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주에는 ‘문화부시장’이 필요하다 주필·이사 nam48@kjdaily.com

2014년 07월 02일(수) 19:10

올해 광주에선 큰 일이 벌어진다. 외부 사람들은 광주에다 벌인 아시아문화중심도시 판을 단군 이래 최대 문화 사업으로 꼽는다. 그리고 아시아문화중심도시 조성사업의 첫 단추이자 핵심인 국립아시아문화전당이 곧 개관하면 광주를 중심으로 대한민국 문화 판, 아시아의 문화 축이 대지진을 일으킬 것으로 보고 있다. 이것을 역사적인 사건으로 보는 외부 사람들을 보면서 ‘기대’라면 고맙고 ‘과장’이라면 우려스럽다.

광주에서 벌어지는 아시아문화중심도시사업을 상당히 부러워하는 경주나 전주, 부산사람들은 간혹 필자에게 전화해서 ‘잘 진행되고 있느냐’고 묻는다. 필자도 광주시민에게 물어보고 싶다. 잘 진행되고 있나요?

아시아문화중심도시 사업은 정부가 지난 2004부터 2023년까지 20년간 전남 광주에 5조 3000억원을 투입해 조성되는 아시아 최대 규모의 문화 프로젝트다. 아시아문화중심도시에는 예술극장과 창조원, 교류원, 정보원, 어린이 문화원 등이 들어서고 연면적이 4만 8000여평으로 국립중앙박물관(4만 1000여평)보다 더 크다. 현재 국립아시아문화전당 건립은 92%의 공정을 보이고 있고 오는 10월 완공될 예정이다. 내년 9월엔 문화전당이 콘텐츠를 확보해 정식으로 문을 연다.

그러나 조성 사업 시작 이후 10년이 넘게 추진 주체가 정해지지 않고, 경쟁력 강화를 위해 어떤 콘텐츠가 선보이는지에 대한 명확한 내용이 없어 ‘소문난 잔치에 먹을 것 없는 것 아니냐’는 우려의 시선이 적지 않다. 문체부와 광주시 등이 특별법인 형태를 놓고 논의 중이지만, 해결점을 찾지 못하고 있다. 현재 국회엔 문체부와 새정치민주연합이 발의한 ‘문화중심도시 조성에 관한 특별법 일부 개정안’이 경합해 계류 중이다. 정부안은 아시아문화전당을 특수법인화해 그 운영을 아시아문화원 등에 위탁할 수 있도록 하고, 아시아문화원 등에 국가가 경비지원을 할 수 있도록 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반면 새정치민주연합 발의안은 아시아문화전당을 문체부 소속기관으로 하고, 정부의 재정 지원을 의무화하는 내용을 포함하고 있다. 쉽게 해결점을 찾지 못하고 있어 5조원이 투입되는 아시아문화중심도시 조성 사업의 성공 여부도 불투명 해지고 있는 시점이다.

한국 문화계의 대사건이라는 아시아문화중심도시와 국립아시아문화전당은 국책 사업이란 이름으로 아직도 광주시민 품 안에 들어오지 못하고 있다. 수많은 이유가 있지만 차치하고, 필자는 그 이유 중 하나가, 광주시의 문화정책 컨트롤타워 부재라고 보고 있다. 국립아시아문화전당 개관 이후 광주시민이 그 주체가 될 수 있는가, 없는가 여부는 광주시장의 문화정책 전략과 마인드에 달려있다. 광주광역시는 그동안 ‘문화수도’라는 말을 입에 달고 살았지만 문화정책은 곁가지에 불과했다. ‘문화는 밥이다’며 문화를 산업 측면에서 접근, 각종 부실과 부조리까지 양산했다.

광주시는 그동안 정부에 기대면서 과거 방식의 문화정책을 고집, 문화수도다운 선도적인 정책을 내놓지 못했다. 지역민의 구체적인 삶의 양식에 기반한 풀뿌리 문화운동, 사회운동과의 통합적 모색도 없었고, 문화를 통한 경제의 성숙 및 지역민의 정서적 재충전의 활로 모색도 부족했다.

아시아문화중심도시 광주의 문화주역은 누구인가? 국가인가? 시청인가? 예술가인가? 시민인가? 모두가 주역이다. 그러나 무엇이 결국 문화중심도시를 튼튼하게 지탱해줄 버팀목이 될 것인지 짚어보면, 광주광역시장의 역할이 가장 크다. 광주광역시장은 아시아문화중심도시 건설의 행정 책임자로 역할이 가장 막중하다. 관객이 없는 음악회, 유통이 없는 미술전시회, 책이 팔리지 않는 서점가가 늘고 있는 현실에서 어떻게 문화수도가 가능한가 깊이 고민해야 한다. 문화도시의 외형은 돈으로 뚝딱 만들 수 있는지 모르겠지만 문화시민의 내형을 돈으로 만들 수는 없다는 점에서 광주광역시장은 문화수도 건설을 정치·경제·사회·문화·교육 등 총체적인 시각으로 접근해야 한다.

윤장현 6기 광주시장의 경우 문화마인드가 남다르다. 문화에 대한 깊은 이해와 공동체에 대한 정확한 철학이 내재돼 있다. 그러나 시장 혼자 일을 다 할 수 없는 만큼 시장과 손발이 잘 맞는 구조를 갖춰야 한다고 본다. 광주문화가 아시아문화를 견인할 만한 힘을 갖추기 위해서는 새 틀이 필요하고 가장 중요한 것이 컨트롤타워다. 광주시장을 중심으로 문화정책을 총지휘할 감독인 문화관광정책실장을 민간 전문가로 공채하든지 문화부시장을 두는 안도 고려해볼만하다.

지금 당장 광주시민을 무작위로 뽑아 아시아문화중심도시에 관해, 광주시가 문화수도 건설을 위해 뭘 하고 있느냐고 물어보라. 전혀 모른다. 지역 문화기획자뿐 아니라 시민이 문화수도 건설을 위해 어떤 역할을 해야 하는지 재설정이 필요한 시점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전문가 중의 전문가를 발탁해 컨트롤타워를 구축하고 정부-광주시-광주시민-아시아 네트워크를 총감독할 수 있어야 한다. 지금처럼 관료중심의 문화정책으로 광주시가 매개자로서 문화정책 역량을 발휘하지 않는다면 어떤 정책적 제언, 어떤 기발한 아이디어도 광주에 파고들 수 없다.

광주 민선 6기는 지자체의 문화권력 집중 현실을 시민 참여구조를 통해 민주화함으로써 새로운 문화행정이 창출되도록 하는데 주안점을 두어야 한다. 새로운 문화주체를 형성해 광주만의 새로운 모델을 만들어내야 한다.

단언컨대, 광주 민선6기의 성공여부는 ‘아시아문화중심도시’ 성공 여부에 달려있다는 점 명심해야 한다.

/주필·이사 nam48@kjdail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