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발 안 맞춘 검·경 자멸하다 수사·지휘 잘못 책임 엄중 문책 거센 후폭풍 검찰, 정보 안풀고 자체 수사하다 유씨 놓쳐 경찰, 검찰 정보만 믿고 야산·임야 수색 안해 노병하 기자 icepoem@kjdaily.com

2014년 07월 24일(목) 20:32

유병언(73) 전 세모그룹 회장의 사체가 발견되면서부터 수사에 나섰던 검찰과 경찰 모두 후폭풍에 휘말리고 있다.▶관련기사 3면

해당 책임자들이 자의와 타의로 자리에서 물러나고 뒤늦게 추가 수사가 이뤄지고 있지만 대다수의 국민들이 이들의 발표를 믿지 않고 있다. 그야말로 사면초가의 형국이지만 내부에서조차 이 역시 검경이 초래한 결과라고 비판이 제기되고 있는 상황이다.

24일 최재경 인천지검장이 유병언 전 세모그룹 회장에 대한 부실수사 책임을 지고 사표를 제출했다. 전날에는 경찰청이 유씨 수사 및 변사체 부실처리의 책임을 물어 정순도 전남경찰청장을 직위해제 시켰다.

이로써 박근혜 대통령이 ‘직접 챙기겠다’는 유씨 검거작전은 말 그대로 ‘엉터리 쇼’가 돼버린 상태다. 당연히 야당은 검찰총장 및 법무부장관, 경찰청장까지 문책하라고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뒤집어 보면 이번 수사는 시작부터 잘못됐다. 대검은 최근까지 “검경 정보 공유는 불만 없을 정도로 100% 된다”며 “정보 교환도 매일 이뤄진다”고 밝힌바 있다. 그러나 정작 검찰이 유씨를 코 앞에서 놓친 사실이 알려지면서 정보 공유에 문제점이 있었다는 지적이 제기되고 있는 것이다.

실제로 검찰이 유씨의 여비서이자 송치재 휴게소 인근 별장 ‘숲속의 추억’에서 체포한 신모(33)씨로부터 유씨가 지난 5월25일 별장 급습 당시 별장 2층 통나무 벽 안에 숨어 있었다는 진술을 확보한 것은 지난 6월26일이다.

그동안 검찰은 경찰에 ‘구원파 조력자들이 유 씨의 도피를 돕고 있다’는 수준의 정보만 전달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따라 경찰은 엉뚱한 방향에서 계속 수사력을 낭비했고 심지어 관계없는 해남, 광주지역까지 모든 인력을 동원해 수사에 나선바 있다.

한 일선 경찰은 “유 전 회장이 수중에 돈이 없고, 운전기사 양 씨와도 떨어져 있다는 정보가 들어왔다면 차량 검문검색이 아닌 인근 야산이나 임야, 밭 등에 대한 집중 수색을 벌였을 것”이라며 “그랬다면 지난 6월12일 발견된 시신에 대해서도 조금 더 관심을 기울이고 신원확인을 더 빨리 했을 수 있다”고 말했다.

결국 손발이 안 맞은 검경이 스스로 무덤을 판 셈이다.

/노병하 기자 icepoem@kjdail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