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문화유산 체계·종합적 관리 네트워크 기반 마련 광주매일신문 집중제안 한국학호남진흥원 설립하자 |
| 2014년 06월 09일(월) 20:07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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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여한 필진으로는 박석무 다산연구소 이사장, 이이화 역사학자, 안병욱 가톨릭대 교수 등 전국적 인사는 물론 문순태 소설가, 고영진 광주대 교수, 나무석 설립추진위 상임위원장 등 지역 여론을 이끄는 주요 인사들을 망라했다.
이제 호남지역 한국학진흥기관 설립의 메아리를 마무리하게 된 셈이다. 이번 기획연재의 성과와 의미를 되새겨보고 남은 과제를 살펴본다.
◇5천년 민족의 중심 자긍심 높여
민족의 곡창으로써 5천년 민족사의 풍요로운 고유문화와 전통정신을 잘 전승해 온 호남의 국학자료를 보존하고 활용할 중심 기관이 시급히 필요하다는 호남인의 숙원을 잘 전달함으로써 지역민의 의사를 대신하는 언론의 역할에 충실했다고 평가한다.
‘약무호남 시무국가’(若無湖南是無國家)라는 이순신 장군의 말처럼 역사적으로 국난에 처했을 때 호국의 보루였던 호남의 아름다운 의향전통을 계승하고, 세계인이 보편적으로 공감하는 호남의 문화유산, 즉 세계유산(고인돌 등), 세계기록유산(5·18기록물), 인류무형문화유산(판소리 등) 등을 보존하는 일은 당대를 사는 한국인과 국가 지도자의 역사적 소명이다.
헌법 제9조는 “국가는 전통문화의 계승·발전과 민족문화의 창달에 노력하여야 한다”라고 천명하고 있다. 급속한 근대화로 인한 물신숭배의 가치관과 서구의 산업기계문물의 도입에 따른 아노미 현상을 벗어나지 못하는 현대 한국의 상황으로 볼 때 헌법이 추구하는 기본 정신을 되새겨 볼만하다.
인간성 상실을 비롯한 수많은 부조리한 현대의 사회적 병리현상을 극복할 열쇠가 전통 정신문화와 미풍양속의 회복에 있음을 부인할 수 없다. 그러나 산업화의 연장선상의 관점에서 전통문화를 문화산업에 이용 가치로만 바라보고 경제적 아웃풋을 따져 정책입안의 후순위에 두었던 것이 문화유산 멸실·훼손·도난을 방치하게 된 배경이다.
국가가 국학자료 보존 대책을 세우지 않으니 뜻있는 개인들이 나서서 민간단체를 구성하고 십수년간 국책기관 설립을 청원했다. 중앙정부나 지방정부 차원에서 호남에 전승되고 있는 기록유산, 비기록유형유산, 무형유산에 대해 얼마나 있는지, 그 가치는 무엇인지 조사하지 못해 다만 추정치로만 거론되고 있는 실정이다.
광주, 전남, 전북, 제주 일원의 호남지역에는 약 52만점의 고문헌 등 기록유산이 전승되고 있으나 대부분 민간 소장이 많아 항온항습, 방범보안 시설문제로 보존 위기에 놓여 있다. 건축물 등 비지정문화재를 포함하는 비기록유형유산은 최근 3년내에 30% 정도가 유실되고 있으며, 호남 43개 지자체 관할지역마다 개인과 마을에 전승되는 무형유산은 고령의 전승자들에게 후계자가 없는 경우가 다수인 것으로 드러났다.
실정이 이러한데도 ‘김장문화’, ‘새마을운동자료’ 등 세계적 보존 가치가 인정되는 유산은 계속 새롭게 발굴되고 있다. 유네스코 지정 문화유산이 많은 나라로 대한민국이 손꼽힌다. 국민적 자긍심을 높여 국민통합의 동인이 됨은 물론이고, 국제적 문화관광산업에 직접적인 자원이며, 국가이미지 제고에 따른 2차적 효과까지 감안할 때 우리가 보유한 문화유산은 21세기 대한민국의 미래비전을 설계할 보물임에 틀림없다.
자신의 보물이 창고에 처박혀 썩어가고, 도난에 노출되고, 오페르트 같은 외부인의 수중에 들어가도 가만있을 주인은 없다. 호남의 민간에서 줄기차게 제기했던 시급한 호남권 국학자료 보존 대책의 청원은 문화향유권 등 문화적 기본권 차원을 넘어서서 주인된 국민으로서 당연한 요구라고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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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지털화 등 적합한 보존책 제안
호남권 국학자료를 보존하기 위해서 기록 등의 자료를 수집해야 하고, 과학적 보존 처리를 하거나 디지털화하는 적합한 보존방안을 갖추고 한국학과 호남학 연구에 활용될 수 있도록 제공해야 한다.
