족쇄 채운 광주 자사고 폐지 수순밟나 시교육청 위원회, 송원고 지정연장 조건부 승인 사실상 포기 조항 담겨져…학교측 ‘강력 반발’ 장휘국교육감 최종 결정남아…“이달안 마무리” 박은성 기자 pes@kjdaily.com

2014년 07월 23일(수) 20:47

진보교육감의 공동 공약으로 폐지대상으로 지목됐던 자율형 사립고(자사고) 운영이 광주지역에도 빨간불이 켜졌다.

광주시교육청 위원회(위원회)가 내년 2월28일자로 지정이 종료되는 광주 송원고 자사고 지정 연장안에 대해 조건부 승인 결정을 내렸지만, 사실상 기본 운영을 포기하도록 하는 조항이 담겨져 있기 때문이다.

23일 광주시교육청에 따르면 이날 오전 청사 상황실에서 자율학교 등 지정·운영위원회를 열고 광주 송원고의 자사고 지정 연장에 대해 성적제한 폐지 등을 조건부로 승인할 것을 장휘국 교육감에게 건의했다.

운영위원에 앞서 5개 시·도교육청 연합평가팀이 서면·현장 평가를 실시한 결과, 송원고는 학교운영과 교육과정, 교원 전문성, 재정·시설 여건, 학교 만족도, 교육청 재량평가 등 6개 영역 12개항목 27개 지표에서 우수·보통·미흡 중에 기준점 이상의 ‘보통’ 판정을 받았다.

하지만 위원회는 이번 연합평가팀의 결과에 대해 “정책적 판단에 대한 고려 없이 단순히 현상에 대한 평가에 치우쳐 결과에 수긍할 수 없다”고 지적했다.

위원회는 연합평가팀을 존중하되 ▲법인전입금 저조 등 문제점과 미흡한 분야에 대해 향후 대폭 지원 ▲신입생 성적제한 없애고 추첨 선발 도입 ▲향후 자사고 운영성과 평가시 정책 지표 추가 ▲국·영·수 위주 아닌 기초교과 이수단위 비율 확대 ▲교원 1인당 학생수 감축 등 5가지 조항을 자사고 지정 연장 조건으로 제안했다. 위원회는 또 송원고가 이 같은 5가지 조항 이행여부의 확인을 위해 2년 경과 후 재평가 실시도 요구했다.

위원회는 지정이나 지정취소에 대한 최종 판단은 장휘국 교육감에게 일임하기로 했다.

자율학교 지정·운영위원장인 이계영 시교육청 부교육감은 “자사고는 사회적으로 ‘상류층 자녀만을 위한 귀족학교’라는 문제점을 안고 있다”면서 “송원고측에 이 같은 심의 결과를 통보한 후 이달 안으로 재지정 절차를 마무리할 예정이다”고 말했다.

이처럼 위원회가 송원고에 대해 자사고 지정연장을 조건부로 승인했다고는 하지만 이같은 결정은 사실상 지정연장을 거부하는 것이라는게 일반적인 분석이다.

이에 따라 송원고는 위원회측의 조건부 승인을 받아들인다면 2015학년도 이후 5년 간 자사고 지위를 유지할 수 있게 된다.

그러나 송원고 측은 “매우 황당하다”는 분위기다. 조명환 송원고 교장은 “위원회의 조건부 승인 자체가 자사고를 운영하지 말라는 것과 뭐가 다르냐”면서 “재단측과 학부모, 운영위원회와 협의를 거친 후 대응방안 등을 결정할 방침이다”고 토로했다. 이에 대해 아직까지는 장휘국 교육감이 위원회가 제안한 조건부 승인을 수용하거나, 거부할지 등의 최종결정은 남아있다. 그러나 평소 자사고에 부정적인 시각을 갖고 있는 장 교육감이 자사고 운영에 부정적인 시각을 갖는 위원회측 의견에 따를 것이라는게 교육청 안팎의 분석이다.

한편 송원고는 1학년 8학급, 2학년 7학급, 3학년 6학급 등 전체 21학급에 609명이 재학중이다.

/박은성 기자 pes@kjdail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