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구를 위한 지방선거인가 주필·이사 nam48@kjdaily.com

2014년 05월 14일(수) 19:24

네티즌들이 세월호 침몰 사고에 무심한 정치인들에게 ‘옐로우 카드’를 던지는 웹사이트를 개설했다. 이들은 현직 국회의원에게 구조에 관심을 가지라고 촉구하기도 했다. ‘응답하라 국회의원(www.heycongress.org)’이라는 이름의 홈페이지는 첫 화면 입력창에 자신이 사는 지역구를 쓰면 해당 지역의 국회의원 명단이 뜬다. 이후 자신의 이름과 전화번호 등을 입력하면 미리 작성된 청원 내용이 이메일 형식으로 국회의원에게 전송되도록 되어있다.

세월호 대참사 속에서도 우리는 왜 정치인을 주목하는가. 왜 정치지도자에게 배반감을 느끼는가. 5·18 이후에 광주가 같은 국민으로부터 폭도라는 오명을 쓸 때, 광주시민이 스스로 한 질문도 ‘국가, 정치인, 지도자는 우리에게 무엇인가’였다. 6·4지방선거 출마자에게도 똑같이 묻고 싶은 질문이다. ‘지역살림 맡겠다고 호언장담하는 당신들에게 지역민은 과연 무엇입니까.’

잘 알다시피 지방자치 20년 동안 지방은 범죄 집단으로 몰렸다. 1995년부터 선출된 시장·군수·구청장이 1천200명쯤 되는데, 이 중에 102명이 형사처벌을 받고 물러났다. 지난 20년 동안 지방자치는 비리로 얼룩졌다. 민주·평화도시 광주는 말할 것 없고 전남 지자체도 끊임없이 외환에 시달렸다. 수없이 반복돼온 파행운영과 개인적인 착복으로 지방자치제는 누더기가 되어있다. 지역예산, 인사, 인허가, 지도단속 등 막강한 권한을 가진 지자체장의 직권 남용을 제대로 감시하지 못한 탓이다.

그동안 광주·전남 유권자들은 부패 지자체장들이 엄청난 돈을 낭비하고 착복해도 무표정·무응답이었다. 몇몇 시민단체를 제외하곤 그들 호주머니로 들어간 돈이 자신의 혈세인줄 모르고 인연, 혈연, 연고를 따져 눈감아준 것이 사실이다. ‘감옥만 안가면 그만’이라는 생각으로 몇 십억의 손해를 끼쳐도 감싸주었다. 심지어 잘못을 저지르고도 다시 출마하면 표를 내주기까지 했다.

2012년 대선 과정에서 우리는 왜 ‘정치개혁’을 내세웠는가. 그 당시 전국에서 정치개혁을 가장 소리 높여 외친 곳이 광주·전남이었다. 더 부패해지면 망할지도 모를 지방정부의 미래가 암담했기 때문이다. 지방 부패권력의 사슬에서 벗어나고 싶었기 때문이다. 그러나 막상 선거전이 시작되자 지역민들은 ‘지방정치 개혁’이라는 거대 담론을 잊어버리고 이해관계에 따라 흔들리고 있다.

세월호 사건 이후 공직사회 개혁에 대한 요구가 뜨거워지면서 지방정부도 ‘개조’수준의 개혁이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지방 공직사회의 부패와 무능의 ‘짬짜미’는 지역사회를 분열시키고 엄청난 부작용과 폐단을 만들고 있기 때문이다.

캐나다의 돈 페르나스 교수가 세계 각국의 대인관계 문화를 연구한 보고서가 있다. ‘두사람이 자동차를 타고 가다가 음주에 중앙선을 넘는 불법을 행하다 사고를 냈다. 동승자가 이를 증언하면 운전자는 처벌을 받고, 증언치 않으면 원만한 해결을 할 수 있다. 이 경우 당신이라면 진실을 증언할 것인가?’가 설문 내용이다. 증언하겠다는 대답이 가장 높은 나라는 캐나다로 96%였다. 다음은 95% 미국. 영국, 독일 등 북유럽국가들이 90%대를 보였다. 중국은 30%대다. 우리나라는 27%가 나왔다. 우리나라가 ‘소그룹중심의 의리’를 중시하는 사회라는 증거다. 이런 경향은 온정주의가 법치를 무력화시키는 문화적 습성을 보여준다. ‘우리끼리 왜 이래? 너무 깐깐하게 하지 말고 그냥 대충 넘어가자고···’ 세월호의 불법과 안전불감증도 공적인 일을 끼리끼리, 대충, 돈으로 무마하면서 시작됐고, 결국 수많은 목숨을 앗아간 근본원인이 되었다.

광주·전남 지역민은 이번 6·4지방선거의 중요성을 인식해야 한다. 세월호 참사 모든 것 뒤에 도사리고 있었던 것은 기업의 탐욕과, 인허가 감독 기관의 유착을 통한 부정부패, 지도자의 무책임이었다. 지방정부도 세월호나 해수부처럼 공공이익을 위한 합리적인 조직이 아니라 ‘거대한 이익집단’이 되어버린다면 지역민을 죽일 수도 있다.

이번 지방선거 당선자는 모두 지역민의 혈세를 월급으로 받아가는 공직자가 된다. 공직자가 하는 일이 중요한 이유는 정책 하나가 지역민의 복리에 크게 기여할 수도 있고 엄청난 재앙을 불러올 수도 있다는 점이다. ‘눈가림’만 하는 전시행정, ‘사람을 기쁘게’만 하는 아부행정은 결국 세월호처럼 지역민의 목숨까지 앗아갈 수 있다.

세월호 참사를 슬픔으로만 끝내지 않기 위해서는 6·4지방선거가 ‘나’와 어떤 연관이 있는지 성찰해야 한다. 이제 광주·전남도 희망을 말하는 지역이 되기 위해서는 대오각성과 결단이 필요하다. 후보를 객관적인 시각에서 바로 판단하고, ‘대의’를 생각하며, ‘부끄럽지 않은 한 표’를 행사할 때, 지역사회가 변하고, 우리의 안전도 담보할 수 있다.

/주필·이사 nam48@kjdail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