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황·고령화 ‘노인 근로자’ 급증 광주 ‘60세 이상’ 취업자 수 106%↑…알바 8배 노인고용률 OECD 2위, 체계적 노후대책 시급 진은주 기자 jinsera@kjdaily.com

2014년 05월 11일(일) 19:12

#광주 서구 상무1동의 한 편의점 계산대에서 손님을 맞이하는 김모(62)씨는 하루에도 수십 번 ‘사장님’ 소리를 듣는다. 머리가 희끗희끗한 탓에 손님들은 당연히 그가 편의점 주인일 것이라 생각하지만, 김씨는 이제 1년 갓 지난 편의점 ‘알바생’이다. 5년 전 정년퇴직을 하고 쉬던 중 ‘작은 일이라도 해야겠다’는 생각에 지난해부터 아르바이트를 시작했다. 김씨는 “처음엔 젊은 친구들이 주로 오는 곳이어서 부끄럽기도 했지만, 지금은 어떤 젊은이보다 더 열심히 일하고 싶다는 생각 뿐”이라고 말했다.



광주·전남지역에서 생계를 위해 일자리를 갖는 중장년 및 노인들이 갈수록 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에 따라 과거 10-20대의 전유물로 여겨졌던 아르바이트 시장에도 50-60대가 몰리고 있는 형국이다. 베이비붐 세대의 은퇴와 고령화가 맞물리면서 중·장년층의 구직활동이 성역을 넘나들며 활발해지고 있는 것이다. 은퇴도, 휴식도 없는 노년층의 자화상인 셈이다.

11일 통계청에 따르면 광주지역 60세 이상 취업자는 2000년 3만6천명에서 지난해 7만4천명으로 무려 3만8천명(105.6%) 증가했다. 더불어 50-59세 취업자 수도 2000년 7만2천명에서 15만명으로 13년 새 7만8천명(108.3%)이나 늘어난 것으로 집계됐다.

전남의 현상도 마찬가지다. 전남지역의 60세 이상 취업자는 2000년 22만4천명에서 지난해 25만명으로 2만6천명(11.6%) 증가했다. 50-59세 취업자 수도 2000년 17만6천명에서 20만8천명으로 3만2천명(18.2%) 늘어난 것으로 집계됐다. 반면, 15-29세 청년층 취업자는 갈수록 줄고 있다. 광주의 경우 2000년 14만1천명에서 지난해 11만1천명으로, 전남의 경우 15만2천명에서 9만3천명으로 각각 급격히 감소한 것을 조사됐다. 광주·전남지역 모두 15-29세 청년층 취업자 수가 50세 이상의 취업자 수보다 적어졌다.

이처럼 생계를 위해 노동현장을 떠나지 못하는 고령층이 늘어나면서 중장년 및 노인들의 취업과 더불어 아르바이트 진출도 급증하고 있다.

실제로 아르바이트 구인·구직포털 알바천국의 ‘2013년 아르바이트 동향’에 따르면 지난해 60세 이상 구직자가 등록한 이력서는 2천469건으로 지난 2010년 288건에서 3년 사이 8배나 늘어났다. 같은 기간 40대와 50대 구직자가 등록한 이력서도 각각 297.9%, 377.8% 나 급증했다.

이 같은 노인들의 노동률은 다른 선진국들에 비해 월등히 높은 편이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통계에 따르면 우리나라의 65세 이상 노인고용률은 28.9%로 OECD국가 중 2위를 차지하며 평균 12.3%보다 16.6%포인트 높다. 이렇게 고용률 통계에 잡히는 숫자 외에 폐지수집이나 노점 등 비공식부분에서 일하는 사람도 많아 실제로 생계를 위해 노동현장을 떠나지 못하는 노인인구는 훨씬 더 많을 것으로 추정된다.

나이 들어서 일하는 인구가 이처럼 많은 이유는 ‘먹고 살아야 하기 때문’이라고 할 수 있다. 연금 등 복지제도가 잘 갖춰지지 못해 생계유지를 위해 일해야 하는 가난한 노인들이 많다는 것이다.

보건복지부 산하 한국노인인력개발원 관계자는 “우리나라에 노인 근로빈곤층이 많은 이유는 노동시장의 고용불안정성이 높고 노후소득보장체계가 미흡하기 때문”이라고 진단한 뒤 “젊었을 때 소득의 상당부분을 자녀교육, 주택부금 등으로 쏟아 부어 노후를 제대로 준비하지 못하는 소비구조 역시 문제”라고 지적했다. /진은주 기자 jinsera@kjdail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