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주의 지방자치’는 달라야 한다 주필·이사 nam48@kjdaily.com

2014년 06월 25일(수) 19:19

24일 오전 필자는 광주법원 앞에서 ‘광주다움’의 진수를 보았다. 세번째 ‘세월호 재판’이 열린 광주지방법원 앞 양쪽 도로 200m 가량 광주시민이 줄지어 서 있었다. 저마다 노란 리본을 단 200여명은 ‘진실마중 사람띠 잇기’라는 이름으로 세월호 피해 가족들을 맞았다. 노란 손팻말에는 ‘세월호 잊지 맙시다’ ‘진상규명, 책임자 처벌, 특별법 제정’ ‘상식에 맞는 판결로 억울하지 않게’ 등 자신이 소망하는 말이 적혀 있었다.

이들은 16일(세월호 침몰사고 두 달째 되는 날) 만들어진 ‘세월호 3년상을 치르는 광주 시민상주모임’이라 했다. 세월호 침몰사고 후 두 달이 지나고 여전히 11명은 찬 바닷속에 있지만 이들을 잊지 않기 위해 자발적으로 ‘상주’를 자처하고, ‘함께 울고, 잊지 않고, 함께 행동하겠다’는 마음을 내보였다. 신록만큼이나 고운 마음씨다. 월드컵과 문창극 사태로 세월호를 잊어가고 있는 시간에, 광주시민은 상주를 자처하고 진실을 끝까지 밝히고, 책임 소재를 분명히 하며, 안전한 사회로의 분명한 이행이 될 때까지 가족들과 3년상을 치르겠다고 다짐하고 있다.

이 광경을 지켜본 세월호 참사 피해자지원 및 진상조사 특별위원장인 이명숙 변호사는 ‘어느 날 갑자기 가족을 잃은 처절한 아픔을 공유한 도시라서 그런지…. 많은 분들의 따끈한 주먹밥과 시원한 생수와 넉넉하고 진심어린 배려와 관심에 가족 분들이 감동하며 맛있게 잘 먹고 돌아가고 있습니다’라는 문자메시지를 시민상주모임 측에 보내기도 했다. 앞으로도 3년 세월호 상주 노릇을 하며 생활 속에서 계속 군불을 때는 역할을 하고 싶다는 시민상주모임의 정성과 사랑이 참 소중한 가치로 떠오른다..

세월호 참사의 진상을 규명하겠다고 구성된 국회 세월호 국정조사 특위의 여·야 행태를 보노라면 대체 이들이 국정조사를 하겠다고 나설 자격이 있는지부터가 의심되는 상황에서, 광주시민이 5·18의 아픔을 승화시켜 세월호 가족을 껴안는 모습은 ‘아 이런 게 공동체정신이고 광주정신이구나’ 새삼 깨닫게 된다.

광주가 앞으로도 세워가야 할 ‘평화·민주·인권 도시’의 속살이 바로 이런 것이다. 거창한 구호 대신, 시민사회의 자체적 역량으로 작은 것부터 바로잡고 의미 있는 일을 실행하며 사람사는 세상답게 꾸며가는 것, 그것이다. 광주가 광주다우려면, 광주공동체 주먹밥 정신을 회복하려면, 광주만이 할 수 있는 일, 통일·인권·생명·평화·환경·여성·청소년·다문화·국제구호·마을공동체 등 다양한 시민사회 활동이 살아나고 시민사회가 대한민국에 새로운 공동체 모델을 내놓도록 자지단체가 도와야 한다.

지난 지방선거에서 새정치민주연합의 선대위원장이었던 정동영씨는 ‘윤장현 후보야말로 광주정신에 가장 적합한 인물이다’고 강조한 바 있다. 윤장현 현 당선자는 ‘5·18 당시 광주시민과 현장에서 함께했으며, 그 이후 시민운동과 환경운동을 통해 광주정신의 실천을 위해 한결같은 길을 걸어온 사람이고, 그는 삶의 정치, 생명의 정치, 생활의 정치를 현장에서 몸으로 실천해온 사람’이라고 평가하고 지난날 광주정신이 걸어온 길을 보며, 앞으로 광주정신이 걸어갈 길을 내다볼거라고 예단했다.

윤장현 당선자도 평소에 ‘민주화 성지, 인권의 도시라고 떠들면서도, 그에 값하는 모습을 보여준 게 없다. 시민운동 해온 사람으로 부끄럽다’고 말해왔다. 그리고 출마 선언을 하면서 ‘100년 광주라는 큰 그릇에 지속가능한 도시비전을 담아 알차게 실행해 나가겠다. 신선한 상상력과 발상의 전환을 통해 정치가 어떻게 사람 중심으로 바뀔 수 있는지 확실하게 보여주겠다. 박원순 서울시장 보다 더 획기적인 사람 중심의 자치도시를 구현하겠다’고 강조했다.

광주시민이 기대하는 바가 바로 그것이다. 이제 광주의 자치는 다른 지역과 달라야 한다. 광주이기 때문이다. 지방자치 20년 역사에서 뒤쳐진 광주자치는 이제 인간의 존엄성을 지키기 위한 보편복지의 확대, 생태 환경과 생명 공동체의 형성, 주민 참여의 모델을 창의적으로 구현해야 할 과제를 안고 있다.

광주시민이 상호 신뢰, 협력, 소통, 배려, 나눔을 소중한 가치로 인식하는 분위기를 만들어가는 것은 광주시장이 가장 중요하게 생각해야 할 가치다. 새로운 변화와 개혁을 통해 삶의 정치, 생명의 정치를 실천해 ‘광주를 바꾸겠다’는 선거 구호를 꼭 실천해야 할 의무가 새 시장에게 있다.

지방자치는 그 자체가 주민 주체를 실현하는 풀뿌리 민주주의 과정이며 우리의 삶의 질을 결정짓는 생활 현장이다. 광주시장은 광주공동체에 대한 확실한 비전이 있어야 하며 임기 말까지 시민이 존경할 수 있는 대상이 되어야 한다.

지자체장의 권력은 막강하다. 의회까지 다시 새정치민주연합 일색이 된 마당에 당선자 스스로 중요한 사안을 결정할 때 ‘시민의 입장’ 먼저 떠올리지 않으면 ‘도로 민주당 독식’ 구조를 반복하게 된다. 주민에게 자치권을 돌려주되 매일 마음속에 ‘윤장현 반대당’을 심지 않으면 ‘최초의 시민시장’이란 명예가 퇴색할 수도 있다. 광주가 진정 광주다움을 되찾을 때까지 새 시장은 자신과 부단히 싸우며 ‘정의로운 지방자치’ 화두를 챙겨야 할 것이다. /주필·이사 nam48@kjdail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