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통합·인권존중’ 시민의 삶을 바꾸는 미래 도시 핵심브랜드로 성인지(性認知) 정책 평등으로 행복을 그리다 (1) 지역발전 새로운 활로 찾다 양성평등 100대 국정과제…성별 영향평가·성인지 예산 등 공정·효율성 개선 단순 성평등 넘어 모든 정책 성별 요구 반영…지속가능한 도시발전 가치 구축 신축설계부터 女편의시설 대폭 반영 ‘광주-기아챔피언스필드’ 우수사례 선정 ’ 오경은 기자 white@kjdaily.com

2014년 06월 09일(월) 20:11

광주 신축야구장 광주-KIA 챔피언스필드는 성인지 정책을 접목, 여성친화적 관람환경을 조성한 모범사례로 꼽힌다. 여성관람객 증가에 따라 야구장 신축설계에 여성 화장실 숫자를 크게 늘리는 등 편의시설을 개선했기 때문이다.

진정한 행복은 일상에서 온다. 그리고 세상의 절반인 ‘여성’은 일상 속, 행복에 영향을 미치는 요소들에 민감할 수밖에 없다. 하지만 아직 우리 사회 곳곳엔 여성과 남성이 불평등한 위치에 놓여있으며, 불평등한 정책이 만연해 있는 것이 현실이다. 이를 개선하기 위해 전국 지자체 곳곳에서는 정책 수립단계부터 성차별이 일어나지 않도록 하는 ‘성인지(性認知)정책’을 시행중이다. 2012년부터 본격 시행됐지만 아직 걸음마 단계에 불과하다. 이에 본보에서는 기획시리즈를 통해 현재까지 진행되고 있는 광주시의 성인지 정책에 대해 알아보고 국내·외 모범사례로 꼽히는 지역을 찾아 성인지 정책의 선진사례에 대해 알아본다. 특히 성인지 정책을 토대로 한 광주 지역 발전의 새로운 활로를 찾아본다.
/편집자주


성인지 통계, 성인지 예산, 성별영향평가 등등…. 요즘 ‘성인지’라는 용어를 자주 접하게 된다. 하지만 단어 자체에 대한 의미를 모를뿐더러 용어조차 생소하게 여길 정도로 사회적 공감 수준이 낮은 실정이다. ‘성인지’하면 무엇이 떠오르나 물어보면 아직도 상당수 ‘성인잡지’(?)라는 답이 나온다. 제도와 정책에 대한 이해와 홍보가 전반적으로 미흡하기 때문이다.

◇성인지 정책 실현 위한 제도 개선

‘성인지 정책’의 기본은 여성과 남성은 신체적 특징과 기능이 다르고, 정치·경제·사회문화적으로 서로 다른 조건과 상황에 놓여있음을 인정하고 이를 고려해 정책을 수립 집행하는 것이다. 정부는 양성평등을 100대 국정과제 가운데 하나로 선정한 바 있다.

성인지 정책 실현을 위한 제도적 방법으로는 성별영향분석평가, 성인지 예산, 성별통계 및 성인지 교육 등이 있다. 성별영향분석평가는 정부 주요정책을 수립·시행하는 과정에서 성(性) 차별적 요인들을 분석 평가하는 것으로, 우리나라의 경우 2004년 시범 운영됐다. 그리고 2012년 시행령이 발효되면서 한층 강화됐다. 성인지 예산은 예산의 편성, 심의, 집행, 결산과정에서 남녀에게 미치는 효과를 고려함으로써 정부예산 및 정책의 성평등한 재원배분을 제시하는 제도이다.

성별통계는 여성과 남성의 사회적 조건과 공헌, 현황과 특수성을 반영한 통계자료다.

성인지 교육은 특정 성(性)에 대한 불평등이 발생하지 않도록 여성과 남성에게 미치는 영향을 인식·반영하는 능력을 증진시키는 것이다. ‘성희롱 예방교육’, ‘성매매방지교육’, ‘아동성폭력예방교육’, ‘공무원 성인지교육’, ‘성교육 및 성폭력예방교육’ 등이 있다.

