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치단체 ‘사모님인사’ 후유증 우려된다 변원섭 전 참여자치21대표

2014년 07월 17일(목) 18:56

공무원들의 최대 관심사는 좋은 부서에서 근무하다 근평 높게 받아 빠르게 승진하는 것이다. 그러기 때문에 선거 때만 되면 보이지 않은 곳에서 공무원 부인들이 당선가능성이 있는 후보부인에게 줄을 대고 접근하는 사례가 빈번하게 이뤄진다. 현직공무원이 자신의 부인으로 하여금 사모님을 수행하게 하거나 직·간접적으로 단체장 출마 부인들에게 줄은 서기도 한다. 이때부터 인연을 맺은 공무원 부인들과 인맥을 동원한 부인들의 치맛바람정치는 하루 이틀이 아니다. 이른바 ‘사모님 정치’가 선거 때부터 시작돼 인사와 이권문제까지 개입하면서 비난을 받는 일이 끊이지 않았다.

민선6기가 출범하면서 자치단체에서 단행한 여러 인사에서도 벌써부터 말이 무성하다. 이 과정에서 ‘사모님 인사’가 힘을 발휘했다는 말도 나온다. 또한, 일부 지자체에서는 선거캠프관계자들이 속속 채용되면서 내 사람심기에 열중하고 있다. 물론 뛰어난 능력이 있는 사람을 임용해 새로운 단체장의 공약이나 정책을 추진하려면 필요할 것이다. 그러나 그 능력의 잣대가 무엇인지 공감대가 형성되지 않은 상황이라면 문제가 달라진다. 그러다보니 출범부터 신뢰를 잃어가기 시작하면서 우려되는 부분들이 나온 것이다. 그 불신을 촉발한 원인이 속칭 안방마님들의 사모님 정치이다. 단체장 부인들이 인사와 이권에 개입하면서 남편들의 이미지를 훼손시키거나 사법처리 받는 사례로 이어지기도 한다.

지나간 일이지만 과거에 인사와 이권개입 협의로 사회적 물의를 일으킨 사례가 비일비재하다. 용인시, 경산시, 순창군, 무주군, 보성군, 정읍시, 충주시, 성남시 등에서 부인들의 인사개입으로 문제가 발생했던 것이다. 또한 매일 비서실로부터 저녁에 업무보고를 받는 단체장 부인들도 있다는 언론 보도를 볼 수 있으며, 밝혀지지 않은 인사 관련 의혹들은 끝이 없다.

선거 당시에는 투명한 인사로 혁신하겠다고 다짐했던 사람들이 당선되기 무섭게 부인들 유혹에 넘어가는 일은 없어져야 할 것이다. 인사원칙이 무너지면 신뢰를 상실해 시책 추진하는데 있어 걸림돌이 될 것을 알면서도 어쩔 수없이 이루어진다면, 그 단체장은 어쩔 수 없이 실패하고 말 것이 분명하다. 단체장 부인들의 행동에 따라 지역의 선거문화가 달라진다. 단체장부인은 소리 없이 봉사하고 말없는 다수를 위하고, 힘없는 사람들의 마음을 어루만지는 역할을 해야 한다. 아무리 부인이 똑똑하더라도, 선거 때 부인이 대단한 역할을 하였다고 하더라도 공과 사를 분명히 구별하는 능력이야말로 이보다 더욱 더 중요한 것이 없다는 것을 되새겨야 할 것이다.

인사와 관련, 또 하나 간과해서는 안 될 일이 있다. 광주·전남 산하기관에 사람들이 그렇게도 많이 필요한가. 임용당시 정당한 방법으로 채용했던가에 대해 명확히 진단해야 할 필요가 있다. 임용된 사람들이 선거만 대비하고 선거당시에는 일을 하지 않고 카톡이나 문자보내는 데 정신이 팔려있는 사례도 있다. 민선5기까지 오면서 인적 구조조정 없이 지속적으로 내 사람 심기에 열중하다보니 인원은 계속 늘어나 누적적자가 지속되는 현상이 나올 수밖에 없는 것이다. 전국적 현상이라면서 타 지자체 산하기관과 비교하며 자신들의 기관은 경영평가에서 우수표창 받았다고 대대적 홍보를 한다.

민선5기 들어 광주시의 경우 수많은 사람을 산하기관에 고용했다. 여기서 자연적으로 퇴직한 인원을 보충한 경우도 많지만, 선거 때 도와주었던 보은성 깊은 임용이 수두룩하다. 그러다보니 하급자들보다도 전문성이나 능력이 떨어진 상사가 많이 나오게 되어 효율이 좋을 리 없다. 행정기관에서 ‘누구 누구는 사모님 사람이니 입조심해야 된다’거나 ‘잘 보여야 된다’는 등의 말이 나온다. 이런 어처구니없는 말은 이제는 없어져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