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예술이 경제다 문/화/난/장 나상옥 광주미협 회장 kjdaily.com

2014년 06월 26일(목) 19:11

스페인의 빌바오는 제철·철강·조선 사업으로 부를 누리다가 1980년대 사양길로 들어서면서 우중충한 회색 도시로 변해갔다. 게다가 바스크 분리주의자들의 테러로 정치·사회적으로 불안정하고 날씨마저 최악으로 여행자들이 피해가는 곳이었다.

그러나 바스크 지방정부는 빌바오를 몰락의 늪에서 구하기 위해 도시 재개발 계획을 세웠다. 그중 하나가 1억5천만달러를 들인 구겐하임 미술관 유치 프로젝트다. 미국의 유명 건축가 프랭크 게리가 지은 미술관이 1997년 개관했을 때는 유럽의 빌바오행 항공편이 모두 마비되기도 했다. 그 후 지금까지 해마다 100만명이 다녀간다. 구겐하임 미술관이 공업도시 빌바오를 세계적인 문화관광 도시로 격상시킨 것이다.

미래학자들은 문화산업이 미래의 중심산업임을 공통적으로 역설하고 있다. 즉 이제는 가격경쟁력보다는 품질경쟁력 나아가 사람들의 감성을 자극할 수 있는 경쟁력, ‘무형의 가치’를 만들어 낼 수 있는 능력이 필요한 때이다. 기존의 산업경제는 ‘유형의 가치’라면 문화예술은 ‘무형의 가치’이다. 따라서 ‘무형의 가치’가 내포하는 또다른 의미로는 ‘무한의 가치’가 될 수 있겠다.

그렇다면 광주는 어떤 방향설정을 해야할 것인가? 광주의 문화예술산업의 지향점은 모든 인류가 공감할 수 있는 보편적 가치와 광주만의 특수한 문화를 접목시켜 세계를 향해 나가야 할 때이다. 광주만의 색깔과 시각, 그리고 광주만의 독특한 문화적 취향을 어떻게 살려내고 지켜나갈 것인가가 핵심이다. 광주가 지향하는 미래의 도시 모습은 경제적 이익과 문화적 가치가 조화될 수 있는 도시여야 한다. 자녀를 창조적이며 창의적인 인간으로 성장시킬 수 있는 문화예술교육 도시여야 하고, 자연을 사랑하는 친환경도시이며, 민주적 가치가 살아있는 도시가 되어야 할 것이다.

문화예술도시의 자산으로서 문화예술 활동의 동력원은 가치를 창조하는 창작자와 수준 높은 창작물을 향유할 줄 아는 심미안을 갖춘 향유자다. 심미안을 갖춘 향유자는 창작자의 가치를 인식하고 창작자에 대한 지속적인 관심과 투자지원을 통하여 창작자가 창작활동에만 전념할 수 있고, 경제부문은 심미성을 경제적 가치로 전환하여 더 많은 부를 창출할 수 있는 선순환을 이룰 수 있어야 한다. 따라서 이러한 선순환을 위해서 창작자를 위한 정책적 배려와 함께 문화예술교육이 시급히 요청된다.

단순히 책이나 미술관 관람에 한정된 예술교육은 지극히 소극적인 교육이다.

인간은 감각기관은 통하여 정보를 습득하고 습득한 각각의 정보들을 통합 분석하여 인지한다. 단순한 정보로는 인간이 대상을 올바로 파악하지 못한다. 예술이 그러하다. 최종 결과물로만 접하는, 글로만 배우는 문화향유활동은 온전할 수 없다. 창작의 결과물이 탄생하는 일련의 과정을 관찰하고 직접 체험해 봄으로서 예술을 이해하는 적극적 교육이 될 것이다.

문화예술을 시장경제에 맡겨둘 경우 누구나 쉽게 즐길 수 있는 오락성이 팽배해질 가능성이 높다. 상대적으로 진지하고 예술성이 있는 작품은 선택권이 줄어든다. 따라서 창의적인 문화콘텐츠를 만들어내려면 문화예술부분에 대한 정책지원이 필요하며 적극적인 문화예술교육이 뒷받침되어야 한다.

광주문화예술정책의 방향성은 바로 그 지점에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