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생명 자본주의를 들어보셨나요? 윤병선 |
| 2014년 07월 29일(화) 19:18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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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양 속담에 ‘인생에서 가장 큰 저주는 소원이 이루어지는 것이다’라는 말이 있다. 우리나라의 소원 중 식량증산, 치산녹화는 이루어졌고 평화통일은 진행형이다. 산림녹화라는 소원이 이루어지자 국민들이 산림의 소중함에 무덤덤해지는 것 같아 하는 말이다. ‘부산에서 경성(서울)까지 가는데 산에 나무라고는 찾아볼 수 없었다’는 외국 여행객의 기록은 산림이 얼마나 심하게 파괴되었는지 알려주는 단적인 예다.
1973년 박정희 대통령은 손수익 당시 경기도지사를 산림청장으로 임명해 ‘치산녹화’의 임무를 부여한다. 손 청장은 5년 8개월이라는 산림청장 재임 최장기록을 세우며 1973년 세운 ‘치산녹화 10개년 계획’의 목표였던 100만㏊ 나무심기를 4년이나 앞당겨 초과달성했다. 산림 피복률 100%로 상전벽해가 되었고 국민들은 산으로 들어가 산림이 주는 혜택을 누리고 있다.
이제 우리 산림은 녹화를 지나 국민과 공감을 느끼는 예술의 영역으로 나아가야 한다. 아름다운 음악을 들었을 때 생명감을 느끼는 것처럼. 그러기 위해서는 지금의 가슴높이 지름 20-30㎝의 작은 나무가 아니라 100년 이상 된 아름드리의 나무로 키워내야 한다. 거대한 나무로 이루어진 숲에서는 영혼의 울림을 느낄 수 있다. 우리 숲은 인간의 무분별한 이용으로 원시성을 잃어버린 지 오래다. 우리가 잘못 알고 있는 역사적 사실중 하나는 일제 강점기 일본의 목재수탈로 우리 산이 민둥산이 되었다고 생각하는 것이다. 우리 주변의 산림 황폐화는 민가에서 연료나 경작지 개척을 위해 민둥산으로 만들었다.
반면 일제는 도로가 없어 접근이 곤란한 압록강과 두만강 유역, 강원도 등의 오지에서 직경 1m가 넘는 커다란 나무를 수탈했다. 우리가 그토록 바라고 키우고자 애쓰고 있는 웅장한 나무를 수탈해 간 것은 민둥산 보다 더 큰 타격이 되었다. 이러한 나무는 기나긴 세월이 만들어낸 돈으로 환산할 수 없는 우리의 소중한 자산으로 지금 우리가 누려야할 영혼의 울림을 앗아간 것이다. 현재의 산림을 영혼의 감흥을 느낄 수 있는 큰 나무의 숲으로 만들기 위해서는 적어도 30년 이상 더 키워야 한다.
한국의 지성이라 일컬어지는 이어령씨는 ‘나무 안 베고 키워서 돈 버는 게 생명자본주의요, 벌목해 팔면 물질자본주의’라며 생명자본주의를 나무에 빗대어 설명했다. 실제로 숲이 울창함을 넘어 거대해지면 예술과 같은 생명감과 영혼의 감흥을 느끼게 된다. 장성 축령산 편백림은 국가에서 매수하여 관리하기 때문에 우리 후손들은 수백 년 된 나무를 볼 수 있게 될 것이다. 이처럼 편백을 살려두고 자본이 됐을 때 생명자본주의라는 말이다. 나무가 쭉쭉 뻗어 올라가니까 관광객을 모으고 돈이 된다. 뉴턴은 중력의 법칙을 거슬러 씨앗이 하늘을 향해 올라가는 생명의 법칙을 알기나 했을까.
평일 5일은 도시에서, 주말 2일은 농촌에서 지내는 ‘5도 2촌’ 생활을 누리는 사람들이 늘어난다고 한다. 농촌경관도 좋지만 산림과 연접한 지역에 집을 지으면 산림이 주는 혜택을 함께 누릴 수 있어 더욱 풍성한 삶이 될 것이다. 앞으로는 숲을 가꾸고 보호하면서 지역경제를 살릴 수 있는 좋은 개발이 필요하다. 중국이나 스위스의 산 정상이나 절벽 위 숙소는 세계적인 명소다. 나무 위에 집을 짓는 캐나다 트리하우스, 건강보험에 산림·물 치유를 적용한 독일 뵈리스호펜, 호주 열대우림 케이블카, 미국 요세미티 산악승마, 일본의 아소팜랜드는 산림을 좋게 개발한 예로 큰 인기다.
우리나라 산림은 국토의 64%다. 펼치면 중국면적과 맞먹는다고 한다. 우여곡절 끝에 개통한 경남 통영 미륵산 케이블카는 연 매출 100억원에 연간 경제효과도 1천억원이 넘는다고 한다. 문화체육관광부가 주최하고 한국관광공사가 주관하는 ‘2014 한국관광의 별’에 선정됐다. 케이블카 설치는 찬성과 반대가 극명한 사안으로 찬반을 떠나 산림의 개발방식에 시사한 바가 크다 할 것이다.
이번 월드컵에서 이영표의 해설이 화제가 되었다. 이영표는 알제리전이 끝난 후 이렇게 말했다. ‘전반전은 3대0으로 졌지만 후반전은 2대1로 이겼다’ 축구가 아니라 인생을 해석하는 말로 들렸다. 우리 산림은 과거의 민둥산이 3대0의 전반전이었다면 후반전은 생명의 산으로 0대4가 되어 역전승이 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