력한 대응은 지자체 안에도 늘 상존하고 있다는 사실을 직시해야 한다. 자식 잃고 까맣게 탄 엄마의 마음을 모르는 교육감 역시 뽑지 말아야 한다.

자기 자식이 준 카네이션을 세월호 참사로 희생된 어린 학생 영정 앞에 내려놓고 삶의 최저선을 새롭게 긋기 시작한 엄마들은 물에 빠진 ‘대한민국호’에 구명조끼를 던지는 심정으로 변화하고 있다. 광주·전남 엄마들도 6·4지방선거 출마자에게 ‘안전’이란 화두를 던져야 한다. 그리고 정부 뿐 아니라 국회의원, 이번 지방선거에 출마한 모든 정치인은 엄마들의 ‘노란 리본’ ‘내려놓은 카네이션’에 책임있는 답을 해야 한다. /주필·이사 nam48@kjdail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