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리없는 시력도둑 ‘녹내장’ 시력저하에 실명까지…노령인구 급증과 맞물려 확대 40세 이상 환자 50명당 1명꼴 발병…매년 9.9% 증가 노병하 기자 icepoem@kjdaily.com

2014년 07월 23일(수) 20:46

녹내장에 걸린 환자의 시야에 들어오는 풍경.

어느 순간 시야가 좁아지고, 어둡다는 느낌이 들어서 나이 때문인줄만 알고 병원을 찾지 않던 박모(55)씨. 최근 들어 두통도 심해지고, 몸 상태가 좋지 않아 병원을 찾았다가 녹내장 진단을 받았다. 국민건강보험공단은 지난 6년간(지난 2007년부터 2012년까지) 건강보험 진료비 지급자료를 분석한 결과, ‘녹내장 질환’으로 진료를 받은 환자의 수가 2007년 36만3천명에서 2012년에는 58만3천명까지 매년 약 9.9%씩 증가했다고 밝혔다.

◇녹내장은 어떤 질환?

일반인에게 실명에 이르는 병으로 알려져 있는 녹내장은 백내장, 노년황반변성과 함께 시력저하를 일으키는 3대 안과 질병중의 하나이다. 40세 이상 환자에서 약 50명당 1명꼴로 생긴다고 알려져 있고 국민건강보험공단 집계에 따르면 2000년 녹내장으로 청구한 환자가 18만8천명이었으나 2006년에는 31만3천명으로 두 배 가까이 증가했다고 한다. 앞으로 노령인구가 증가하면 더욱 급속히 증가하리라 예상된다.

과거에는 녹내장이란 병은 눈 안의 압력이 상승해 시신경에 손상을 줘 시력이 약해지는 병으로 인식되어 왔으나 현재는 안압이 주요한 위험요인이기는 하지만 여러 가지 원인에 의해 시신경이 점진적으로 손상을 받아 시야장애를 동반하는 질병으로 정의되어지고 있다. 이렇듯 서서히 진행돼 실명에 도달하는 무서운 병이지만 문제는 환자가 느낄 수 있는 뚜렷한 증상이 없고 별다른 증상이 없기 때문에 녹내장인지 모르고 그대로 방치하는 경우가 많다.

일반적으로 녹내장은 안압상승의 속도에 따라 급성녹내장과 만성녹내장으로, 안압이 오르는 해부학적 기전에 따라 개방각녹내장과 폐쇄각녹내장으로, 안압의 수준에 따라 고안압녹내장과 정상안압녹내장으로, 원인질환 유무에 따라 일차녹내장과 이차녹내장으로 분류할 수 있다. 우리나라에서는 안압이 정상이면서 녹내장성 시신경 손상이 발생하는 정상안압녹내장이 가장 흔하다.

◇녹내장의 증상

녹내장의 증상은 뚜렷하지 않는 경우가 많고 환자는 아무런 증상을 느끼지 못할 수가 있다. 일반적으로 생길 수 있는 증상은 초점을 맞추기가 어렵다거나 야간시가 감소하고 안 보이는 부분이 생길 수 있고, 아침 일찍 혹은 저녁에 두통이 생기거나 시야가 뿌옇게 흐려지면서 눈에 통증이 생길 수 있다. 급성 폐쇄각 녹내장에서는 심한 두통과 구토 또는 빛을 보면 주위에 달무리가 생기기도 한다.

◇조기진단이 중요

녹내장의 경과는 시신경과 시야의 결손 정도에 따라 결정되는데 시신경이 지속적으로 손상되지 않는다면 안압이 설령 높다고 하더라도 녹내장은 어느 정도 조절됐다고 할 수 있고 조기에 발견되면 녹내장 조절은 더 용이하다. 시신경의 손상이 생기기 전 녹내장을 발견했다면, 시신경의 손상을 아주 더디게 하여 살아가는 동안 큰 이상 없이 지낼 수도 있다. 일단 손상된 시신경은 재생이 불가능하므로 좁아진 시야와 나빠진 시력은 회복이 어렵다. 원칙적으로 녹내장이 안 생기도록 하는 방법은 없으므로 특별한 자각증상이 없더라도 40세 이후에는 1년에 두 번 정도는 정기적으로 안과전문의를 찾아 안압검사와 안저검사로 시신경의 모양을 확인받는 것이 좋다.

◇녹내장 환자가 주의해야 할 점

녹내장 환자가 주의해야 하는 것들은 안약 점안은 반드시 의사의 지시에 따라서 하고 사용하는 안약의 이름과 용법을 꼭 기억해야 한다. 또 외출하거나 몸이 아플 때에도 약물을 빠짐없이 계속 사용해야 하고 두 가지 이상의 안약을 사용할 때는 적어도 5분 이상 기다린 뒤 두 번째 안약을 사용해야 한다. 또 약물이 다 떨어지기 전에 안과에서 재 처방을 받아야 하고 예약날짜를 꼭 지켜 녹내장 전문의에게 주기적인 검사를 해야 한다.

이밖에 물, 커피, 차 등을 한꺼번에 많이 마시는 것은 좋지 않으며 담배는 꼭 끊어야 한다. 어두운 곳에서 너무 오랜 시간 있는 것을 피하는 것이 좋고, 관악기나 풍선 같은 것을 많이 부는 것은 안압상승 위험을 높일 수 있고 너무 꼭 목이 끼는 옷이나 넥타이도 좋지 않고 복장은 되도록 목 부분이 편한 것이 좋다.

녹내장 환자가 일상생활에 큰 제약을 받을 필요는 없으나 진행한 녹내장인 경우 주변 시야 장애로 인해 도로운전 특히 야간 운전은 위험할 수 있으니 조심해야 하며 너무 과도한 업무는 피해야 한다.

마지막으로 녹내장은 완치될 수 없고 평생 약물, 레이저치료, 수술 등의 방법으로 안압을 조절해 시신경의 장애를 최소화해야 한다. 따라서 지속적인 추적관찰과 적절한 치료만이 남아 있는 시야와 시력을 최대한 보존할 수 있는 길이며 고혈압, 당뇨가 그러하듯이 약, 수술 등으로 잘 조절된다면 아무런 문제없이 정상생활을 영위할 수 있다. 때문에 녹내장 발견 당시의 시력과 시야를 현상 유지하는 방법이 최선의 치료이므로 녹내장의 조기발견 및 조기치료는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치지 않다.

도 움 말
조형진 원장
보라안과병원

/정리=노병하 기자 icepoem@kjdail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