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여러분, 가정은 평안하신지요? 서기원 |
| 2014년 07월 30일(수) 19:45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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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신제가(手身齊家)’라는 말이 있다. 가정의 평안을 위하여 남편이 부인에게 “가정에서 손쓰고 몸쓰는 일은 제가 하겠습니다”라고 선언하라는 우스갯소리이다. 지금부터 평안한 가정생활을 위하여 조금은 색다른 ‘가정’들에 대하여 이야기 해 볼까 한다.
가정을 지키지 못해 패가망신한 남자가 있었다. 누구 인고 하니, 바로 읍참마속(泣斬馬謖)의 주인공인 ‘마속(馬謖)’이다. 제갈량이 사랑했던 남자, 칠종칠금(七縱七擒, 남만정벌 시 맹획을 일곱번 잡았다 풀어줌)의 계책 및 모략으로 한때 위나라 사마의(司馬懿)를 낙마시켰던 남자, 백미(白眉, 가장 뛰어난 인물을 지칭함)로 유명한 마량(馬良)과는 형제지만 결국은 ‘가정을 지키지 못해’ 제갈량의 눈물 속에서 목이 잘린 남자이다. “가정은 목구멍과 같다”라고 제갈량이 말했다. 그 유명한 출사표를 올리며 시작된 제1차 위촉전쟁, 성패는 보급로 확보에 있었다. 촉땅은 해발 4천미터의 산맥으로 둘러싸인 분지여서 방어가 용이한 반면 공격도 어려웠는데 군량보급 문제 때문이다. 결국 장안(長安)을 점령하는 것이 관건이었는바, 제갈량은 장안을 발판으로 위나라 수도인 허도를 도모한다는 전략을 세우고 정벌에 나서게 된다. 가정(街亭)은 장안으로 가는 길목에 위치한 곳으로 목구멍과 같이 음식이 넘어가는 통로로 군량보급의 요충지였다. 또한 목구멍은 급소 중에 급소로 한칼에 절명할 수 있는 곳이기도 하다. 그래서 제갈량은 가정을 목구멍과 같은 곳이라고 했으며 사마의도 이를 간파하고 장합의 5만대군으로 가정을 공략케 했다. 바야흐로 가정전투(街亭戰鬪)가 시작된 것이다. 대군의 싸움에서는 포진이 매우 중요한데 승패를 가르기도 한다. 마속은 방어하기 쉬운 길목을 버리고 높은 산중에 포진하여 위에서 아래로 떨어지는 칼날 같은 파죽지세(破竹之勢)의 공격위주 전략을, 장합은 산을 포위한 채 이일대로(以佚待勞, 편히 기다리며 상대가 지치기를 기다림)의 수비위주 전략을 구사하였는바, 결국 식수 및 군량이 떨어지면서 촉군은 대패하였고 마속은 목숨으로 대가를 치르게 된다.
가정법이라는 것이 있다. 영어 문법에서 공부했듯 ‘IF’로 시작하는 것으로 ‘만일 ∼∼ 한다면’ 정도로 해석할 수 있을 것이다. 萬은 가장 완벽한 數이다. 완벽한 수인 100이 100번 반복되어 이루어진 수로 한자에서는 만복(萬福), 만사형통(萬事亨通)등 좋은 의미로 가장 완벽함을 표현할 때 萬을 쓴다. 그러나 萬(10,000)에서 하나가 늘어난 萬一(10,001), 또는 萬에서 9,999까지는 괜찮은데 나머지 하나가 문제(0.01%)라는 만일(萬一)은 어떠한가. 두렵기 그지없다. 만일이라는 가정(假定) 때문에 우리는 얼마나 많은 밤을 뜬눈으로 지새웠던가. 사실(fact)에 근거하지 않고 가정(假定)에 의해 사건들을 분석하는 사람들로 인해 우리 사회가 입은 상처 내지 피로감은 또 어떠한가. 그동안 미덕으로 여겼던 관용, 인내, 용서, 화해는 어디로 사라졌을까. 비난과 증오의 표출, 가혹함의 경쟁, 나의 단점으로 상대방의 단점을 공격하는 이면에는 항상 나쁜 가정(假定)이 도사리고 있다.
‘가정맹호(苛政猛虎)’라는 사자성어가 있다. 가정, 즉 가혹한 정치가 호랑이보다 더 무섭다는 의미이다. 공자가 제자들과 태산 기슭을 지날 때였다. 인적이 드문 곳인데 어디에선가 여인의 울음소리가 들려와서 살펴보니 세 개의 무덤 앞에서 목 놓아 울고 있는 여인이 있었고 제자로 하여금 그 연유를 묻게 하였는데 여인은 “이곳은 참으로 무서운 곳입니다. 남편과 자식이 모두다 호랑이에게 물려 죽었습니다”라고 했고, 제자가 “그럼 이렇게 무서운 곳을 왜 떠나지 않으십니까?”라고 하니 여인은 “그래도 여기는 가혹한 세금에 시달리거나 부역을 강요당하지 않기 때문입니다”라고 했다. 이 말을 들은 공자가 제자들에게 한 말이 ‘가정맹호’이다. 가혹한 가정(苛政)의 폐해를 엿볼 수 있다.
지금까지 가정(街亭)을 지키지 못한 남자, 나쁜 가정(假定)의 문제점, 가혹한 가정(苛政)의 폐해에 대하여 이야기 했다. 여러분들은 가정(家庭)을 잘 지키고 있는지. 나쁜 가정(家庭) 때문에 고통에 몸부림치고 있지 않은지. 가혹하게 가정(家庭) 식구들에게 폭력을 휘두르고 있지는 않은지. 묻고 싶다. 그래서 옛사람들이 늘 가화만사성(家和萬事成)이라고 하지 않았겠는가.