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집에 가자, 어서 돌아와 아들 딸들아” ●팽목항 세월호 참사 ‘100일의 기다림 추모’ 행사 김혜수 기자 kimhs@kjdaily.com |
| 2014년 07월 24일(목) 20:32 |
이날 행사는 진도군 범군민 대책위원회와 실종자 가족대책위가 세월호 희생자를 추모하고, 실종자의 귀환을 염원하기 위해 마련한 자리다.
‘100일의 기다림’이란 주제로 엄숙히 진행된 세월호 희생자 애도행사는 팽목항 등대 일원에서 유족과 진도 지역주민, 학생 등 500여명이 참석, 오랜만에 많은 인파로 북적였다. 행사에 앞서 이날 오전 11시에는 진도군교회연합회와 사단법인 하이패밀리(송길원 목사)의 주도하에 ‘하늘나라 우체통’이 설치되고 애도행렬이 이어졌다.
하늘나라 우체통은 가족을 찾지 못한 이들의 아픔을 같이 나누며 기도하고, 더불어 이미 떠나간 이들을 기억하기 위해 만들어 졌다.
기억(ㄱ)과 눈물(ㄴ)을 집 모양으로 형상화 한 우체통은 노아의 방주 형태로 새 생명과 새 나라를 향한 열망을 상징한다. 우체통에 연결된 두 개의 밧줄은 떠난 자와 남은 자의 소통의 끈으로 영원히 잊지 않겠다는 약속이자 하나 됨에 대한 다짐의 표현을 담고 있다.
우체통 옆면에는 세월호 여객선 침몰 희생자인 고(故) 양온유 학생이 남긴 글 ‘슬퍼하지 마라. 이제부터 시작이다’라는 문구가 새겨있다.
세월호 참사 유가족들은 우체통에 슬픔과 아픔을 담은 편지를, 방문객들은 유가족의 아픔에 동참하는 편지를 넣었다. 편지는 일주일에 한 번씩 수거된다고 한다.
우체통 설치 행사는 양온유 학생의 부모가 직접 참석해 편지글 낭송과 아직 가족을 찾지 못한 10가족을 위한 기도, 그리고 전국에서 보내온 편지 배달 등으로 진행돼 참석자들의 눈시울을 적셨다.
김성욱 진도군교회연합회 목사는 “간절한 마음은 언젠가 소중한 사람에게 전달될 것으로 믿는다”며 “세월호 참사 100일을 맞아 가족을 잃은 아픔을 함께 나누고 싶은 국민들은 사랑과 애도의 마음을 우편엽서에 담아 우체통에 넣어 주길 바란다”고 소망을 전했다.
진도에 사는 교사·학생·주민은 바닷속에 있는 단원고 교사·학생·일반 승객을 위해 각각 쓴 편지를 읽었다. 이어 진행된 편지읽기 추모행사에서 진도고 학생은 “사고 이후 친구들과 웃고 장난치고, 부모에게 짜증 부리고, 학교생활도 평소와 다를 바 없고, 시험공부 하는 것마저 너희(실종 학생)에게 미안하더라”며 “내가 사는 이곳, 진도에서 일어난 일이니 너희가 외롭지 않게, 억울하지 않게 꼭 오랫동안 기억하겠다”고 낭독해 주위를 더욱 숙연하게 했다.
실종자 가족은 진도 군민을 포함한 국민에게 감사하는 마음을 전하고 실종자를 기억해달라고 호소했다.
실종자 가족들은 호소문을 통해 “100일이 됐지만, 아직 수색되지 않은 구역이 남았다. 마지막 실종자 10명이 가족 품으로 돌아오도록 국민이 마음을 모아 함께 해달라”며 “세월호 사건으로 어려움을 겪는 진도와 군민도 기억하고 찾아 달라”고 간절히 바랬다. 특히 오후 2시40분께 마련된 ‘실종자 이름 3번 부르기’ 순서에서는 유가족들이 일제히 자신의 혈육 이름을 부르자 팽목항 일원은 울분과 침통 그 자체였다.
실종자 가족들은 등대에 이름표를 붙이고, 다시 한번 실종자 이름을 부르며 “집에 가자”, “어서 돌아와”라를 외치며 마지막 행사를 맞았으나 정작 오랫동안 발길을 돌리지 못했다. /김혜수 기자 kimhs@kjdaily.com
김혜수 기자 kimhs@kjdail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