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방선거는 변화의 시작이다 주필·이사 nam48@kjdaily.com

2014년 05월 21일(수) 20:33

안타깝다. 미안하다. 가슴 깊이 울분이 솟구친다. 울다 지쳐 분노가 끓어오른다. 세월호 침몰 사건은 생각하면 생각할수록 어처구니가 없다. 대통령이 담화에서도 인정했듯이 이 사건은 대한민국의 해묵은 ‘비리와 부조리의 총체’였다.

세월호 희생자에게는 정말 죄송하지만 우리는 이 ‘슬픈 시대’에도 미리 예정된 지방선거를 치러야 한다. 선거란 무엇인가. ‘지역민의 뜻, 민의’를 묻는 것이다. 그러면 2014년 지방선거에서 광주·전남 지역민이 강렬하게 품어야 할 ‘민의, 대의’는 무엇인가.

첫째, 안전한 삶, 생명을 지켜주는 ‘정의로운 지방정치’다.

세월호를 침몰시킨 원인 제공자들은 해수부 산하 기관, 청해진 해운, 해양경찰청 등 광범위했다. 비리 수법도 다양하고 대담했다. 지방자치단체장의 비리 유형과 비슷하다. 직원 봉급 줄 돈이 없어 빚을 내는 형편인데도 공금을 물 쓰듯 하고 치적을 알리기 위해 낭비성 행사에 예산을 쏟아 부어도 마땅히 제재할 방법이 없었다. 실정법을 어기지 않는다면 견제할 수단이 없기 때문이다. 온갖 추문으로 지탄을 받아도 임기는 끝까지 보장됐다. 단체장을 감시하는 지방의회는 자질 시비에다 잦은 비리 연루로 제 코가 석자였다. 온 국민이 ‘이렇게는 안 된다, 변화하자’고 마음을 모으는 ‘세월호 정국’에서 광주·전남 유권자 역시 지난 지방자치 20년을 반성하고 ‘변화와 개혁’을 모색해, 정의로운 지방정부를 만들어야 한다.

둘째, 세월호가 준 교훈, 의사결정권자의 청렴성이 얼마나 중요한지 잊지말아야 한다.

단체장은 그 누구의 견제도 받지 않은 채 인허가권, 인사·조직권, 예산집행권, 단속권 등 권한을 휘두르면서 ‘지역 대통령’으로 군림하고 있다. 인·허가권은 그들 권한의 중심에 있다. 자치단체장은 수백명, 수천명의 공무원을 지휘하고 지역민들의 복지증진과 지역을 발전시켜야 한다. 그 자질 중에는 오케스트라의 지휘자처럼 적재적소에 공무원을 배치하고 그들과 함께 기관을 합리적·효율적으로 운영할 수 있는 능력과 도덕성이 우선시 되어야 한다. 세월호 사건에서도 봤듯, 의사결정권자의 편협된 사고와 부조리는 지역민을 불행으로 몰아넣는다.

셋째, 광주 유권자는 ‘광주정신’을 생각해야 한다.

현재 우리 정부와 광주의 관계는 복잡미묘하다. 올해 5·18광주민주화운동 34주년 기념식에 광주시민은 참석하지 않았다. 광주가 없는 기념식을 정부는 일당을 주고 동원한 사람들과 치렀다. 부끄럽고 또 부끄럽다. 국회까지 동의한 ‘임을 위한 행진곡’의 기념곡 지정을 미루고 기념식까지 독자적으로 치룬 것은 ‘광주에 대한 무시’다. 이 지구상의 어떤 나라가 국가기념일을 이렇게 하는 곳이 있을까. 광주 유권자는 대한민국 안에서 5·18의 자존을 다시 세워야 하며, 기득권에 안주하지 않고 변화와 혁신을 통해 새로운 리더십을 만들어내기 위해선 어떻게 해야하는지 숙고해야 한다. 정체된 구조에서 비전과 정치적 돌파력을 기대하기는 어렵다. 새로운 물결을 일으켜 광주의 자존을 다시 세워야 한다.

넷째, 전남 유권자는 적극적으로 ‘가난 탈출’을 요구해야 한다.

새정치민주연합의 공천이 마무리되면서 전남지사·시장·군수·지방의원의 면면이 정해졌다. 곧 후보의 사진과 경력이 담긴 벽보들이 나붙을 테고, 선거공보물이 집으로 배달될 것이다. 기껏 도지사 후보 이름이나 알까, 구·시의원은 고사하고 군수 후보조차 누군지 관심 없는 사람도 많다. 그러나 선거에 적극 관심을 갖고 공천자에게 전국에서 제일 가난한 전남을 어떻게 잘살게 할 것인지 묻고 또 물어야 한다.

우리는 지난 한 달 동안, 세월호 참사를 통해, 생명이 죽어가도 꿈쩍않는 기득권 세력의 살인에 가까운 야만을 목도했다. 이제 국민은 ‘잊지 말자’고 서로를 다독이고 있다. 사고 원인을 밝히고, 책임을 묻고, 대책을 세우는 일을 회피·축소·왜곡하려 한다면 ‘참지 말자’고 외치고 있다. 세월호 같은 참사가 다시 일어나지 않게 하려면 ‘책임질 사람은 책임져야 한다’는 것이 국민의 뜻이다.

지방자치단체도 마찬가지다. 리더, 공복(公僕)의 책임과 능력이 주민의 안전과 생명을 지키는 데 얼마나 중요한지 이번 참사를 통해 알게 됐다면, 과거 잘못이 있는 지도자나 자신의 권력욕만 채워온 후보를 선택해선 안 된다.

다시 묻는다. 우리는 왜 선거를 하는가. 나를 대신해 우리의 삶을 돌봐줄 이가 필요해서다. 필자는 개인적으로 ‘인문학적 감성’을 가진 이가 지역 대표가 되기를 간절히 바란다. 인문학이란 게 뭔가. 올바른 가치관을 심는 학문이다. 사람에 대한 연민을 잃지 말자는 게 인문학의 목표다. 사람을 짐짝 취급 않고 제대로 대접할 줄 아는 사람이 ‘인문적 인간’이다. 인문적 심성을 가진 이는 시민의 안전과 행복을 조금이라도 더 살필 것이다.

지방의 개혁도 결국 제도의 문제가 아니라 사람의 문제다. 지방정치의 목적과 역할을 간과한 채 권력을 획득하고 유지하는 일에만 관심 있는 지도자는 그 권력이 다한 즉시 지역민도 버린다. 이번 지방선거는 지방의 변화, 지방개혁의 시작이란 점 잊지 말자. /주필·이사 nam48@kjdail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