광주-기아 챔피언스필드내 화장실, 수유실, 유아놀이방 <위로부터>

◇광주 신축야구장 성인지 정책 모범사례

공공시설에 있는 화장실을 보면, 남성화장실에 비해 여성화장실에는 줄이 길게 늘어서 있는 경우를 흔히 볼 수 있다. 조사에 의하면 여성이 남성보다 화장실을 이용하는 횟수가 많고(1일평균 여성은 7.7회, 남성은 5.5회) 이용시간은 긴 것(여성은 3분, 남성은 1분 24초·1999년 국립환경연구원조사)으로 나타났다. 더구나 어린아이는 엄마를 따라 화장실에 오는 경우가 대부분이어서 이런 경우 이용시간은 더욱 늘어난다.

남녀화장실 면적이 동일하도록 규정했기 때문에 남성화장실에 설치된 변기가 더 많은 것이다.

여성들은 좌변기를 사용하며 좌변기는 남성들의 소변기보다 설치면적을 많이 필요로 하기 때문에 좌변기만 설치하는 여성화장실에는 대·소변기를 분리 사용하는 남성화장실에 비해 변기가 적게 설치될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광주시의 경우 야구장 신축시 여성친화적 관람환경 조성 사례가 여성가족부에 실시한 2013년 성별영향분석평가 우수사례로 선정됐다.

프로야구 여성관람객이 증가하고 있으나 남성중심시설로 화장실에 여성 편의공간이 부족함에 따라 야구장 신축설계에 편의시설을 개선했다. 여성화장실 숫자를 크게 늘렸으며 수유실 4개소, 유아놀이방 2개소 설치, 키즈카페 파티플로어 클럽라운지 등 편의시설을 설치했다.


◇성인지+도시공간 정책 접목 ‘여성친화도시

전국 지자체에서는 여성친화도시를 조성하기 위한 정책 활동이 한창이다.

여성친화도시는 성인지정책과 도시공간정책을 접목시킨 지역정책사업이다. 안전하고 편리하며, 쾌적한 도시, 걱정 없이 아이를 키울 수 있는 곳, 장애 없는 도시, 모두 다 행복하고 차별 없이 지속가능한 도시발전의 가치를 구축해 살기 좋은 지역공동체를 만드는 것을 의미한다.

여성친화도시들은 그동안 지역 정책을 여성의 관점에서 점검·개선하기 위해 근거 조례를 마련하고 주민과 함께 지역 특성을 반영한 여성특화 사업을 추진하고 있다.

광주시의 경우 지난 2012년에는 국내 최초로 광주시와 5개 자치구가 여성가족부로부터 ‘여성친화도시’로 지정됐다.

또 여성가족 친화마을센터를 설립하는 등 다양한 교육 프로그램과 시민참여기구를 통해 성인지 정책을 행정 전반에 녹여내고 있다.



성인지 정책은 지역 발전 전반에 성평등을 통합하고 주민참여 행정의 새로운 전기를 마련할 잠재력을 가지고 있다. 그러나 아직 이 사업을 지원할 인프라와 자원을 충분히 동원하지 못하고 있는 실정이다.

성인지 정책은 미래 도시의 핵심 브랜드이자, 성평등 실현을 위한 초석임이 자못 분명하다. 남성과 여성이 성역할구분 이전에 한 인간이라는 인식에 근거해 스스로의 정체성을 확립하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 따라서 단순한 성평등의 가치를 넘어 사회통합, 인권존중, 공정성, 효율성, 투명성에 기여하는 정책인 셈이다.

‘성인지 정책’을 통해 광주의 지역발전 과정에서 남녀가 동등하게 참여하고 성별차이에 따른 불편을 개선, 결국 지역주민 모두가 윤택한 삶을 누리도록 해야 한다.

이 연재물은 지역신문발전기금을 지원받았습니다

/오경은 기자 white@kjdail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