치열한 삶속 ‘자유의지’…정해진 운명에 당당히 맞서다 화가 박종석의 히말라야 그림여행<19> 보름 동안의 아름다운 동행 (가셔브롬 1, 2, K2, 브로드피크, 낭가파르바트)

2014년 05월 21일(수) 19:37

박종석 作 ‘발토르빙하’

山이 맺어준 山사람들과의 인연들
마사미 하세가와 여사를 처음 뵙게 된 것은 2011년 6월, 부산 다이내믹 희망원정대에 동행해서 파키스탄 발토로 빙하의 카라반 첫 운행지인 아스콜리 마을이었다. 직접 인사를 나누지 못했지만 가냘픈 체력에 친절하면서도 강인한 인상을 받았다.

홍대장님의 자상한 일정표와 일본팀의 합류 주선으로 천성진대원과 가셔브롬Ⅰ,Ⅱ 베이스캠프에서 하산하여 콩고르디아 캠프부터 일본 산악팀과 함께하며 보름동안 스카루드와 훈자, 길기트를 거쳐 이슬라바마드까지 동행하였다.

파유캠프에서 마사미 하세가와대장님께그림선물을 하다

그녀의 이미지는 일본인이 가장 사랑하는 산악 영웅 츠네오 하세가와(長谷川恒南, 1945-1991)를 떠오르게 한다. 그녀의 남편인 츠네오 하세가와와 잊을 수 없는 아름다운 사랑 이야기가 남겨져 있고 현재도 그 사랑의 여운을 훈자의 미래 인재교육에 힘쓰고 있는 배짱도 두둑하고 쾌활한 성격의 소유자이다.

2011년 10월은 산악인 츠네오 하세가와 사후 20주년이 되는 해이다.



“나는 치열한 내 본성을 거부하지 않고 내 의지대로 살다 갈 것이다. 어느 순간인지는 모르겠지만 내 행위(단독등반)로 인해 치명적인 사고(죽음)를 직면한다 해도 겸허하게 받아들일 용의가 있다” 그가 남긴 어록이다.

필자(왼쪽)와 다에코, 수직의 단독자 야마노이 야스시.

그리고 1991년 10월 10일 운명의 산, 울타르Ⅱ 봉(7388m)에서 눈사태로 사망한다. 수습된 그의 시신은 훈자 시내가 내려다보이는 베이스캠프에 안장되었다. 그리고 2011년 7월 3일 많은 사람들과 함께 울타르 베이스캠프(3300m)까지 산행하여 그 곳에서 20주년 제례 행사를 거행하고 나 또한 대열에 참가해 한국식으로 재배하여 추모하였다.



현재 일본만 아니라 훈자에서도 츠네오 하세가와는 영웅으로 그의 숨결이 살아 움직이듯 마을 구석구석까지 회자되고 있었다. 마사미 하세가와가 재단 이사장으로 있는 하세가와 스쿨에서의 환영식은 어린 유치원생부터 많은 선생님들과 훈자의 원로들까지 연극과 춤 등 다양한 프로그램에 의해 온종일 뜨거운 환영식이 이루어졌다.

하세가와 스쿨의 재정 및 운영은 마사미 하세가와의 열정으로 오랜 기간 이루어지고 있었고 남편이 맺은 인연을 잊지 않고 진정성을 가진 나눔과 배려 때문에 츠네오 하세가와의 불굴에 도전정신이 역동적으로 살아 움직이게 하는 원천이 되었다.

이슬라마바드의 야경

10명이 한 팀을 이룬 일본 산악인들과 함께한 시간, 국적은 다르지만 자연을 사랑하는 한 마음으로 추모하면서 일행들은 불청객인 나를 배려하고 따뜻하게 감싸 주었다.

특히 추모식에 참여 하기위해 훈자까지 온 수직의 단독자로 알려진 야마노이 야스시와 그의 부인 다에코를 훈자호텔에서 만난 인연도 기억에 남는다. “남에게 보이는 높은 봉우리에 오르는 것보다 내가 홀로 스스로 오르고 느끼는 산이 더 중요합니다.”라고 말하며 등산 때 후원을 받지 않으며 내면적안 만족을 추구하는 순수 등반가이기에 더욱 반가운 만남이었다.



이방인에게 베풀어준 잊지못할 추억들

발토로 빙하 트레킹 중 발목을 심하게 다친 마사미 하세가와는 통증을 표현하지 않고 종주하면서 매사에 웃음으로 일관하였다.

그녀의 리더쉽과 포옹력 그리고 모든 이들을 감동하게 하는 강인한 희생정신이 덧보였다. 짧고 굵게 살다간 쯔네오 하세가와와 막역한 친구였던 파키스탄 산악인 나지르 사비르선생도 훈자 출신으로 마사미 하세가와와 끈끈한 교류가 지금까지도 이어지고 있으며 또 한국에서는 월간 ‘사람과 산’에서 쯔네오 하세가와를 대신해 ‘황금피켈상 아시아’의 제1회 공로상을 수상하여 내한 한바 있는 그녀는 훈자 여행 중에도 ‘사람과 산’ 글씨가 새겨진 상의 티를 입고 나에게 한국의 옷이라며 자랑하던 소박한 여성이었다.

그러나 그녀도 남편처럼 도전적이면서 침착한 진취적 사고와 함께 항상 웃음을 잃지 않는 여장부로 그의 친구들과 함께한 빙하의 따뜻한 동행은 아직도 온기를 느끼게 한다.

‘영혼의 산’

희망을 위한 원정대

꿈과 희망을 가지고 극단의 공간에 도전해가는 과정에는 고통과 좌절의 잔잔한 긴장이 필요하다.
삶이 너무 순탄하면 무슨 재미가 있으랴? 그러나 닥쳐오는 시련과 고통을 좋아할 사람은 아무도 없겠지만 최선을 다해 극복하고 성취 했을 때만이 값진 의미를 느낄 것이다. 힘겨운 고산 등반 과정은 삶의 축소판과 같다.
나는 22년 동안 세계 오지여행을 통해 직접 체험을 하면서 느낀 점은 예술가로써의 상상력을 키우며 꿈꾸고 실천하는 자에게만 깨달음의 기회가 주어진다는 사실을 자주 확인 한다. 늘 먼 곳에서 늘 바라만 보았던 장엄한 히말라야 산군. 그 곳을 직접 내원 깊숙이 들어가 보면 불편하고 힘들고 고통도 수반되지만 그 무엇인가 한없이 가벼워지고 비워지는 느낌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