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건소 예방의약 담당자에게 소방점검 하라니?

2014년 07월 13일(일) 19:29

정부가 소방 안전점검이라는 중요한 업무를 소방지식이 전무한 보건소 예방의약 담당자들에게 지시한 사실이 뒤늦게 밝혀졌다. 결론부터 말하면 참으로 한심하기 짝이 없는 전형적인 탁상행정의 표본이다.

본보에 따르면 세월호 참사가 발생하자 보건복지부는 전국의 지자체에 병원 등에 대한 안전점검을 실시하라는 공문을 하달했다. 그런데 안전점검 내용은 피난 유도선 설치 여부, 호흡기구 비치 여부, 소화기 설치 여부 등 장비나 인원의 유무를 확인하는데 그쳤다. 소화기를 얼마의 거리에 비치해야 하며, 호흡기구는 구체적으로 무엇이 있어야 하는지 전문적인 내용은 전무했다. 그것을 알 수 있는 공무원은 오직 소방 전문가들뿐이다.

그런 과정에서 장성요양병원 화재 사건이 발생했고, 정부는 그 책임이 일선 보건소에 있다며, 책임을 말단 공무원 2명에게 전가하고 인사발령이 났다. 뒤늦게야 구체적으로 책임 업무가 구분된 보강 안전점검표를 마련하고 다시 합동점검 공문을 보건소에 내려 보냈다. 그야말로 전형적인 ‘소 잃고 외양간 고치기’는 격이다.

애꿎은 일선 공무원 2명만 사고의 책임을 지고 경찰서를 오가며 조사를 받아야 했다. 질병을 예방하고 의약품을 조달하는 예방의약 담당 보건소 직원들이 어떻게 소방점검을 한단 말인가. 장성요양병원 화재사건의 직접적인 원인은 방화지만, 그것이 참사로 이어진 요인은 제도가 미흡한데서 비롯된 안전불감증과 시스템 부재다

안전사고를 예방하고 차단하기 위해서는 각 분야별 전문가가 점검을 해야 함에도 정부는 일선 보건소에 떠넘긴 것이다. 그러니 점검이 부실 할 수밖에 없고, 더 큰 화를 만들어낸 것이다. 상식적으로 소방안전점검을 소방방재청이 아닌 보건소가 했다니 말이나 되는가. 도저히 납득할 수가 없다.

초기에 소방분야, 보건분야, 건축분야, 전기분야 등 세부적인 지침을 마련해서 전문성을 가지고 실시했더라면 큰 사고로 발전하지 않았을 텐데. 뒤 늦게라도 세분화된 지침을 마련했다니 다행이지만, 죄 없는 말단 공무원만 안타까울 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