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병언 사망 모르고 헛발질만 한 검경

2014년 07월 22일(화) 20:25

세월호 선사 청해진해운의 실소유주 유병언 전 세모그룹 회장이 변사체로 발견됐다. 경찰은 지난달 12일 순천 송치재 인근 한 매실밭에서 발견된 남성 시신이 국립과학수사연구원의 DNA 검사와 지문 채취 결과 유씨로 최종 확인됐다고 공식 발표했다.

세월호 참사의 원인을 규명하고 책임을 묻기 위한 전방위적인 유씨 검거작전은 그의 사체 확인으로 사실상 종결됐지만 경찰이 유병언 전 세모그룹 회장으로 추정되는 변사체가 유씨가 머물렀던 은신처 인근에서 발견됐는데도 노숙자의 단순 변사로 취급해 그동안 낭비한 국력은 누가 책임지나.

순천경찰서는 지난달 12일 변사자 발견 당시 행색이 노숙자 같고 유병언이라고 의심할만한 정황이 없어 무연고자 변사사건으로 처리했다가 변사자의 DNA가 유 전 회장과 일치한다는 통보를 받아 사건파일을 다시 꺼낸 뒤 변사체가 유병언 전 세모그룹 회장임을 방증하는 여러 직접 증거를 확인했다.

경찰이 의지만 있었다면 40여일이나 끌지 않고 유 전 회장의 사망 사실을 밝혀낼 수 있었다는 점에서 아쉬운 점이 많다. 수사의 기본인 유류품 조사를 게을리한 책임, 노숙인이 입고 있는 명품 점퍼와 명품 신발만 눈여겨봤어도 일찍 사건이 종결됐을 것이다.

특히 변사체의 유류품 가운데 세모계열사에 생산한 스쿠알렌 제품, 유병언의 저서의 제목과 같은 글씨가 적힌 가방 등 유씨와의 연관성을 밝힐 수 있는 단서가 여럿 있었으나 이를 무시해 40여일 동안 수사력만 낭비한 책임을 면키 어렵다.

검찰과 경찰의 부실한 초동 수사와 공조체제의 허점을 인정하고 책임자를 엄벌에 처해야 한다. 검찰은 초기 판단 잘못과 감시·감독 소홀로 유씨의 신병 확보에 실패했다. 뒤늦은 압수수색에 추적 과정에서도 번번이 실수를 저질렀다. 최근에는 경찰이 유씨 추정 사체를 눈앞에 둔 상태에서 검찰이 영장을 재청구하기도 했다.

이제 남은 과제는 유씨 죽음으로 증언이 없어졌지만 참사의 원인을 명명백백 밝혀내고 세월호 원혼을 달래주는 일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