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가 물어봤냐고요! 김홍 코리아 티모르 문화교류센터 총재

2014년 07월 28일(월) 20:08

7월 들어 찜통더위가 계속 되고 있다. 이런 날에는 모였다하면 잘 돌아가지 않은 정치와 경제, 사회 등 복잡한 현실적인 문제를 화두로 삼는 것보다는 서로의 신변 잡담이나 유머러스한 재담을 통해 서로 웃고 소통하는 것이 건강상 좋을 것 같다.

그런데 같은 내용의 유머라도 입담이 있는 사람과 그렇지 못한 사람에 따라 반응이 달라질 수 있다. 여러 사람 앞에서 유머를 함부로 했다가는 본말이 전도되어 자칫 진주로 간다는 것이 삼천포로 갈 수가 있으니 조심해야 할 일이다.

한물간 유머지만, 다 함께 웃자는 뜻으로 유머 한 토막을 소개한다.

<어떤 남자가 남녀 공용 화장실에서 소변을 보고 있었다. 그런데 갑자기 한 여자가 바로 옆에 있는 남자 화장실 문을 열고 나오면서, “죄송합니다. 안 봤어요.” 라고 했다. 남자는 얼떨결에 “괜찮습니다” 라고 했다. 봤는지 안 봤는지는 모르겠지만, 봤어도 그만이고 책임질 일도 아닌데…> 이런 유머는 잠깐 좌중을 웃긴 효과(?)가 있는 유머라 할 수 있을 것이다.

며칠 전, 나는 어느 택시기사로부터 자기 자녀에 대한 자랑을 택시에서 내릴 때까지 들어야했다. 한참 듣다보니 의사가 된 딸과 사위에 대한 얘기였다. 개인택시이기에 일하는 시간이 자유로워 여가를 이용해 자전거타기 운동으로 건강관리를 하면서 노년을 행복하게 살고 있다고 했다. 순간 나는 ‘누가 물어봤냐’라는 말이 툭 튀어나오려 했으나 예의 상 참았다.

이와 같은 경우를 놓고 한번 생각해 보자. 먼저 ‘남녀 공용 화장실’에서 여자가 한 말에 대한 내용은 누가 물어 보지 않은 말이지만, 도둑이 제 발 저리는 듯 발칙하다는 느낌이 들면서도 듣기에 솔깃한 유머이다.

그러나 택시기사의 일방적인 자기자식 자랑은 본인으로서는 신바람이 날는지 모르겠으나 제3자가 듣기엔 부담스러운 얘기라 할 수 있다. 남 잘 된 얘기 듣고 배 아픈 건 아니지만, 예로부터 자기 마누라와 자식 자랑은 팔불출(八不出)이라 하여 금기시 되어 온 것이 우리의 정서일진데 처음 본 사람한테 가족 자랑을 일사천리로 해 댄다는 것은 분명히 결례다.

세상에는 누가 묻지도 않았는데 자기 말만 천방지축으로 늘어놓은 사람이 있다. 이와 같은 사람을 ‘묻자니’라고 한다. ‘묻자니’는 어떤 모임에서나 저절로 왕따가 될 수밖에 없다. 예를 들어, 처음으로 만난 사람이 첫인사를 하자마자 자기 과시적인 얘기를 늘어놓고 상대방의 말은 들으려 하지 않는다거나 오랜만에 만난 친구가 옛날 얘기 대신 그동안 살아왔던 자기 자랑만 천편일률적으로 늘어놓는다면, 그 사람은 친구들로부터 따돌림을 받을 것은 뻔한 일이다.

근래에 나는 “젊어 보인다”는 말을 자주 듣는다. 예의상 기분 좋게 들려준 표현이기도 하겠지만, 어떻든 기분이 좋다. 그러나 남들이 ‘젊어 보인다’고 한 그 말에 기분이 좌우된다는 것은, 이제 정말 ‘노인이 다 됐다’는 징표인 것 같아 씁쓸한 기분을 지울 수 없다.

요즘 세상은 왜 이렇게도 엇박자 일까. 콩으로 메주를 쑨다고 해도 믿기지 않는 세상이 됐으니 한심스럽다. 다른 일들은 차치하고 신출귀몰의 교주 유병언(73) 전 세모그룹 회장의 죽음에 대한 미스터리가 제발 ‘조희팔 사건’과 닮은꼴이 아니기를 바란다. 아니, 그럴 리가 없을 것이다.

‘조희팔 사건’은 지난 2004년-2008년 까지 의료기기 대여업 다단계사업(피라미드)으로 투자자 3만명에게 4조원대의 피해를 입힌 후, 중국으로 밀항하여 2011년 12월 중국에서 급성심근경색으로 사망했다고 발표됐으나, 현재 중국에서 조희팔을 봤다는 사람이 있어 설왕설래하고 있는 사건이다.

국립과학수사연구원은 변사자가 유병언 씨가 맞다고 확인했다. 하지만 시신 부패가 심하고 장기가 남아 있지 않아 사인을 규명할 수는 없었다고 밝혔다. 국과수는 시신을 유병언으로 확인한 근거로 신장과 손가락의 특징, 치아와 유전자 감식 결과를 꼽았다. 그리고 유병언의 키는 159cm 정도로 알려졌는데, 시신의 신장 역시 159cm에서 4cm 정도 크거나 작은 것으로 추정됐다고 했다. 시신의 왼손 둘째 손가락 끝마디 뼈가 없고, 넷째 손가락이 변형된 것도 확인됐다고 한다. 뿐만 아니다. 시신의 치아 특징과 유가족이 데려온 유병언의 개인 치과의사가 제출한 진료 기록이 일치했고, 시신의 7개 부위에서 채취한 유전자 분석 결과도 수사 과정에서 확보한 유병언의 유전자와 일치했다고 한다.

이 정도면 시신이 진짜 유병언임이 틀림이 없는 것 같다. 그런데 왜! 왜 시신마저 불신한 사람이 있단 말인가. 알다가도 모를 일이다. 누가 나에게 묻지는 안했지만, 유병언의 죽음에 대한 미스터리는 그렇지 않아도 잠 못 이루는 무더운 여름밤에 잠을 더욱 설치게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