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열대야, 푸른 숲에서 즐기는 아트바캉스 박윤모 |
| 2014년 07월 30일(수) 19:44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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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마가 물러가고 폭염과 열대야로 심신이 괴로운 시절이다.
다들 휴가를 떠났는지 도로도 한산한 느낌이다. 바다로 계곡으로 피서를 떠난 이들도 많겠지만, 나는 요즘 금남로공원에서 더위를 식힌다.
옛 한국은행 자리에 들어선 금남로공원은 도심 속 푸른 숲이다. 아름드리 하늘로 뻗은 노송과 산책길에 놓인 벤치는 바삐 가던 걸음을 멈추게 한다. 금남로 4가역 지하철역과 지하상가와 연결된 선큰가든(Sunken Garden)으로 내려오면 부채꼴 모양의 광장에 무등산 입석대·서석대를 상징하는 인공벽천이 중심을 잡고 서있다. 빌딩 숲 속에 이런 숨 쉴 공간이 있다는 것이 얼마나 행복한가. 가만히 벤치에 앉아있으면 자연스레 힐링이 되는 느낌이다.
금남로 공원 예찬을 이토록 자세히 하는 이유는 따로 있다. 이런 공간에서 유쾌한 공연 한편을 부담 없이 즐길 수 있다면 더 없이 좋지 아니할까.
지난해부터 시립극단에서는 금남로 공원에서 한여름밤의 야외극을 선보이고 있다. ‘판타지액션 연극 전우치’이다. 아트바캉스를 테마로 열대야에 지친 시민들을 위한 무료 공연이다. 작년엔 마술과 아크로바틱이 볼거리였다면, 올해는 빌딩 옥상에서 무대까지 로프를 타고 공중을 나는 플라잉액션이 압권이다. 여배우는 영화 ‘천녀유혼’의 왕조현처럼 한복치맛자락을 날리며 공중에서 날아온다. 손발이 찌릿 찌릿 간담이 서늘해지는 효과가 있어 더위 해소엔 제격이다.
모깃불 옆에서 할머니의 무릎을 베고 듣던 옛날이야기의 추억이 새록새록 떠오르는 연극이다. 고전소설 전우치전과 장화홍련전을 엮은 이야기에 인형극과 그림자극을 집어넣어 아기자기한 재미도 더했다. 곡예 수준의 액션을 선보이는 배우들의 열연에 객석에선 탄성이 쏟아진다. 마지막 배우들은 주제곡 ‘도사 전우치’에 맞춰 관객들의 환호에 답한다.
전우치 공연을 매번 할 때마다 느끼는 점은, 커튼콜에서 쏟아지는 박수의 의미는 특히 남다르다. 관객들이 보내는 박수는 ‘땀’에 대한 찬사이다. 가만히 있어도 땀이 나는 계절에 몇 겹의 한복 의상을 걸치고 액션연기를 하다 보니 의상은 온통 땀으로 젖어든다. 선명하게 젖어있는 땀의 흔적을 관객들은 안다. 얼마나 노력했고, 지금 이 순간도 얼마나 열정적으로 연기하는지. 바로 이 땀의 의미를 알기에 관객들은 감동하고 아낌없는 박수를 보낸다. 그렇게 모두들 열대야와 모기 따위는 잊은 채 관객과 배우들 사이엔 끈끈한 교감이 흐르면서 밤은 깊어간다.
공연이 끝나고, 뒤따라 걷던 관객 한분이 노래를 흥얼거린다. ‘구름을 타고 바람을 가른다, 도사 전우치~’ 중독성 있는 전우치 주제곡이다. 아마도 집에 돌아가서 한 이틀은 주제곡을 흥얼거리게 될 것이다. 아이들은 집에 돌아가서 전우치 흉내 내느라 집안 곳곳을 펄쩍 펄쩍 뛰어다녔다는 후문도 들었다. 모쪼록 흐뭇하다. 전우치로 인해 무료한 여름이, 일상이 즐거워졌다면 보람을 느낀다.
여름밤 갑갑한 집안에서 무료해하지 말고 시원한 금남공원으로 밤 마실 나오길 권한다. 공연은 8월 둘째주까지 목,금,토 8시 광주금남공원에서 계속된다. 무료 관람에 시원한 맥주와 부채는 보너스로 드린다. 덧붙여 슬리퍼와 반바지 차림이면 더욱 좋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