쌀 시장 개방, 농민 보호책 선행돼야

2014년 07월 20일(일) 19:02

정부가 지난 18일 내년부터 쌀 시장을 전면 개방하겠다고 선언했다. 이동필 농림축산식품부 장관은 이날 “쌀 산업의 미래를 위해 관세화가 불가피하고도 최선의 결론을 내렸다”고 발표했다. 또 쌀 농가를 보호하기 위해 수입쌀에 300-500%의 고율관세를 적용하고, 수입물량이 과도하면 특별 긴급관세를 부과하겠다고 밝혔다. 이제 관세만 물면 외국산 쌀을 얼마든지 들여올 수 있는 문이 열린 것이다. 하지만 식량주권인 쌀 개방문제를 농민은 물론 국민의 동의 없이 일방적으로 밀어붙이는 독단적인 모습은 이해할 수 없다.

정부가 내세우는 쌀 시장의 불가피한 선택이라는 논리는 간단하다. 우리나라는 1994년 우루과이라운드(UR)협상 이후 쌀에 대한 관세 예외가 인정돼 1995년 초부터 올해 말까지 20년간 두 차례 관세화 유예조치를 받았다. 그 유예대가로 의무수입물량을 수용했다. 이 물량은 매년 늘어 올해는 40만 9천t(연간 소비량 9%)에 이른다. 그러나 앞으로 추가 유예를 할 경우 의무수입물량이 최소 82만t 으로 늘고 재정부담과 쌀 과잉 등 후유증이 심각한 상황에 빠지게 된다. 그래서 정부는 쌀 개방을 하되 수입쌀에 높은 관세를 부과해 국내 쌀 산업을 보호하겠다는 것이다.

정부의 이 같은 불가피성은 인정한다고 하더라도 정부의 일방통행식 해법은 문제가 있다. 세계무역기구(WTO) 통보 시한이 9월말까지 남아있는데 개방선언이 먼저인가 묻고 싶다. 이 장관은 상대국과의 협의와 상황파악을 위해 했다고 하지만 우선 정부는 쌀 개방으로 인한 농민의 피해를 최소화하기 위해 그동안 무엇을 했는지 궁금하다. 상대국의 상황을 미리 파악해 농민과의 협상, 국민의 동의를 구하는 게 순서다. 전국농민회총연맹은 “기한도 남아 있고 여러 가지 협상카드가 있는데, 정부가 서둘러 개방을 선언하는 것은 있을 수 없는 일”이라며 철야농성을 벌이고 있다.

지난 20년간 정부의 대책은 우왕좌왕했다. 두 차례 개방 연장 과정에서 외국쌀과 경쟁할 만한 쌀 산업 경쟁력을 갖추겠다고 말해왔지만 어느 것 하나 제대로 이뤄진 것이 없다. 농민들의 눈높이에 맞춰 믿고 안심할 수 있는 진정성 있는 농업 진흥책을 마련했어야 한다. 정부는 지금이라도 일방적인 개방 선언보다는 농민단체는 물론 국회와 머리를 맞대고 종합대책을 마련한 뒤 방향을 결정해도 늦지 않다. 무엇보다 농민 단체등과의 협의 등 사전에 국민적 공감대가 형성해야 한다. 진정성 있게, 확실한 대안을 갖고, 투명한 방법으로 농민을 설득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