순천 야산 변사체 주민 신고 노숙인 추정 정밀부검도 안해 경찰, 사체 발견 현장 머리카락 등 방치 초동수사 ‘대충’ 뒤늦게 “DNA·지문 일치” 유병언 결론…의문투성이 /노병하 기자 icepoem@kjdaily.com

2014년 07월 22일(화) 20:33

사체 발견 장소 지난달 12일 순천의 한 야산 매실밭에서 발견된 변사체의 DNA가 ‘세월호 실소유주’ 유병언 전 세모그룹 회장과 일치한다고 경찰이 발표한 가운데 22일 오전 변사체를 처음 발견한 마을 주민이 아직 현장에 남아있는 머리카락과 뼈조각을 가리키고 있다. 시신이 발견된 곳은 유병언이 머물렀던 송치재 별장에서 2.5㎞ 가량 떨어진 것으로 알려졌다. /연합뉴스

세월호 침몰 100일을 이틀 앞두고 이 사건의 정점이자 검찰과 경찰의 수사망 속에서 흔적조차 찾을 수 없었던 유병언(73) 전 세모그룹 회장이 사망한 것으로 밝혀져 전국을 들썩거리게 하고 있다.

순천경찰서는 22일 오전 9시 브리핑을 열고 “지난 21일 저녁 경찰청으로부터 순천서 변사체의 DNA가 그동안 검경의 수사활동으로 확보한 유씨 DNA와 일치한다는 국립과학수사연구원(국과수)의 감정 결과를 구두로 통보받았다”고 밝혔다.

경찰은 또 변사자의 오른쪽 집게손가락의 지문 1점을 채취해 검색한 결과 유씨의 지문으로 확인됐다고 설명했다.

유씨로 지목된 시신은 지난달 12일 유씨의 흔적이 마지막으로 드러난 순천 송치재 휴게소에서 2.5㎞ 가량 떨어진 매실밭에서 발견된 부패된 남성이었다.

경찰은 당초 이 남성을 노숙자로 규정짓고 자세한 조사없이 신원확인을 위한 DNA분석만을 의뢰한 상태였다.

그러나 국립과학수사대 감식 결과 검경이 송치재 휴게서 인근 별장 ‘숲속의 추억’과 금수원 내 유씨 작업실에서 확보한 두 개의 유씨 DNA 시료와 일치한 것으로 나타나면서 상황이 급박해졌다.

국과수는 이어 이 DNA를 이미 구속된 유씨의 형 병일(75·구속기소)씨와의 부계 Y염색체와 모계 X염색체(미토콘드리아 확인법)를 대조 확인한 결과 동일한 부모를 둔 형제인 것까지 확인했다.

이에 따라 부랴부랴 현장 유류품을 수사한 경찰은 유씨 일가 계열사인 ㈜한국제약 생산 ‘ASA 스쿠알렌’ 빈병과 천 가방 안쪽에 새겨진 ‘꿈같은 사랑’ 글자는 유씨가 직접 쓴 책의 제목과 일치했다는 것을 찾아냈다.

경찰은 이날 유씨 시신을 국과수 서울 분원으로 옮겨 재부검을 실시 중이며 완료되면 시신이 유씨임이 최종 확인되는 한편 사인과 타살 여부, 사망시점 등도 유추할 수 있을 것으로 전망된다.

검찰은 유씨 사망이 최종 확인되면 ‘공소권 없음’ 처분을 내릴 예정이다. 살아있는 유씨 검거에 실패하면서 검경 수뇌부에 대한 책임론도 불거질 것으로 전망된다.

검찰은 구속영장을 발부받아 유씨의 뒤를 쫓아왔지만 번번이 실패했다. 지난 5월25일 유씨의 순천 은신처인 ‘숲속의 추억’을 덮쳤지만 이미 유씨는 사라졌고 이후 검찰은 전남 해남과 목포 등지로 수색을 확대했지만 성과를 거두지 못했다.

그러나 유씨가 예상치 못하게 이미 지난 6월께 사망했고 시신은 ‘숲속의 추억’에서 발견돼 검경의 수색이 부실했다는 지적을 피할 수 없을 것으로 보인다.

특히 경찰은 유씨의 행적이 마지막으로 끊긴 송치재 별장에서 불과 2.5㎞ 떨어진 곳에서 발견된 시신에 대해 40일이 지나도록 아무런 의심도 하지 않다가 DNA 결과가 나오고 나서야 유씨 여부를 확인하는 등 법석을 떨었다. 검찰은 유씨와 별개로 자녀들에 대한 수사는 계속하기로 했다.
연합뉴스
/노병하 기자 icepoem@kjdail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