학술적으로 연구되고 검증된 결과는 문화원형으로서 문화예술 활동 및 문화관광산업에 제공돼 전통의 현대적 계승이라 할 수 있다. 이러한 보존의 진정한 가치를 현창하는 일이 곧 한국적 정체성을 담은 문화창달이 될 것이다. 따라서 국학자료는 보존에서 활용까지 일련의 체계적이고 종합적인 계획에 따라 접근해야 할 성격이 있기 때문에 한국학진흥기관으로서 ‘한국학호남진흥원의 국가 설립’을 제안했던 것이다.
‘한국학호남진흥원 설립’에 대한 정책 제안은 광주광역시의 조례 제정·공포로 반영됐다. 유명무실했던 ‘호남학 진흥’ 조례를 개정하는 방안도 논의됐으나 전면 개정이 필요한 상황에서 기존 조례에는 선언적 의미를 부여하고 재단 설립과 운영 지원 방향을 구체적으로 규정하는 법적 근거로써 새 조례를 송경종 시의원이 발의하고 행정자치위원회에서 심의했다.
이때 한국학 및 호남학 명칭 문제, 전남, 전북, 제주의 참여 문제 등에 관한 논란이 있었다. 명칭에 있어서 전국적 한국학 발전을 위한 호남학(한국학을 전제로 호남지역의 역사·문화·철학·예술·민속 등 삶의 양식과 사유체계를 조명하고 체계화한 학문)의 진흥 목적을 명시하는 것으로 하고, 타 광역자치단체 참여는 동참 제안을 거쳐 선 설립 후 참여 등으로 결론을 맺게 됐다.
결국 ‘재단법인 한국학호남진흥원 설립 및 지원’ 조례안은 2013년 12월 19일 광주시의회 본회의를 통과하고 2014년 1월 1일 공포됐다.
◇국가적 관심 환기 정책채택 기여
광주매일신문 기획연재는 시의성을 반영해 한국학과 호남학의 개념을 정리했고, 광역단체간 차이로 인해 설립 추진이 공중에 방치되는 우려와 함께 선 설립 후 공조를 제기하는 등 실현 가능성에 기초해 의회의 판단에 직·간접적으로 역할한 바 있다.
광주시 조례 공포와 더불어 신년 벽두부터 언론을 달궜던 소식이 ‘호남 한국학진흥원 설립 지원 예산 편성’에 관한 집중 보도였던 것이다. 명칭에 다소 차이는 있으나 국회 최종 예산 통과 결과로서 2014년 예산에 한국학호남진흥원 설립을 국가가 지원하는 것이 확정됐다.
광주시 문화예술진흥과가 문체부에 2014년 국비 신청했던 것이 기화가 되고, 호남의 국회의원과 지역 출신 국회의원, 지방의원들이 각각의 위치에서 지대한 관심을 표명하고 자칫 실기하거나 묻혀버릴 예산을 살려냈으며 문화체육관광부의 지원 의사까지 반영돼 결국 예산을 확보해냈다.
국가 정책으로 국학자료를 보존하는 한국학진흥기관을 호남에 설립하는 데에는 호남의 국회의원들의 역할이 필요하다. 직접적인 제안도 수렴하겠지만 지역민의 숙원이 한국학진흥기관에 있음을 언론 등을 통해 확인한다는 점에서 국비 예산 결과를 창출한 데에는 기획연재의 역할이 적지 않았다고 할 수 있다. 현재 광주시는 재단 설립 준비에 박차를 가해 설립TF팀을 구성하고 법인 등록 절차를 밟아가고 있다.
진일보한 재단 설립 추진에 있어서 전남과 전북, 그리고 제주의 대승적 참여를 반드시 반영하길 희망한다. 광주가 하는 일이라고 방관할 것이 아니라 헌법적 과제를 실행하는 기관으로서 호남지역 전체가 힘 모아 진흥원의 각종 사업의 진행 주체로 참여하는 가운데 각 광역지자체 관할 지역의 국학자료 보존 활용이 소외되지 않도록 네트워크가 형성돼야 할 것이다.
또한 진흥원의 네트워크는 민간 및 기존 한국학 관련 기관을 잇는 가교로서 기능해야 할 것이며 그동안의 성과를 인정하고 각 기관간 분업적 역할 관계형성을 위해 숙의해야 할 것이다. 이를 위해 지역 지도자들의 정책적 결단은 물론이고 정부 부처의 적극적 지원은 필수다.
이러한 일련의 전개 과정에서 언론의 역할이 중요했다고 본다. 한국학호남진흥원 설립에 관련한 기사는 지역 및 중앙 언론을 통틀어 연간 200건 이상이 보도된 바 있다. 하지만 수개월에 걸쳐 시시각각 정책 동향을 관심있는 시민에게 알리고 또 그 의견을 모아 보도하며 결국 정책 채택에까지 기여한 기사는 광주매일신문이 유일했다. /(사)한국학호남진흥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