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어느 슬픈 무용수의 희망 찾기 이영민 |
| 2014년 07월 13일(일) 19:29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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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주문화예술회관은 올해 초 26명의 시립예술단 계약직 단원을 채용하였다. 예술단원 19명, 기획·홍보마케팅 7명으로, 당시 채용은 시향을 제외하고 근 5년만의 대규모 채용이었다.
그 가운데 활동분야와 전혀 맞지 않은 무용단원이 기획단원에 채용되었다. 무용수로서의 능력은 있지만 경력이 전무한 자가 기획단원으로 뽑혔으니 혹시 낙하산이 아닌가 하는 의심도 가질 만하였다.
실상 단원 채용공고가 나자 일부 언론에서 “이제까지 가만히 있다가 무슨 예술단원을 이렇게 많이 채용하는 것인지, 기획·홍보마케팅단원 채용은 선거용이 아닌지?” 등의 의견도 있었다.
그간 시립예술단은 내부 문제로 수 년 동안 신규단원을 채용하지 못해 단원 부족현상이 심각했다. 이를 다소나마 해소하고자 채용하기로 결정하고 엄격한 기준을 도입하는 등 투명하고 공정한 심사과정을 거쳐 기획·홍보단원은 10명 채용계획에 7명, 합창단원은 7명 채용계획에 3명만 합격시켰다.
기획·홍보마케팅단원 심사위원은 전국에서 전문가를 섭외하였고, 심사기준이 PPT와 스펙(학력,경력,자격증) 및 면접이었다. 당시 응시자 능력 확인이 쉽지 않아 스펙을 우선시 할 수밖에 없는 상황에서 경력에서 뒤쳐진 이 응시자가 합격하기는 어려울 것으로 예상하였다.
그러나 심사위원들은 쟁쟁한 스펙을 가진 많은 응시자들을 제외하고 심사위원 모두가 박승희씨를 합격자로 추천하였다. 경력이 전무한 무용수가 추천되었으니 이상하게 생각하지 않을 수 없었다.
합격자 결정이 끝나고 추천이유를 물었더니, “이 무용수는 다른 응시자보다 경력은 부족하나 PPT와 면접시 그간 생각했던 자신만의 노하우와 열정을 보여주었다. 특히 요즘 젊은이들은 불행이 닥치면 쉽게 좌절하는 세태에서 자신의 불행을 극복하기 위해 공부에 매진하여 누구보다 능력을 발휘할 수 있는 자질을 갖추었고, 긍정적인 사고와 예술단 발전을 위해 무한한 비전을 제시할 수 있는 능력을 보고 추천했다”고 하였다.
경남 거창출신인 박승희씨는 광주시립무용단 무용수로 활동하다 수년 전 연습 중 무릎 전방십자인대가 파열되는 부상을 입었다. 수술과 재활을 통해 무용수로 복귀하여 활동하였으나 수술한 인대가 다시 파열되었고 계속되는 부상과 수술 과정을 겪으면서 더 이상 발레리나로 활동이 어렵게 되었다. 무용수가 춤추지 못하면 그만큼 다른 무용수가 더 뛰어야 하고, 공연 참여가 어려워 그만둬야 할 입장이었다.
이런 경우 대부분 예술인으로서의 삶을 포기하는 경향이 있으나, 이 응시자는 이를 극복하고자 전남대 체육과 석사과정을 마친 후 스포츠마케팅 박사과정에 재학하는 등 직업전환을 위한 꾸준히 노력하였고, 그러던 중 단원모집에 응시하여 공연예술을 기획할 수 있는 기회를 얻어낸 것이다.
사람들은 인생을 살면서 누구나 수많은 어려움에 봉착한다. 그러나 그 난관을 어떻게 극복할 것인가는 순전히 그 사람의 의지에 달려있다 할 것이다. 그는 젊은 나이에 그토록 하고 싶은 발레를 할 수 없다는 사실만으로도 깊은 좌절과 회한의 나날을 보냈을 것이다. 그러나 그 불행을 긍정적인 사고와 도전정신을 통해 이겨내고 새 분야에서 근무하고 있는 박승희 氏는 또 다른 열정으로 공연예술 발전을 위해 뛰리라 확신을 갖게 한다.
우리 사회는 직업별로 다양한 특성을 가지고 있으며 시대 흐름에 따라 부침을 거듭한다. 여기서 침에 해당된다면 우리사회에 만연되어 있는 좌절을 스스로 극복함은 물론 미래준비를 보다 철저히 하여 다시 일어서는 새 희망 찾기에 나서야 하는 때가 아닌가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